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한돈부문’ 품질평가 대상 ‘개미와 베짱이’ 농장 이건식 대표

“뭔가를 바라고 일한 건 아닌데, 이렇게 상을 받고 나니 그간의 고생스러움을 보상받은 기분이 들고 기쁩니다. 살을 에는 듯이 추워도 요즘 정말 일할 맛이 납니다.”
12월 13일 ‘제11회 전국축산물품질평가대상’에서 한돈부문 대상(국무총리상)을 수상한 ‘개미와 베짱이’ 농장 이건식(57) 대표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주관하는 전국축산물품질평가대상은 축종별 고품질 생산 우수 농가를 선정·시상한다. 축산농가의 사기를 높이고 우수 축산물 생산모델을 발굴, 공유해 국내 축산물의 품질 고급화를 촉진하기 위한 행사다. 이 대표는 한돈부문에서 전국 평균(68.3퍼센트)보다 15.7퍼센트 높은 84.0퍼센트의 육질 1등급 이상 출현율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돼지 10마리를 출하할 때 8~9마리가 육질 1등급 이상을 받는다는 얘기다.
몇 해 전 양돈 산업의 선진국으로 꼽히는 네덜란드로 연수를 간 것이 계기가 됐다. 네덜란드는 양돈 산업이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까닭에 모든 농장에서 시설, 환기, 방역, 모돈 관리 등의 사육관리 시스템이 매뉴얼화돼 있었다. 특히 농장 내에 오밀조밀한 구조물 등을 설치해 바람의 흐름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를 눈여겨본 이 대표는 귀국하자마자 자신의 농장에 이런 환기시설을 바로 적용했다. 사육장 내에서 바람이 많은 곳에 구조물을 설치해 일정한 유속을 유지하고 돼지의 호흡과 체중, 두수 등을 고려해 환기 방법도 달리했다. 또 사육 환경에 맞춰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대표는 실험정신을 발휘했다. 방법을 달리 시도할 때마다 꼼꼼히 기록하고 데이터화해 최적의 조건을 찾아내는 데 주력했다.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어두운 색상의 구조물이나 자재를 쓰는 것을 피했다. 일부러 밝은 색 자재를 이용해 수시로 청소하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 차단 방역에도 만전을 기했다. 이 대표는 농장 전체를 잘 정돈하는 것을 비롯해 외부인이 들어올 수 있는 한계선을 농장으로부터 100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 설정했다. 농장 내 유휴공간을 충분히 확보해 차단 방역을 철저히 했다. 양돈사육장에 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하고 각종 오염원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는 철저한 방역시설을 갖췄다.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돌아보면 이게 천직”
이 대표가 올해 축산물품질평가대상을 수상한 데에는 무엇보다 ‘출하 환경’을 바꾼 것이 한몫했다. 대부분 농장들이 돼지의 생산성 향상에만 신경을 쓰기 십상인데, 이 대표는 돼지의 상태를 고려해 출하 시기를 조절하는 등 출하에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예전에는 하루의 대부분을 돼지를 키우는 데만 몰두했다면 올해는 오전에는 돼지를 키우고 오후에는 이틀 뒤 출하 예정인 돼지의 무게를 달고 상태를 점검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예전에는 돼지를 키우기만 하면 어디든 출하할 데는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출하 두수가 1천만두를 웃돌면서 돼지를 키워도 출하할 데가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위기입니다. 잘못하게 되면 출하할 때마다 페널티를 받게 되니까 페널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자꾸 연구하게 되더라고요. 과학 축산이나 친환경 축산을 실천해 본 거죠.”
같은 사육장 안에 있더라도 첫째 칸과 마지막 칸에 있는 돼지는 출하 시기가 15일 정도 차이가 난다. 자연히 지육중량이나 등 지방 두께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사실을 간파한 이 대표는 출하 전에 돼지의 체중을 달고 상태를 면밀히 살폈다. 이를 기준으로 돼지를 선별해 균일한 체중의 돼지를 출하했다. 또 달별·계절별로 돼지 무게며 상태, 출하 시기 등을 꼼꼼히 기록해 오차를 줄여나갔다. 이 같은 데이터들은 이 대표만의 노하우로 올곧게 남아 있다. 30년 전 돼지 12마리로 양돈을 시작한 그는 현재 4,500여 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고 매달 700~800두 정도를 출하하는 대규모 농장주가 됐다.
실패와 좌절도 있었다. 11년 전 화재로 양돈사육장 대부분이 전소돼 돼지 1천여 마리를 잃었다. 해마다 1천만원씩 상승하는 사료값도 늘 큰 장벽이었다. 지난 2010년에는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자식 같은 돼지 전부를 살처분해야 했다.
“그 해 12월 초 출하가 금지됐어요. 당시는 이웃끼리 악수조차 하지 않고 수시로 이곳 저곳을 소독하며 외부와의 접촉도 아예 차단했지요.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어요. 아무 일 없이 넘어가나 싶었는데 결국은 살처분을 했습니다. 그때 심정이란….”
이 대표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자식처럼 키우던 돼지들이 구덩이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쓰던 모습을 두번 다시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라고 했다. 그 일을 겪은 뒤 이 대표는 1년이 넘도록 돼지 사육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양돈을 다시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부터다. 그리고 이번에 한돈부문 대상을 받았다.
“30년 동안 돼지를 키웠습니다. 천직이라고 할까요. 돌아보면 어렵고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날들도 많았는데, 키우면 또 그 만한 보람이 있습니다. 앞으로 더 괜찮은 돼지를 기르려면 더 노력하는 수밖에요.”
말을 맺기도 전에 돼지 우는 소리에 눈을 돌리는 그는 역시 ‘돼지 아빠’였다.
글과 사진·이은정 객원기자 2013.12.23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