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로 고민하던 제게 국방기술이 돌파구가 됐습니다. 상용화까지 가려면 바쁠 테지만, 자신 있습니다.”
에너지 절감장치 개발·제조 벤처기업 ‘제타그린’ 김성훈(39)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김 대표는 방위사업청·국방과학연구소 주최로 2월 초부터 열린 ‘제1회 국방기술을 활용한 창업경진대회’에 참가, 5월 31일 최종 결승전에서 소형화·경량화를 실현한 ‘BL(Brushless) 직류모터’ 기술로 일반부 대상을 차지했다.
그는 오랜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고 감격했다.
“대학생이던 1994년 벤처기업에 들어갔어요. 전기자동차를 테스트하는 회사였는데 외국산 전기자동차를 보면서 저도 언젠가 전기자동차 기술의 핵심인 전기모터를 우리 손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갖게 됐어요. 이제 곧 결실을 맺을 듯합니다.”
BL직류모터는 기존 직류모터에 비해 마찰이 잦은 브러시(Brush : 회전축에 전기를 공급하는 부품)가 없어 소음·화재위험이 없고 내구성이 높은 모터다. 골프카트, 러닝머신, 로봇관절, 전기자동차에 핵심 부품으로 들어간다. 생활가전에도 이용 가치가 크다.
BL직류모터는 현재 세계시장 규모가 연평균 10퍼센트씩 가파르게 성장하고 국내 시장도 올 3,600억원 규모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내 기술이 전무해 그간 미국·일본 등지에서 수입된 제품에 국내 시장을 고스란히 내줘야 했다.
“BL직류모터 소형화·경량화에 큰 기술적 도움”
이러한 상황에서 BL직류모터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김 대표에게 올해 초 솔깃한 소식이 전해졌다. 국방과학연구소(이하 국과연)에서 “국방기술을 민간에 이전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3월 대전 국과연 청사에서 열린 기술설명회에 참석한 김 대표는 눈이 번쩍 뜨였다. 국과연 백홍렬 소장과 연구진이 직접 소개한 ‘사업화 아이디어 100선’ 등 민간 이전이 가능한 국방 기술목록에서 소형화·경량화 직류모터 기술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접시 돌리기에 비유하자면, 지금까지 직류모터 기술은 손으로 돌리는 식이었습니다. 국방기술은 손 안대고 돌리는 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원래 미사일이나 어뢰용 모터에 쓰인다. 적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진동과 소음을 없애기 위해 개발됐다.
국방기술 이전 절차도 비교적 간단했다. ‘국방기술거래장터’에 온라인으로 기술이전 신청서를 접수한 뒤, 방위사업청 승인을 받기만 하면 된다. 기술 이전은 사업형태와 분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기술도면과 연구개발 당시 작성한 서류를 제공받거나 해당 기술을 개발한 연구원으로부터 직접 기술 지도를 받을 수도 있다.
이번 창업경진대회는 지난해 6월 개설된 국방기술거래장터 이용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 국방기술거래장터는 ‘공공정보를 적극 개방·공유해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지원한다’는 정부3.0에 발맞춰 국방기술 민간 이전 창구로 개설됐다.
청년부 대상은 기존 충전지와 연료전지에 비해 효율과 안정성이 높은 ‘휴대용 박막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의 권오웅 씨(지브이퓨얼셀)가 차지했고, 최우수상은 군용 복합소재를 활용한 ‘철도차량용 마모판 및 부시 개발’의 고경준 씨(래일로), 우수상은 재난현장 도면·구조자 신원 등을 구조대원에게 실시간 전송하는 ‘구조대원용 시각통신·데이터링크 시스템’의 김수엽 씨(프로젝트 V)가 받았다.
일반부에서는 김 대표가 받은 대상에 이어 최우수상과 우수상은 각각 군사용 전술 네트워크 기술을 응용한 ‘스마트폰 활용 서바이벌 레저 콘텐츠 사업’의 오민석 씨(윈도피트), 스팀오븐·청소기·세탁기 등 생활가전에 적용가능한 ‘고효율 컴팩트 순간식스팀 발생장치’의 임은섭 씨(엔에이치테크)가 수상했다.
수상자에 창업지원금·국방벤처센터 입주 특전
수상자들에게는 총 6,700만원의 창업지원금이 수여되며, 국방벤처센터(전국 8곳) 입주와 창업지원 등 특전도 주어진다.
김 대표는 “창업경진대회를 준비하고 참가하는 과정도 유익했다”면서 “기업도 한층 성숙했고 자금 여력도 늘어났다. 기회를 준 방위사업청과 국과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르면 올해 안에 상용화가 가능한 일부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전받은 국방기술에 자체 개발한 독자기술을 더해 제품 효율을 더 끌어올리고 시장 차별화를 위한 경쟁전략까지 마련했다.
방위사업청 기술분석담당관실 이도훈 사무관은 “기존 창업대회는 정보기술(IT) 분야에 치우치거나 비즈니스 사업모델만 제시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국과연에서 제공하는 기술을 응용한 이번 ‘창업경진대회’는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벤처창업 활성화와 국방기술 민간 응용을 촉진하기 위해 대회를 정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남창희 객원기자 201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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