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2월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500개사(제조업 300개, 기타 서비스업 200개)를 대상으로 ‘중소기업 요구 인력상’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경영자 10명 중 8명은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직을 기피(매우 기피 24.6퍼센트, 조금 기피 55.8퍼센트)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경영에 영향을 주고 있다’(큰 영향 40.4퍼센트, 보통 41.2퍼센트)고 답했다.
그러나 여기, 여타의 기업들과는 달리 인력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중소기업이 있다. 이 회사는 구인·구직 사이트에 채용 공고를 내지 않는다. 한 달 평균 2만 명이 회사 홈페이지를 방문해 채용 공고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굳이 유료 결제를 해야 하는 취업 사이트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실제 최근 회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기획자 2명을 모집하는 공고를 내자 300여 명의 지원자들이 몰렸다.
이 회사는 ‘한국 벤처업계의 구글’이라 불리고 있는 핸드스튜디오다. 이 기업은 스마트TV를 이용해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교육방송 등을 시청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스마트 TV 앱 개발회사다.
2010년 2월 세운 핸드스튜디오가 현재까지 개발한 스마트TV 앱은 200여 개에 이른다. 핸드스튜디오는 창업 6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으며, 지난해에는 3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비단 기업의 성장성 때문만이 아니다.
핸드스튜디오는 전 직원이 30명에 불과한 작은 기업임에도 사원 복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결혼하는 직원에게는 예식 비용으로 1천만원을 지원해 주며 한 달에 하루는 직원들이 회사 업무에서 벗어나 각자 자신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직원들이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다.
지난 10월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핸드스튜디오에서 안준희(31) 대표를 만났다. 안 대표는 “회사를 세운 목적 자체가 돈이 아니라 좋은 기업문화 양성이었다”며 “직원들이 ‘오기 싫은 곳’이 아닌 ‘오고 싶은 곳’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업을 꿈꿨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첫 직장은 은행이었다. 연봉도 높고 복지도 좋아 많은 청년들이 선망하는 ‘꿈의 직장’이었다. 그러나 그는 입사 3개월 만에 그만뒀다.
“다들 좋은 회사라고 하는데 저는 미래가 잘 안 보였어요. 사람들마다 가치가 다르겠지만 젊은 사람들에게는 돈 외에 ‘그 회사에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가’가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이곳이 내가 성장하기에 얼마나 좋은 토양인가’를 계속 생각했죠.
그런데 아무래도 조직이 커서 그런지 직원들이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막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별로 성장할 수 없으리라는 판단이 들어 회사를 그만뒀어요.”
송년회는 부모님들 초대 ‘1박2일 공식 효도의 날’
이후 안 대표는 3년 동안 작은 규모의 회사와 공장을 돌아다니며 일을 했다. 비록 연봉과 복지 조건은 이전 회사에 비해 좋지 않았어도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는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서였다.
안 대표는 여러 기업들을 돌아다니며 자신처럼 ‘좋은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같이하는 청년 두 명을 만나게 됐다. 그런 20대 청년 세 명이 만든 회사가 바로 핸드스튜디오다. 핸드스튜디오는 직원 평균 연령이 28세인 ‘젊은 회사’다. 안 대표는 “대기업에 비해서는 복지에 쓰는 금액이 적을 수밖에 없지만, 젊은 직원들의 취향을 고려해 현재 직원들의 관심사를 복지 제도에 활용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 직원들은 한 달에 한 번은 무조건 컴퓨터를 끄고 밖으로 나간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탄다. 재미있는 영화가 개봉하면 영화관으로 향한다. 핸드스튜디오는 직원들이 일하느라 ‘패션 감각’을 잃는 것도 우려한다. 직원들에게 백화점 상품권을 나눠 주고 ‘여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옷 골라오기’와 같은 미션을 전달한다. 직원들은 구입한 옷을 가져와 회사에서 패션쇼도 벌인다.
이 회사에 입사한 직원들은 각각 국내 저소득층 가정의 어린이 한 명씩과 결연한다. 이때 드는 후원금은 회사가 직원 이름으로 낸다.
핸드스튜디오는 송년회도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한다. 안 대표는 “대부분의 회사가 송년회 때 회식을 하지만 우리 회사의 경우 1년에 한 번 ‘공식적으로 효도하는 날’로 정했다”고 말했다.
“송년회 때는 전국에 계시는 직원 부모님들 모두에게 비행기표를 보내 드립니다. 그래서 서울의 고급 호텔에서 1박 2일 동안 머무르시도록 하고, 저희들이 1년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를 말씀드려요. 회사가 가진 비전을 가족들과 공유하다 보면 직원들도 더욱 열심히 일할 기운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최근 안 대표는 새로운 복지 제도를 구상하고 있다. 바로 탁아소를 만들어 직원들이 자녀들의 손을 잡고 출근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회사 복지는 ‘영구적인 제도’가 아닙니다. 그때그때 직원들이 원하는 것을 반영한 ‘유연한 복지’를 하는 게 목표예요. 또한 나아가서는 이익 창출보다 직원들의 복지에 더 많은 공을 들이는 회사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내고 싶습니다. IT업계에서만큼은 ‘사람이 재산’입니다.”
글·김혜민 기자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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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