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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넘은, 당돌한, 놀라운 용기 당신은 가지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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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이스라엘 출신의 벤처기업가 아비람 제닉은 1992년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열아홉 살 사업가가 창업한 벤처기업은 개인용컴퓨터(PC)에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전문 개발업체였다.

“PC 보급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보고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게임이나 단어 찾기 같은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대기업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일감이 늘자 제닉 대표는 아예 사무실을 미국의 실리콘밸리로 옮겼고, 불과 3년 만에 마이크로소프트사에 기업을 매각했다. 10대에 창업해서 글로벌 기업이 인정하는 사업체를 만들어낸 것이다. 성공 비결을 묻자 그는 “이스라엘에서는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으면 모든 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이스라엘 창조경제 시스템의 수혜자라고 소개했다. 기업 등록부터 자금 지원, 멘토링 서비스까지 그가 원할 때마다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제닉 대표가 창업에 걸린 시간은 반나절에 불과했다. 창업자금은 벤처투자회사와 가족이 지원했다. 벤처 창업 경험이 있는 친인척과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선배들, 정부 창업센터에서 사업 방향에 대해 조언을 받았다.

심지어 미국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내는 일도 사업증명서 한 장만 미국에 팩스로 보내고 마무리됐다.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에 제닉 대표의 회사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보증해줬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1980년대부터 창조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인구 780만 명에 불과한 이스라엘이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기업을 나스닥에 상장한 정보통신(IT) 강국으로 올라서게 됐다.

제닉 대표는 도전을 장려하는 기업 문화도 강조했다. “도전 문화를 이야기하면 꼭 언급해야 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주제넘은, 당돌한, 놀라운 용기 등의 의미가 있는 ‘후츠파(Chutzpah)’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이스라엘 특유의 도전정신을 일컫는 말이지요.”

제닉 대표는 도전을 장려하는 문화를 고속도로와 일반도로에 비유해서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 최고 학부인 테크니온공대 출신이다. 동창 상당수는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고속도로에서 성공을 향해 달리는 셈이다. 하지만 동창 중에는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들도 여럿이다. 이들이 지방국도나 비포장도로를 선택한 이유는 자신만의 꿈을 위해 도전하기 위해서다.

그도 자신의 꿈을 위해 1999년 IT 보안기업인 비욘드 시큐리티를 설립했다. 정부 기관과 기업을 위한 해킹 방지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회사다. 3명이 사무실 하나로 시작한 기업은 지금 세계 10여 개국에 진출해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보안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벤처 창업에 성공한 이스라엘 출신 선배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며 한국과 인연을 시작했다. 3년 전 한국인 아내를 만나 결혼하면서 매월 2~3주는 한국에서 지낸다. 한국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며 자연스럽게 한국 벤처기업들을 지켜보게 됐다. 그는 한국에 창조경제 시스템이 자리 잡기 위해 두 가지 필요한 점이 있다고 조언했다. 하나는 창업 초기 기업을 위한 자금이다.

“펀딩이 어렵습니다. 50억원 투자받는 일보다 5,000만원 받기가 더 어렵습니다. 벤처투자 기업들에서 운영하는 자금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성공 가능성이 큰 소수 기업 위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벤처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5,000만원씩 1,000곳에 투자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나서야 할 일 같습니다.”

그는 이스라엘 벤처 창업자의 평균 창업 비용이 대부분 1,00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작게 시작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실패비용이 1,000만원이라면 언제든지 다시 재기할 수 있다. “벤처는 아이디어와 기술이 중요합니다. 1,000만원으로 성공 못하는 기업인은 10억원을 줘도 못합니다. 초기에 가능성 있는 창업자를 선별하기 위해서도 초기 소액투자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두번째는 창업자를 위한 멘토링 시스템이다. 가이드가 없기에 미국이나 유럽 같은 시장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시간과 자금의 낭비가 발생한다. 먼저 진출해서 성공한 선배들이 적은 데다 교류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는 “비즈니스 네트워크는 그 자체로 커다란 경쟁력”이라며 “경험을 살려 한국 벤처인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닉 대표는 지난해부터 이스라엘 전문 투자 컨설팅기업인 코이스라와 함께 한국의 신생 벤처기업을 위한 컨설팅 사업을 벌이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지만 이를 비즈니스와 연결시키지 못하는 기업이나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도 기회를 찾지 못하는 기업이 대상이다.

제닉 대표는 자신이 적임자라고 자신했다. 미국 IT산업의 본산인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벌인 경험도 있고 미국 주요 IT기업이 주목하는 기술과 산업의 흐름에도 밝다. 이스라엘 출신 사업가와의 탄탄한 네트워크도 있다. 무엇보다도 실제로 사업을 해서 성공한 경험이 있다. 제닉 대표는 할 수 있는 한 많은 한국 벤처기업을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은 경제대국입니다. 이스라엘에 없는 글로벌 대기업이 있고 동료와 함께 일하는 조직 문화도 강합니다. 여기에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벤처 기업군이 더해지면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습니다. 내 아내의 나라가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이어 한국이 나스닥에 많은 기업을 상장하는 나라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글·조용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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