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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넷 누운 걸 보면 가슴이 꽉 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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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풀거리는 발레복에 토슈즈를 신고 사뿐사뿐 춤추는 가녀린 몸매의 발레리나…가 아이를 넷이나 낳았다?

“다들 놀라죠. 네가 어떻게 아이를 넷이나 낳았느냐고요.”

주변의 다른 발레리나들은 다들 헉! 한다며 이혜석(41) BBC체형교정발레학원 원장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와 만난 곳은 경기 화성 반송동 동탄신도시의 발레학원 안이다. 몇 개의 공간으로 나눠진 널찍한 발레학원 안 어디선가 어린아이들이 어울려 재잘대는 소리,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발레를 배우는 언니들을 따라온 동생들이 이 원장의 막내딸 빛(3)이와 어울려 노는 소리 덕분에 우아한 음악과 동작으로 채워질 것만 같던 발레학원은 뜻밖에도 아이들의 활기로 가득했다.

“엄마! 이거~” 하고 서슴없이 발레학원 사무실로 뛰어들어온 빛. 엄마 품에 안기더니 오줌 젖은 바지를 벗어두고 시원한 맨다리로 다시 아이들 쪽으로 뛰어갔다. 참으로 씩씩하다.

이 원장은 대학·대학원에서 발레를 전공했다. 이어 발레단에서 활동하다 탈진한 기분을 느끼던 서른 살의 가을, 남편 이원용(48) 씨를 만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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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2002년인데, 만난 지 40일 만인 12월 25일 결혼했어요. 그런데 다음해 경기도 평촌에 발레학원 문을 연 지 몇 달 만에 입덧을 하더라고요.” 허니문 베이비였다. 남편은 결혼 전 아내가 발레리나이기에 “아이는 안 가져도 괜찮아”라고 했던 터였다. 게다가 새로 연 학원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하지만 부부는 뜻하지 않게 일찍 찾아온 아이를 낳기로 했다고 한다. 2003년 아들 태양(11) 이후 2005년 하늘(9), 2007년 사랑(7)이 두 살 터울로 태어났다. 더 이상 아이는 안 생길 테지 했지만 동탄신도시로 이사온 이후 2011년 막내 빛이 태어났다.

논일밭일하며 예닐곱씩 아이 낳던 시절도 아니고 가녀린 몸매의 발레리나가 어떻게 아이를 촘촘히 넷씩 낳았는지, 그리 몸이 튼튼한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건강해서 아이를 낳은 게 아니라 아이를 낳아 건강해졌어요. 젊은 시절 발레단이며 여러 활동하느라 몸이 안 좋아 무용을 좀 쉬어야겠다 하는 찰나에 남편을 만나 아이 낳고 몸이 전보다 좋아졌어요. 저만 해도 ‘산후조리원 세대’라서 그곳에서 잘 먹고, 잘자며 몸조리를 잘했거든요.”

“아이 넷 모두 자연분만하고 모유수유했어요”

이 원장은 지금도 학원에서 발레 지도를 하며 무대공연을 한다. 임신한 몸으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아이 넷을 모두 자연분만하고 모유수유를 했어요. 어느 날 무대공연을 마치고 아이에게 젖을 주는데, 지나던 분이 보시고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방금 공연한 분이 맞느냐고요.”

어느 날 이 원장이 아이 넷을 데리고 택시를 탔을 때의 일이다.

나이 지긋한 택시기사가 어느 집 아이들이냐 묻길래 “다 제 아이들이에요” 했더니 갑자기 택시를 멈추고는 만세삼창을 외치더란다. 그리고 하는 말. “너희 엄마 정말 애국자야. 앞으로 엄마에게 잘해라!”

‘애국자 엄마’에게도 남다른 어려움은 있다. 보통의 엄마들은 아이들이 한둘이니 주민등록번호쯤 그냥 외우지만, 아이가 4명이다 보니 그도 힘들다. 아이들 세 명이 2년 터울로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다 보니 몇 반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아이 한 명당 1억원이 든다는 교육비, 아이가 넷이니 4억원? 아니다. 이 원장은 자신들은 결코 부자가 아니라고 한다.

“그저 먹고살 만큼만 벌자, 그리고 아이들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자 해요.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적게 낳아 잘 기르자’고 하면서 그 정점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 사교육을 시키고, 정작 부모는 사교육비 버느라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어요.” 이들 부부는 좋은 대학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기로 했다. 대신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고, 건강한 가치관을 만들며, 스스로의 길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특히 아이들 인성교육은 아빠가 맡고 있다. 교육 관련 일을 하고 있어 학원 운영을 하는 엄마보다 좀 더 시간 활용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들 가족은 학교수업을 빠지고서라도 매달 두세차례 여행을 다닌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조용한 계곡, 바다로 간다.

“며칠씩 한곳에 머물며 아이들과 대화하고,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도 발산하고 돌아오면 절로 마음이 풀어지고 가족들의 사이도 좋아져요.” 지금은 카렌스로 다니지만, 예전에는 아이들 데리고 버스로도 다녔다.

이 원장은 “아이들 넷이 조르르 누워 있는 걸 보면 풍성한 느낌에 가슴이 꽉 찬다”며 뿌듯해 했다. “아이들끼리도 서로 돌봐주고, 인격과 사회성을 기르고, 건강한 에너지를 서로 나눠 가질 수 있어요.” 그래서 아이를 하나가 아니라 둘, 그 이상도 낳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집 아이들의 건강한 에너지가 동네 사진작가의 눈에 띄었다. 사진작가가 집 근처 공원에서 촬영한 이들의 가족사진은 올해 보건인구복지협회가 주최한 2014 국민참여 사진전에 출품되어 입선작으로 선정됐다. 발레공연을 통해 이웃과도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 가족의 해맑은 웃음은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 가져다주는 선물이 무엇인지 눈으로,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글·박경아 기자 201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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