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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3년 초록빛의 여름.

이파리 한 잎까지도 마음껏 싱그러움을 뿜어내는 여름에 비해 나의 스무 살은 너무 앙상한 것 같았다. 대학생이 된 첫 여름방학은 나를 위해 보내기로 하고, 10년 벗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이른 아침의 영등포역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조금은 어수선해 짜증스럽기도 했지만 여행의 기쁨을 방해하지는 못했다. 우리는 춘천으로 가는 경춘선을 탔다. 꽤 시간이 걸렸기에 그만큼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기숙사에서 지내던 고등학교 시절,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이지만 대학생이 된 뒤로는 만날 시간이 없었다. 지하철 안에서 우리는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를 나눴다. 여행의 즐거움은 함께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 속에서 두 배가 됐다. 가평역에 도착하자 푸른 하늘과 따가운 햇볕이 우리를 반겼다. 셔틀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셔틀버스는 남이섬, 프티프랑스, 아침고요수목원, 자라섬 등의 코스를 돌았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남이섬이었다. 배를 타고 남이섬의 아름다운 경관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뜨거운 햇볕을 씻어내는 시원한 바람이 한없이 반가웠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날이었지만 나무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해졌다. 강물에 발을 담가봤다. 작은 자갈까지도 선명히 보이는 맑은 물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수다를 떨어서였을까. 금세 출출해졌다. 시원한 메밀국수를 먹었다. 동네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국수였지만 남이섬의 맑은 공기와 함께 먹으니 특별한 맛이 느껴졌다.

남이섬에는 도자기 등 한국을 상징하는 기념품들이 있었다. 재활용품으로 만든 작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눈사람 키스장면’ 촬영지도 있다. 그래서인지 남이섬은 연인들로 가득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친구가 남자친구였으면 하는 아쉬움(?)마저 들었다. 쁘띠프랑스로 가기 위해 걸음을 서둘렀다. 쁘띠프랑스는 프랑스의 여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한국 속의 ‘작은 프랑스’였다. 남이섬이 한국적 분위기라면 쁘띠프랑스는 이국적이었다.

서울에서 조금 발걸음을 옮겼을 뿐인데, 벗과의 추억을 얻었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아름다운 풍경에 젖어들 수 있었다. 내 인생에서 여름은 이제 시작이다. 좀 더 성숙해질 가을도 올 것이고, 힘든 겨울을 이겨내면 봄이 올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강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여름을 맞게 될 것이다. 내 스무 살의 여름은 더없이 싱그럽고 화사했다. 2014년의 여름이 기다려진다.

글·민지영 대학생·서울 구로구 구로동 201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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