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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보람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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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유성구에 본부를 둔 국방과학연구소는 국내 유일의 국방연구개발 전문기관이다. 주성진(50) 박사는 국방과학연구소의 제1호 여성 연구원이다.

“운이 좋았어요. 대학 졸업 무렵 남자 동기들이 병역특례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에 지원하는 모습을 보고 함께 지원했는데, 동기들은 군대 보내고 제가 들어오게 된 거예요, 하하”

주 박사를 국방과학연구소 인근 대전국립현충원의 호국장비 야외전시장에서 만났다. 전시장의 구형 전투기와 초계기 등의 모습은 지금의 국방과학연구소 이미지와 대조적이다. 자주국방을 목표로 1970년 설립된 국방과학연구소는 우리의 국방과학기술수준을 세계 230여 국가 중 10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해 왔다.

한양대 수학과를 졸업한 주 박사는 1989년 2월 연구소에 입소, 그간 국무총리 표창, 여성과학자상, 국방부 장관 표창, 방위사업청장 표창, 국방과학상 등을 수상했다.

“대부분의 무기체계 관련 연구는 수많은 연구원의 협력으로 개발됩니다. 그 과정에서 수상도 하게 된 것이죠.”

국방과학연구소는 대덕특구의 30개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유일한 국방부 산하 기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덕특구에서 가장 여성친화적인 연구기관으로 꼽힌다. 그 중심에는 주 박사를 중심으로 한 여성 연구원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있었다. 약 3천명의 국방과학연구소 직원 가운데 여성이 약 300명이고, 이 중 100명 정도가 연구원이다.

“제가 연구소에 들어왔을 때에는 여자화장실이 없는 건물도 있었지만 지금은 새로 건물을 지을 때 모성보호실을 어디에 둘지부터 고려할 정도로 여성친화적인 기관으로 변모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08년 4월 여성개발위원회를 정식 조직으로 구성해 이 위원회를 중심으로 일·가정 양립을 위한 활동을 추진해 왔다. 그간 대전 본부 내에 7개의 모성보호실을 설치했으며, 남성 직원을 위한 ‘배우자 출산휴가제’ 도입을 이끌었다.

또한 대전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과학특강, 이공계 여대생과의 멘토링 활동, 연구소 내 경력 멘토링 활동 등을 추진했다.

주 박사는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수석총무 등 외부활동을 통해서도 여성친화적인 연구개발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

“대덕특구 내 10여 개 연구원 대표들이 월 1회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여성친화적인 연구환경 조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어떤 때에는 벤치마킹을 하면 쉽게 풀리는 일도 있어요.”

그는 <누가 뭐래도 우리는 간다 : 이공계를 지망하는 여학생을 위한 여성과학자 20인의 멘토링>에 공저자로 참여(2010년)하는 등 이공계 여대생들의 멘토로 활발히 활동해 왔다. 그 역시 같은 연구단지 연구원이던 남편과 결혼해 아들 둘을 키우면서 일을 병행하는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똑같은 말을 해도 여자라서 그러나 하는 시각도 있었고, 여자를 출장 보내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요. 아직도 이공학 분야에서 여성은 소수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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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기회, 일단 하고 본다”가 첫번째 신조

주 박사는 이공계 여대생들에게 멘토로 활동하며 가장 많이 들려주는 말이 “신조를 가져라”라고 했다. 그의 첫번째 신조는 ‘위기가 기회’이다. 주 박사는 원래 고교 때 문과였다가 너무나 수학 공부가 하고 싶어 수학과를 지원했다. 그런데 막상 대학에 가니 수학2와 물리를 배우지 않아 애를 먹었다. 이를 밤샘 공부로 극복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동기들보다 실력이 나아지더라는 것이다.

“연구소 선택도 일종의 위기였어요. 어릴 때부터 장난감 무기를 갖고 놀고 군 복무를 해야 하는 남자들에게 무기는 본‘ 능’에 가까웠지만, 여자인 저는 일일이 공부하고 외워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걸 공부로 극복하니 상도 받고, 자리를 찾게 되더군요.”

이와 함께 ‘이건 죽어도 아니다가 아니라면 일단 해 본다’, 그리고 <채근담(菜根譚)>의 한 구절인 ‘독수리는 조는 듯이 앉아 있고, 호랑이는 앓는 듯이 걷는다(응립여수 호행사병 : 鷹立如睡 虎行似病)’를 신조로 꼽았다.

“독수리와 호랑이는 나는 것, 걷는 것의 왕인데도 평소 모습은 초라하지요. 이를 통해 두 가지 교훈을 얻는데, 하나는 평소 내가 발톱 세우고 이빨 보이면 친구가 없다는 의미이고, 또 다른 의미는 남 역시 겉은 초라해 보여도 그 안에 독수리와 호랑이의 위엄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교훈입니다. 이 말에 학생들이 많이 공감하더군요.”

여성 불모지에서 이 같은 깨달음을 얻으며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온 주 박사는 현재 대외협력실장을 맡고 있다.

“최근 국방연구개발의 패러다임이 민간 참여 개방형 연구개발을 지향하고, 도전적·창의적인 신기술 개방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지난 40년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방의 초석을 닦았을 뿐 아니라 390여 개의 국방 기술을 민간과 방위산업체로 이전하여 1조1,2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주 박사는 대외협력실장으로서 오는 5월 31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민군기술협력 페스티벌과 연계해 열리는 국방기술거래장터(DTiMS) 게재 기술을 활용한 ‘청년창업 경진대회 및 사업화 아이디어’ 사업 진행도 맡았다.

“이공계 여대생뿐만 아니라 모든 남녀 지원자들에게 하는 말이지만, 우리 연구소에는 문·이과 모든 전공자가 일하고 있습니다. 다른 연구소들도 ‘정보’나 ‘한의학’ 등 이름이 붙는다고 관련전공자만 선발하는 게 아니니 시야를 넓게 가지고 도전하기 바랍니다.”

글·박경아 기자 201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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