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그동안 한국 스키는 겨울올림픽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꾸준하게 올림픽 무대에 도전했지만 성적보다는 참가에 의미를 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소치 겨울올림픽에서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한국 스키 최초로 메달권 진입을 노리는 선수가 있어서다.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부문 최재우(20·한국체대)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최 선수는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스키 역대 최고 성적인 5위에 오른 데 이어 같은 해 4월 FIS(국제스키연맹)가 주관한 월드컵 시리즈 모굴 부문에서 ‘올해의 신인상’을 받으며 일약 모굴 스키계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최 선수가 올림픽 메달이 없던 한국 스키의 갈증을 풀어줄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프리스타일 스키 종목 중 하나인 모굴 스키는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종목이다. 일반인에게 익숙한 알파인 스키와는 다르다.
눈 둔덕이 이어진 울퉁불퉁한 슬로프를 빠른 속도로 내려오다 공중에서 멋진 점프도 선보이는 다이내믹한 종목이다. 그 생소한 종목에 ‘무서운 신예’ 최재우가 도전장을 던졌다. 최 선수는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최재우의 기량은 어렸을 때부터 주목받았다. 13세이던 지난 2007년 캐나다 청소년대회에서 모굴 부문 1위에 올랐고, 2009년 최연소 모굴 국가대표로 뽑혔다. 이어 2012년 2월 이탈리아 발말렌코에서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스키 사상 첫 동메달을 따냈고, 지난해 국제연맹이 선정한 신인상까지 탔다. 성장 과정만 놓고 보면 탄탄대로다.
독하게 배운 최고 수준의 점프
그는 모굴 스키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점프의 최고 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는 “하루에 수백 번씩 넘어지고 얼굴이 까져도 새로운 점프를 하나 배운다는 생각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태릉선수촌과 한국체육대학교에 있는 체조장의 트램펄린에서 점프의 기본기를 다졌고, 일본 나가노현 하쿠바에 있는 수영장 워터 점프대에서 실제 공중 동작을 하면서 기술을 가다듬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학교 선배인 ‘체조 스타’ 양학선(22·한국체대)을 찾아 점프 노하우도 전수받았다. 2012 런던올림픽 체조 도마 금메달리스트인 양학선은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 ‘양1(도마를 정면으로 짚은 뒤 세바퀴 회전)’을 보유할 만큼 ‘점프의 신’으로 알려져 있다. “학선이 형이 잘한다고 칭찬하더라”며 환하게 웃는 그는 “도약과 착지에서는 모굴 스키와 체조가 다르다. 하지만 공중동작은 유사한 게 많다. 어떻게 해야 공중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는지 학선이 형한테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최재우는 2006 토리노 겨울올림픽 모굴 동메달리스트 토비도슨(한국명 김봉석) 코치의 조련을 받고 있다. 도슨 코치는 최재우에 대해 “새 기술을 조금만 가르쳐도 그걸 빨리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녹여낸다. 연습할 때마다 점점 더 향상되는 모습을 보며 지도자로서 보람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재우는 좋은 기량을 갖춘 영특한 선수”라고 칭찬하면서 “긴장하지 않고 늘 자신 있게 하는 모습 그대로 올림픽에 도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 최재우가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많다. 그는 “여름에 힘들게 훈련했던 만큼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기량을 다 보여주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것이다. 실수 없이 경기를 하고 내려오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궁극적인 그의 목표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시상대에 서는 것이다. 최재우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겨울 스포츠 하면 빙상을 더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초의 설상종목 메달리스트가 돼 한국의 모굴 스키를 세계에 알리는 최초의 선수가 되고 싶다. 피겨의 김연아, 수영의 박태환 같은 선수처럼 모굴 하면 내 이름을 떠올리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지한(일간스포츠 기자) 201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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