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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절전왕’ 박진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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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에 사는 주부 박진선(39) 씨 집에서는 플러그가 꽂혀 있는 전기제품을 볼 수 없다. 쓰지 않는 전기제품의 플러그는 무조건 뽑기 때문이다. 남편과 두 자녀를 포함해 네 식구가 올해 사용한 전력량은 평균 114킬로와트로 우리나라 4인가구 기준 월평균 전력소모량(330~380킬로와트)의 3분의 1 수준이다. 전기요금은 2만원이 채 나오지 않는다. 절전한 덕분에 박 씨는 2년 연속 서울 성북구의 절‘ 전왕’으로 뽑혔다.

성북구는 2013년부터 성북구청 환경과, 환경단체인 녹색연합과 함께 관내 가정을 대상으로 전력소비량과 생활습관 등을 평가해 절전 가정을 선발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2013년 10월~2014년 3월)에도 전력소비량이 가장 적은 10개 가정을 뽑았다.

박 씨는 “부모님이 전기나 물 등을 절약하는 것을 보면서 자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습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가급적 전기밥솥 대신 압력밥솥 사용

박진선 씨가 절전을 위해 가장 기본으로 여기는 실천요령은 안 쓰는 전기제품 플러그를 뽑는 일이다. 그 다음으로 전기가 가장 많이 소모되는 전기밥솥을 쓰지 않는 일이다. 그는 “가급적 압력밥솥을 이용해 먹을 만큼만 밥을 짓고 남은 밥을 데울 일이 있으면 전자레인지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기밥솥 보온기능을 6시간 이상 켜놓을 경우 밥을 짓는 것만큼이나 전력이 소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TV와 케이블방송 등을 시청하기 위한 셋톱박스의 전원을 함께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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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톱박스는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불린다. 한국전기연구원이 발표한 ‘2011년 대한민국 대기전력 실측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기가 셋톱박스(12.3와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콘센트에 24시간 플러그가 꽂혀 있는 TV의 대기전력이 1.3와트에 불과한 것에 비해 TV와 연결해 사용하는 셋톱박스의 대기전력은 10배 가까이 높았다. 박 씨는 “전력 누수가 많은 무선 인터넷용 공유기도 사용하지 않는다”며 “인터넷을 사용할 때마다 랜선을 노트북과 연결해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외에 세탁기도 세탁물을 모아 3일에 한 번 정도 돌리며 보일러는 사용할 때만 플러그를 꽂고 여름철에는 에어컨도 사용하지 않는다. 선풍기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더워하면 집에서 물놀이를 시킨다. 플러그를 뽑는 게 기본이지만 그의 집에서도 365일 플러그를 꽂아두는 가전제품이 있다. 바로 냉장고다. 냉장고는 음식을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장고에도 절전을 위한 그만의 노하우가 있다.

냉장고 문을 열 때 무슨 음식을 꺼낼지 미리 생각하고 연다. 또 절전을 위해 냉장실에 음식을 가득 채우기보다 3분의 2 정도만 채운다. 그는 “냉장실의 경우 60퍼센트 정도만 음식을 채우는 것이 효율이 더 높다”며 “전기도 절약되지만 과소비를 막을 수 있고 먹을 만큼만 요리할 수 있어 음식물쓰레기도 줄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냉장고는 꺼둘 수 없고 전자파가 많이 나오는 만큼 냉장고 뒷면을 창문 쪽으로 향하게 배치했다. 실내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전자파 발생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전생활을 가족과 함께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지금은 남편이 누구보다 절전왕이 됐지만 처음에는 어려웠다고 한다. 박 씨는 “결혼 후에 보니 남편은 습관처럼 냉장고 문을 아무렇지 않게 열고 닫지 않더라”며 “이 모습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그 이후 남편에게 절전생활에 동참할 수 있도록 많이 설명하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남편 임현철(44) 씨는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여름에 에어컨을 켜지 않는 것에 불만이 있긴 했다”면서도 “다행히 산을 등지고 있는 집 덕분에 더위가 덜한 데다 냉방기를 멀리한 덕분에 자주 씻게 되고 여름 감기에 걸릴 걱정도 줄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에너지 절약은 결국 내 아이 위한 것”

절전으로 전기료 절감효과도 있지만 그보다 더 보람된 게 있다. 자연스럽게 두 자녀들의 인터넷 사용이 줄고 에너지 절약이 생활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여섯살 큰아이가 장수풍뎅이와 흰긴수염고래를 좋아하는데 플러그를 뽑고 물을 절약하면 네가 사랑하는 동물 친구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설명해 줬다”며 “아이를 참여시킴으로써 환경교육까지 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절전생활에 대해 “단순히 돈을 덜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조금 더 좋게 물려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는 “물과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걱정이 많이 된다”며 “절전은 무조건 안 쓰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줄이고 의미 있게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김성희 기자 201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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