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는 어디서건 아기 울음소리가 반갑다. 밖에는 장맛비가 한창인데 강보에 싸인 신생아를 안은 분홍 가운의 산모가 로비를 지난다.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산부인과 전문 미즈메디병원이다. 이 병원은 전체 근로자의 85퍼센트가 여성이고, 전체 근로자의 절반이 간호사다.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의 병원인 셈이다.
이 병원 내시경실에 근무하는 간호사 7명 중 2명이 반듯한 시간제일자리 간호사다. 간호사 신순이·장인회씨가 바로 그들이다.
2011년 5월부터 이곳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시간제일자리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이들은 서른아홉 동갑내기 주부에, 자녀가 3명이며 경력 단절기간이 10년가량이란 점도 닮았다.
장맛비가 종일 쏟아지던 7월 23일, 이 병원 내시경실에서 이들을 만났다. 뜻밖에도 신씨는 임신 중이었다. “임신 33주예요. 아들만 셋인데, 이번엔 딸이래요.”
신씨가 활짝 웃었다. ‘아들 삼형제를 키우면 엄마가 깡패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6세·9세·11세 아들 삼형제를 키우는 신씨의 미소는 부드러웠다. 마음의 여유가 이런 밝은 웃음을 만든 것일까. 이곳에서 시간제일자리 근로자로 일하는 소감을 물었다.
“정말 만족스러워요. 주변에서 무척 부러워합니다. 저와 같은 간호사뿐만 아니라 집에서 쉬고 있는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예요.”
정규직인 시간제일자리는 4대 보험은 물론 다른 복리후생도 적용받는다.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가 아니다 보니 계약이 언제 끝날지 모를 불안감도 없다.
“임금은 풀타임 간호사보다 적지만, 일찍 일을 마치고 아이들과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신씨의 얼굴에 행복한 ‘엄마 미소’가 번졌다.
미즈메디병원의 이재욱 인사과장은 “병원에서 실시하는 각종검사를 받을 때 공복 상태를 유지해야 해서 보통 오전에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일손이 부족한 오전 시간대 검사업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시간제일자리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같은 중소 병원들은 대형 병원들에 밀려 항상 간호사 인력난에 시달립니다. 또 간호사는 야근이 많은 3D 업종이어서 나날이 종사자가 줄어들고 있어요. 야근이 많다 보니 결혼 후 일을 포기하고 장롱 면허인 채로 지내는 분들이 적지 않아요. 그런 점에서 시간제일자리는 간호사 인력난도 일부 해소하고, 경력이 단절된 유휴 여성인력들을 채용한다는 점에서 좋은 제도입니다.”

“일손 부족한 직종에 시간제일자리는 새로운 기회”
미즈메디병원이 시간제일자리를 도입한 뒤 예상치 않은 상황도 뒤따랐다. 기존의 풀타임 직원 가운데 결혼과 출산 이후 육아 문제로 고민하다 시간제일자리 근무를 자청하는 경우들이 생긴 것이다.
2008년부터 미즈메디병원 연구소에 근무해온 김숙령(37)씨도 올해 시간제일자리로 자리바꿈을 했다.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시간제일자리로 전환신청을 한 것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육아 등의 이유로 일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되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고, 병원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인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미즈메디병원에서는 2012년 4월부터 시간제일자리 적용이 가능한 업무 파트에서 풀타임 근로자의 시간제일자리로의 전환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미즈메디병원의 시간제일자리 근로자는 처음부터 시간제일자리 근무자로 채용한 경우가 2명, 시간제일자리로 전환한 경우 3명 등 모두 5명이다. 아직 이 병원에서 시간제일자리 근로자의 비중은 작지만 간호사란 전문 직종에 시간제일자리 제도를 적용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풀타임 근로자가 육아와 일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간호사 신순이씨는 “주변을 둘러보면 시간제일자리에 대한 욕구는 많은 반면 반듯한 시간제일자리가 적다”고 아쉬워했다.
“보육 지원보다는 시간제일자리를 지원하는 것이 엄마들이 일도 하고, 아이들과 더 오래 함께 지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는 종일 엄마와 떨어져서 보육시설에 있는 것보다 엄마와 좀 더 많은 시간 함께 있는 것이 정서발달에 좋다고 봅니다. 엄마들 역시 아이를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고요.”
이재욱 과장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직 근로자 입장에서는 ‘시간제’란 타이틀에 대해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기업들도 시간제일자리에 대한 지원금 제도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면서, 무엇보다 시간제일자리에 적합한 업종들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간제일자리가 장점만 가진 것이 아니므로 무조건 확산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 병원에서처럼 시간제일자리를 적용하기에 적합한 업종들이 있을 겁니다. 이러한 적합 업종을 찾아내고 널리 알리는 것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유능한 유휴 인재 확보란 시간제일자리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길일 것입니다.”
글과 사진·박경아 기자
시간제일자리 지원 문의 노사발전재단 일터혁신2팀 ☎ (02) 602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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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