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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들의 용틀임이 한창이다. 조용필의 컴백 스매시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건 성공 정도가 아니라 거의 센세이션 수준이다.

조용필의 기획사 와이피시(YPC) 측은 이번 10년 만의 새 앨범을 출반하기 전에 “사람들이 조용필의 신보가 나왔다는 점만이라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도 그럴 것이 2003년에 공들여 만들어 발표한 18집 앨범이 무관심 속에 묻혀버린 경험이 있어서 더욱 신중한 인상이었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앨범 판매량이 출시 2주일 만에 10만 장을 눈앞에 뒀다는 소식이다. 스타 아이돌 그룹도 5만 장을 기록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이건 수년 만에 목격하는 오프라인 판매 광풍이다. 신곡 ‘바운스’와 ‘Hello’가 연속으로 다수의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음원 스트리밍과 다운로딩도 폭발했다. 조용필 자신도 믿기지 않는 듯 “이렇게 될지 누가 알았겠냐”는 소감을 피력했다.

젊은 가수들만의 것이 된 쇼케이스를 감행한 파격, 그리고 ‘월드스타’ 싸이의 신곡 ‘젠틀맨’이 펄펄 날던, 보통은 비켜가는 게 정상인 시점에 음원 ‘바운스’를 낸 대담한 승부수가 통했다. 기성세대들은 “정말 ‘가왕’다운 그 과감함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음반의 질적 승리였다. 신보는 나이 63세에도 불구하고 팔팔한 청춘의 음악인 록과 일렉트로닉 음악을 내걸었다. 심지어 ‘Hello’는 청춘의 음악어법인 랩까지 동원했다. 자신과 팬들의 나이에 맞춘 어른음악이 아니라 매우 ‘영(Young)한’ 음악으로 역공을 취한 것이다.

조용필의 이름만 아는 10대와 젊은 세대가 호응을 보인 것도 사운드가 젊어서였다. 누리꾼들은 “도대체 63세의 가수가 부른 노래가 맞나” 하며 싱싱한 조용필 보컬에 놀라워했다. 기성세대의 열광은 음악 외에 조용필을 ‘세대의 상징적 존재’로 여기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40대의 한 대기업 간부는 “조용필이 잘되니까 괜히 내가 잘된 것 같은 기분”이라며 흥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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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 ‘레전드’ 섬기려는 새로운 움직임

돌아온 거장 중에는 조용필과 함께 1980년대 록의 전설 ‘들국화’가 있다. 조용필과 들국화는 같은 시대를 뛰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들국화는 ‘그것만이 내 세상’ ‘행진’과 같은 노래로 1980년대 중·후반에 도발과 저항이라는 록 정신을 일깨우며 치열했던 민주화 투쟁기의 청춘을 대변했다. 들국화를 두고 ‘시대의 소리’라고 규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3전인권, 최성원, 주찬권이 다시 합쳐 전성기의 라인업을 갖춘 들국화는 지난 4월 4일부터 4월 14일까지의 공연 ‘다시 행진’으로 기염을 토했다. 10일간 매진 행렬이 거듭되었고 관객들은 전인권이 오랫동안 갈라진 목소리를 벗고 예전처럼 높은 음을 쩌렁쩌렁 울려대며 돌아온 것에 감격해했다.

공연장은 내내 관객들의 ‘떼창’으로 가득했다. 객석에는 놀랍게도 젊은이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조용필 컴백 신드롬을 목격한 들국화는 음악의 퀄리티 제고에 집중, 현재 신곡 녹음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 음악계는 그간 젊은 가수들 판이었다. 나이 들어 인기차트 순위를 다툰 가수는 김수희의 ‘애모’,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인순이의 ‘거위의 꿈’ 등 극소수에 불과했고 실제로 젊은 층과 교감하는 아티스트도 드물었다. 전설에 대한 대우가 우리처럼 박약하고 냉혹한 나라도 없다. 가수가 전성기가 지나면 거의 예외 없이 인기 현장에서 퇴각해 추억의 무대만 기웃거리는 게 우리 가요계의 모습이었다.

솔직히 나이 서른일곱의 싸이가 중견으로 통할 만큼 어린 K-팝 전사들이 독점하는 판의 한가운데서 아버지보다 더 위인 조용필과 들국화가 앨범을 내고 공연에 박차를 가하는 광경은 반갑다. 활동 이력 25~30년의 이문세, 김현철, 봄여름가을겨울도 곧 신보를 갖고 돌아올 예정이다. 베테랑들이 콘서트는 물론 새 음반으로 귀환하는 것은 특기할 만하다. 사실 10년 가까이 많은 노장들은 “음반은 내봤자…” 하며 사실상 포기의 심정으로 앨범을 내지 않았다. 조용필 신보 신드롬은 이 흐름을 바꿔놓았다.

최근 10대와 20대 청년들 사이에서 계통의 필요성을 느끼는 듯 전설적 존재, 즉 레전드(Legend)를 찾아내 섬기려는 흐름이 뚜렷하게 형성되고 있다. 이른바 ‘레전드의 소환’ 분위기다. 조용필과 들국화는 아마 그들이 불러내고 싶은 레전드 가운데 우선순위였을 것이다. 간만에 음악계가 노장 가수들의 잇단 가세로 오랜 숙원인 신구의 공존을 실천하고 있다. 이런 장면은 아이돌 댄스그룹 시대가 열린 이래 불가능해 보였음을 전제하면 말 그대로 진짜 별일이다.

글·임진모(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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