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그렇게 거창한 일은 아닙니다. 명동성당이 매우 특별한 곳이니만큼 공연 수익금도 특별한 곳에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또 누구나 원하는 때에 기도하고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우연히 오신 분도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게 문턱을 낮추고 싶었습니다. 많은 분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서울대를 거쳐 보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03년 12월 뉴욕 카네기홀 데뷔 독주회를 통해 ‘풍부하게 울리는 소리, 정교한 기량을 가진 연주자’로 호평받은 첼리스트 송인정(37). 미국 보스턴 시빅 오케스트라 수석 첼리스트로 활동하다 2008년 귀국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매년 다양한 주제의 독주회로 국내 활동을 활발히 이어나가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 독주회에서 바흐의 전곡을 고른 것은 ‘로망’ 때문이었다. “산악인이 에베레스트 등정을 꿈꾸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언젠가는 도전해보고 싶었고, 한다면 꼭 성당을 무대로 했으면 싶었습니다.”
바로크 음악의 거장 바흐와 명동성당은 썩 잘 어울린다. 1898년 프랑스 코스트(Coste, 한국명·고의선) 신부의 설계에 따라 완공된 명동성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고딕(Gothic) 양식 건물이다.
고딕 양식은 아치형 천장과 높이 솟은 첨탑이 특징으로 바로크시대 유럽의 주된 건축양식이기도 했다.
명동성당의 높은 천장은 그 자체로 훌륭한 울림통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송인정은 “무반주 독주라서 울림이 더욱 중요하다. 일반 공연장에 비해 또렷하지 못한 점도 있겠지만, 명동성당의 높은 천장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울림은 공연장으로서도 괜찮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독주회에서는 명동성당 1층만 개방한다. 긴 의자에 나눠앉아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좌석 구분이 어렵지만 약 1천 석 규모다.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사석을 제외하면 실제 좌석은 훨씬 더 줄어든다.
또 지정좌석제가 아닌 선착순 입장이며 전석 자율기부제로 운영된다. 입장권을 구입하지 않는 대신 입구에서 자율적으로 기부금을 낸 뒤 입장하는 식이다.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클래식 음악을 즐기고, 어려운 이웃도 돕는 일석이조의 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모인 수익금은 서울아산병원을 통해 전액 불우소아환자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선착순 입장으로 전석 자율기부제 운영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역사상 무반주 첼로 독주를 위해 쓰인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평가된다. 첼리스트들에게는 어려서부터 배우는 입문곡인 동시에 세계적 거장도 매일 연습하는 경전 같은 곡이다. 송인정에게는 “배울수록 더 겸손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바흐의 곡은 화려하고 멋진 연주로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악보에 있는 음들을 지나치지 않도록, 악기소리가 잘 울릴 수 있게 이끌어낼 때 좋은 소리를 냅니다. 아무리 능숙해지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겸손한 마음으로 임하게 만드는 음악입니다.”
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바흐의 자필서명이 담긴 악보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다. 189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고서점에서 최초의 필사본이 발견된 이후 추가로 발견되는 필사본마다 화음, 음정,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여러 음들을 어떤 방식으로 소리 내고 연결할 것인지를 지시하는 연주기법)이 다 달라 바흐의 의도를 완벽하게 알 수 없다. 그래서 연주자마다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중요한 공연을 앞두고 있다고 해서 송인정이 첼리스트에만 머물 수는 없다. 한 가정의 안주인이자 두 아들을 돌보는 엄마이기 때문이다. 매일 오전 아이 둘(4·6세)을 각각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낸 뒤에야 마음을 가다듬고 연습을 시작한다.
“연주자로서 공연을 위해 진실하게 준비를 합니다. 입장권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해서 공연의 질을 낮출 수는 없는 거죠. 공연관람을 위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더욱 깊이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온 오후에는 20~30분씩 시간을 쪼개 연습을 한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다. 아이들과 놀아주고 종종 외출도 한다. 아이들을 재운 후에는 인근 연습실로 이동해 자정 무렵까지 첼로 연습을 하고 귀가한다. 첼리스트로서의 삶, 엄마로서의 삶 둘 다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려서 부모님 권유에 첼로를 알게 돼 지금까지 왔습니다. 진로에 고민이 없진 않았지만 감사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면서 그 속에서 음악을 해나가는 요즘 들어 더욱 연주자로서 삶에 감사하게 됐습니다.”
글·남창희 객원기자
공연문의 : 마스트미디어 ☎ 02-541-2512~3
서울아산병원 불우환자 후원문의 : 대외협력실 ☎ 02-3010-6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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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