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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일은 진짜 별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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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스리그(Future’s League)’는 프로야구 2군 리그를 지칭한다.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선수들이 경기를 한다는 뜻이다. 퓨처스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44명이 올스타전의 주인공이 됐다. 장차 1군의 올스타가 될 44개의 원석들은 포항에서 자신들의 끼와 열정을 마음껏 뽐냈다.

경기 시작까지 3시간 남은 오후 2시. 44명의 선수들이 줄지어 라커룸에 입장했다. 선수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넓고, 시원한 라커룸에 맛있는 뷔페가 차려져 있었다. 퓨처스리그 선수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야구를 한다. 언젠가 1군에서 뛸 날을 꿈꾸며 참고 견디고 있다. 이날만큼은 달랐다. 선수들은 올스타전에서 1군 못지않은 대우를 받게 된 것에 놀란 눈치였다.

퓨처스 올스타전을 대하는 선수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NC 박상혁과 SK 임치영, KIA 황정립, 롯데 조홍석 등 잠시나마 1군 경험이 있는 선수들은 이날 경기를 통해 재기를 꿈꿨다. 박상혁은 “1군에서 밀린 건 수비 능력 부족 때문”이라며 “1군 전력에 보탬이 되기 위해 수비 및 주루 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며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눈빛에서 독기가 느껴졌다.

임치영(SK)은 “부모님께 올스타에 뽑힌 것을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아직 퓨처스 올스타인데다, (SK 문승원의) 대체선수라서 부모님께 자랑스럽게 얘기하기엔 부끄러웠다. 나중에 1군 올스타전에 나가는 날이 오면 그때 자신 있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홍석(롯데)은 “1군에서 살아남았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 퓨처스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남은 시즌 꼭 1군에 합류해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신인 선수에게 퓨처스 올스타전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롯데 임종혁은 “모든 것이 얼떨떨하다”고 했다. 넥센 김정록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원더스 소속이던 그는 6월 7일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입문 40일 만에 올스타전에 초대됐다. 김정록은 “고양원더스 김광수 코치님이 마음을 잡아주시지 않았다면 이런 영광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2009년 프로 지명에 실패한 뒤 일본 대학과 독립리그 고양원더스를 거쳐 넥센에 입단했다.

프로야구 초창기에 활약했던 선수들의 2세들도 눈에 띄었다.

KIA 박철우 코치의 아들 세혁(두산)을 비롯해 한국야구위원회(KBO) 강광회 심판위원의 아들 진성(NC), 경찰청 유승안 감독의 차남 민상(경찰청) 등이 주인공.

아버지와 함께 퓨처스 올스타전에 나선 유민상은 “홈런 더비가 있다고 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정말 열심히 하고 왔는데 1군만 참가하는 이벤트더라. 홈런왕을 차지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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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 정진호, 5타수 3안타로 최우수선수상

플레이볼. 올스타전이 ‘축제’라 해도 승부는 승부다. 특히 퓨처스리그 선수들에게 올스타전은 야구 관계자와 미디어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설렁설렁한 플레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양 팀 선수들은 평소보다 더 이를 악물고 경기에 임했다.

남부리그의 4-3 승리로 경기는 끝났고 그라운드는 다시 축제의 장이 됐다. 양 팀 선수들은 한데 섞여 서로를 격려했고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곧이어 열린 시상식. 우수타자상은 결승타 포함 3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한 남부리그의 황정립(KIA)에게, 우수투수상은 남부리그의 선발로 등판해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김윤동(KIA)에게 돌아갔다. MVP(최우수선수)는 5타수 3안타 1타점·2득점·1도루로 활약한 정진호의 몫이었다.

장내 아나운서의 입에서 정진호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너나 할 것 없이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정진호는 “팀 동료 박정음 대신 올스타전에 나오게 돼 선발 출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전준우(롯데), 채태인(삼성) 등의 선배님들이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MVP를 받고 1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그 전통을 꼭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으로 올라갔다. 이승엽(삼성)과 박병호(넥센), 강민호(롯데) 등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들의 홈런레이스를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짐을 챙겨 구단 버스에 올랐다. 내일이면 다시 훈련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즐거웠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마음속에는 한국 프로야구의 ‘별’이 되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글·유병민(일간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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