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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암, 바~암, 밤, 밤~.”

“좋아! 소리는 그대로 유지하고, 크레센도에 신경 써야 해.

‘점점 세게’를 기억하고, 다시 시작해 보자! 첼로는 소리가 작아지면 안 돼!”

“바~암, 바~암, 밤, 밤~.”

“아주 잘했어요. 그런데 82번째 마디 보니깐 ‘바~밤’ 부분을 더 세게 해야 돼. ‘바~밤’ 세게 하고 끝나야 하는 거 기억해서 다시 해보자. 82 마디부터 시작!”

지난 9월 24일 오후 6시, 경기 부천시 원미구에 위치한 복사골문화센터에서는 오케스트라 연습이 한창이었다. 50여 명의 아이들이 첼로, 클라리넷, 바이올린 등 각자의 악기를 들고 열심히 연습 중이었다. 경쾌한 악기 소리가 연습실을 가득 메웠다.

이 아이들은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일주일에 3일 이상 센터를 찾아 연주 연습을 하고 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9월 26일 경기 가평에서 열리는 세번째 합주 캠프를 앞두고 강도 높은 연습에 한창이었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를 모토로 하고 있다. ‘엘 시스테마’는 본래 스페인어로 ‘시스템’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재는 베네수엘라 빈민층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한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인다.

베네수엘라에 ‘엘 시스테마’가 있다면 한국에는 ‘꿈의 오케스트라’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0년부터 서울, 경기 부천, 경북 포항 등 전국 30개 지역에서 ‘꿈의 오케스트라’를 운영 중이다. 현재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단원들은 전국적으로 1,600여 명에 이르며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고 있는 아이들 중 70퍼센트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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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보다 밝아진 모습에 친구들이 깜짝 놀라요”

2011년부터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부천 부일초등학교 5학년 신수정(12) 양 역시 ‘꿈의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성격이 훨씬 밝아졌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수정 양은 바이올린소리를 잡아주는 ‘마스터’ 역할을 하고 있다. 수정 양과 함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부천 상동중학교 1학년 유세주(14) 양은 “처음엔 수정이가 애들하고 활발하게 어울리는 편이 아니고 혼자 조용하게 지내는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수정 양은 ‘꿈의 오케스트라’ 캠프를 앞두고 한창 들떠 있었다. 수정 양은 “캠프에 가면 연습도 열심히 하고, 많은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 노력도 할 생각”이라며 “혼자 악기를 연주하는 게 아니라 여럿이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유세주 양의 꿈은 피아니스트다.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은 세주 양은 이곳에 오면 마음놓고 연습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지금 여기선 바이올린을 하는데 원래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쳤어요. 그런데 집에서는 아무래도 윗집, 아랫집과 붙어 있어 마음대로 연습하기가 어려워요. 다른 사람들한텐 시끄러울 수 있잖아요(웃음). 그런데 이곳에선 마음대로 바이올린도 연주하고, 다른 악기 소리를 마음껏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아요.”

현재 부천 지역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은 86명이다. 다른 지역의 단원들이 평균 50여 명인 것에 비하면 많은 편이다.

2011년부터 부천문화재단 ‘꿈의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채은석 음악감독은 음악을 통해 아이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단원 중에 낯선 사람들과는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움이 많고, 소심했던 아이가 있었어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했죠. 오케스트라에 와서도 늘 ‘하기 싫어요’라는 말을 했어요. 매사에 부정적이었던 아이가 음악을 접하면서 차츰 긍정적으로 변해 가더라고요. 아이들은 마음 붙일 곳이 한군데라도 생기면 달라질 수 있어요.”

채은석 음악감독은 아이들에게는 악기 연주가 친구를 사귀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한 사람이 하나의 악기를 연주할 수 있게 되면 자신과 무언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연주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10월 20일 서울 덕수궁 중화전에서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 청소년 오케스트라단 100명과 함께 합동 공연을 하기 때문이다. 이 무대에 서기 위해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 1,600여 명 중 100명이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이날 공연은 오후 5시부터 7시에 진행되며 베네수엘라 전통 음악,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 등이 연주된다. 채은석 음악감독과 ‘엘 시스테마’ 출신의 차세대 음악가 ‘디트리히 파레데스’가 지휘자로 나선다.

‘꿈의 오케스트라’에 참여하고 싶으면 전국 30개 지역에 있는 기관을 찾아 신청을 하면 된다. 이 오케스트라 단원의 70퍼센트는 저소득층 등 사회취약계층 아이들로 구성되며 30퍼센트는 그외 가정의 아이들로 구성된다. 사회취약계층 아이들은 신청을 하면 누구든지 단원이 될 수 있으며 다른 자녀들은 학부모 면접, 선착순 등 각 지역 거점기관의 선발 방식에 따라 참여할 수 있다.

글·김혜민 기자 2013.09.30

꿈의 오케스트라 www.orchestrakid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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