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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서 일으킨 K-뮤직 바람이 세계로 뻗어나갈 겁니다.”

K-팝의 뒤를 잇는 신한류를 만들기 위해 한 국악 지휘자가 출사표를 던졌다. 전통음악에 기반을 둔 새로운 음악 장르인 ‘K-뮤직’을 만든 청주시립국악단 한진(46)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다. 2011년부터 청주시립국악단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국악의 세계화를 위해 K-뮤직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는 ‘글로컬[Glocal: 국제(global)와 현지(local)의 합성어]’을 목표로 지역 특성을 살린 세계화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청주시립국악단부터 바꿔나갔다.

“전국에 참 많은 국악단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개성이 없죠. 저는 젊은 사람들로 꾸려진 청주시립국악단을 K-뮤직의 시발점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관객이 찾아오게끔 하는 공연을 만들어 국악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고 싶었어요.”

그는 가장 먼저 K-뮤직에 대한 비전을 단원들과 공유했다.

한국 사람만 듣는 국악을 타파하고 싶었다. 대한민국에 만족하지 말고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악 공연을 선보이자고 단원들을 설득했다.

“2012년이 흑룡의 해였잖아요. 흑룡이 승천하는 모습을 화면에 띄우고 ‘우리에게 흑룡의 여의주는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졌어요. 전 그 여의주가 K-뮤직이라고 봤죠. 단원들 앞에서 ‘세계로 나갈 것인지 청주에 머물러 있을 것인지 여러분이 결정하라’고 했어요.”

K-뮤직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청주시립국악단의 공연부터 바꿨다. 국악 공연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남녀노소가 공감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5월 어버이날을 기념해 열린 ‘얘야, 밥은 먹었니?’ 공연에서는 ‘효(孝)큐멘터리’를 선보였다. 부녀 갈등을 겪고 있던 음악인과 딸이 실제로 화해하는 영상과 장면을 연출해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효 음악회가 모두 비슷해요. 자식 입장에서 ‘부모님, 감사합니다’ ‘엄마, 미안해’라는 제목으로 무대를 꾸미고 감사하는 식이죠. 하지만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내리사랑에는 훨씬 못 미친다고 봤어요.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서 부모님이 우리한테 항상 해주는 말이 뭘까 고민하다가, ‘얘야, 밥은 먹었니’라는 말 한마디가 곧 부모님의 사랑이라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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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대중음악 전문가 총동원, 새 음악 창조

이밖에 퍼포먼스를 강화해 댄서 팝핀 현준과 줄타기 권원태 명인을 무대에 등장시키는 등 다양한 볼거리가 넘치는 국악 공연을 연출했다. 이런 변신에 젊은 관객층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 무료에서 유료로 바뀐 국악단 공연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전석이 매진되고 관객들이 호평을 보냈다.

한 지휘자는 청주시립국악단의 변화에서 K-뮤직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젊은 사람이나 외국 사람에게 청국장을 먹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레시피(재료)를 바꿔야죠. 한국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하되 레시피를 바꾸듯 새로운 창작 음악을 만들자는 게 K-뮤직의 핵심이 됐습니다.”

공연장에서 들으면 웅장하고 멋있는 국악이 음반으로 들으면 ‘귀를 때리는’ 소리로 들리는 것을 개선하고 싶었다. 고급스런 장소에 틀어놓는 클래식 음악처럼 국악도 카페나 호텔 등에 어울릴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한 지휘자는 국악의 5음계를 서양의 ‘도레미파솔라시’ 7음계에 맞출 것을 단원들에게 요구했다. 국악에서 소리 내는 ‘도’는 서양악기의 ‘도’와는 조금 다르다. 단원들은 “국악으로 7음계에 맞추는 건 무리다”라고 말하며 힘들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그러나 한 지휘자는 “우리가 지금 시도를 안 하면 새로운 창조를 할 수 없다. 새로운 음악을 할 것인지 기존 음악을 반복할 것인지 선택은 여러분이 하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단원들이 합심했다. 악기를 개조하고 바꾸는 방법으로 7음계 소리를 만들어나갔다. 정확한 소리를 내고자 대금 구멍을 메우고 뚫는 단원도 있었다.

곡을 만들 때는 국악과 대중음악 전문가들을 총동원했다. <제빵왕 김탁구> OST 제작가로 유명한 김의석씨와 영화 <건축학개론> 음악감독 이지수씨 등 5명의 현직 작곡가를 동원해 K-뮤직 사단을 꾸렸다. 그는 작곡가들과 끊임없는 회의를 하면서 K-뮤직을 정립해나갔다.

“머릿속에 있는 K-뮤직의 이미지를 소리로 만들어내기 위해 작곡가들과 항상 소통했습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K-뮤직은 무엇인가, 기존 음악과 어떻게 차별화를 둘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린 게이트 82’로 K-뮤직 세계 진출 채비

지난해 말에 시작된 곡 작업은 올해 초에 완성되어 15곡의 가녹음을 끝냈다. 곡 제목들 중 일부는 청주의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곡 ‘하트 플로우(Heart Flow)’는 청주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무심천(無心川)의 영향을 받았다.

청주의 대표 하천인 무심천은 어린 아들이 물에 빠져 죽어 슬퍼하는 어미의 사연이 전해 내려오는 곳이다. 슬픈 사연에도 냇물은 무심히 흐른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한 지휘자는 이를 어머니의 사랑이 흐르는 강으로 보았다.

청주를 진입할 때 반드시 지나야 해서 ‘청주의 관문’이라고도 불리는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은 곡 ‘그린 게이트 82(Green Gate 82)’로 태어났다. 82는 대한민국의 국가번호다. 역동적인 한국을 알리는 데 K-뮤직이 관문이 됐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았다.

K-뮤직은 오는 8월이면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정식 음반 출시와 더불어 각종 영상 작업이 끝나면 10월경에는 ‘K-뮤직의 밤’ 공연을 열 계획이다.

한 지휘자는 K-뮤직의 세계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K-팝 열풍을 일으킨 가수 싸이로 인해 세계인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졌어요. 외국에 나가 기획사를 차리지 않아도 대중의 귀를 사로잡는 음악은 이제 전 세계에 퍼집니다. 한국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진 요즘이야말로 K-뮤직이 세계로 나갈 최적의 기회라고 봅니다.”

지난 3월 26일에는 아리랑TV ‘더 이너뷰(The Innerview)’에서 ‘신한류의 중심 지휘자 한진’ 편을 방송했다. 아리랑TV는 전세계 108개국에 방영된다.

“한국 음악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알리고 싶어요. 고급화된 전 세계인의 귀를 만족시키는 K-뮤직으로 새로운 한류를 만들어볼 겁니다. 무척 신나요.”

글·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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