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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역량·경험 쌓은 뒤 43세에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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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올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들의 질병을 체크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회사다. 동물 진단키트란 사람의 임신 진단키트와 같이 반려동물의 혈액이나 분비물을 떨어뜨려 10분 이내에 질병 유무를 곧바로 알 수 있게 해 주는 제품이다. 한 줄이면 음성, 두 줄이면 양성 반응을 나타낸다. 김정미(51) 베트올 대표는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일 수 있지만 해외 동물 의료시장에서는 꽤 유명한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베트올은 107개국에 30여 개 질병 진단키트 제품을 수출한다. 지난해 1분기 매출의 99.1퍼센트가 해외에서 나왔을 정도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해 관심 있는 질병수가 4~5개에 불과하지만 해외에서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질병처럼 반려동물 질병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창업한 지 7년 만에 세계 동물 의료시장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연구원과 생산직원을 다 합쳐도 28명밖에 안 되는 기업이 말이다. 2006년 12월 창업한 첫해에도 매출을 올렸다. 이에 대해 그는 “좋은 물건을 빨리 만들고 잘 팔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런 자신감에는 그가 학교에서 공부한 이론과 실무 경험이 바탕이 됐다.

김 대표는 이화여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오스틴 텍사스주립대에서 약리·독성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MIT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한국에 들어와 1997년 국립보건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한 뒤 바이오 업체인 바이오메드랩과 이수그룹의 바이오 계열사인 이수앱지스에서 인체 질병과 동물 질병연구를 했다.

바이오메드랩 연구원 재직시절에는 자궁암 진단키트인 ‘자궁암 진단용 DNA 칩’을 개발했다. 한국 식약청 허가를 받아 현재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후 이수앱지스로 옮겨 인체 진단과 관련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 판매까지 총괄하는 진단사업팀장을 5년간 지냈다. 그는 “국립보건원 공무원 생활을 하고 바이오 회사에서 제품을 만들어 상용화하는 모든 과정을 경험한 것이 창업하는 데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자신감이 생긴 김 대표는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나이 43세였다. 그는 “지금까지의 경험과 역량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수앱지스에서 함께 지내온 연구원들과 함께 힘을 모아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제한된 자본력과 소수 인력으로는 지금까지 했던 인체형 질병 진단키트 시장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고민 끝에 반려동물 시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동물 진단키트는 사람을 위한 키트와 기술이 유사해 제조 원가가 비슷한 반면 판매 가격과 경쟁률은 크게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동물시장은 해마다 10퍼센트 이상 증가하는 블루오션인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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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은 철저히 준비하고 정책자금 적극 이용을”

그러나 어려움도 있었다. 바로 연구개발비다. 김 대표는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는 “사업성이 높은 만큼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며 “중소기업청,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 경기과학기술진흥원 등에서 내놓은 과제에 참여해 연구개발비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베트올은 2007년 9월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신기술보육사업’으로 선정돼 기술개발 자금을 지원받았고 2008년에는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기술혁신사업’에 뽑혔다. 김 대표는 “창업을 생각한다면 우선 철저히 준비하고 정부의 정책자금을 적극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지원 끝에 베트올은 ‘개 심장사상충’, ‘개 홍역’, ‘개 장염’ 등 세 가지 종류의 질병을 체크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할 수 있었다.

베트올 진단키트는 국내 수의사는 물론 세계 바이어들에게 호평을 받으면서 제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제는 ‘어디에 팔까’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 기업에서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들어올 정도다. 빠른 시간 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김 대표가 직접 제품을 들고 해외 바이어를 만나고 뛰어다닌 덕분이다. 그는 “제품을 만든 사람이 가장 잘 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직도 제품의 기술영업과 기술지원을 직접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올은 물건을 믿고 팔 수 있는 백신회사나 제약회사 등을 선정해 계약을 맺는다. 거래처가 65개사에 달한다.

현재 전 세계 동물 진단키트시장 규모는 2조원이다. 대표 기업으로는 아이덱스와 헤스카, 신바이오텍스 등 미국의 3개사와 유럽의 2개사 정도다.

김 대표는 “우리 기업만의 기술경쟁력이 있는 만큼 몇 년 안에 아이덱스와 어깨를 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앞으로 진단키트뿐 아니라 진단부터 치료까지 할 수 있는 의료기기 개발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에는 개와 고양이 질병 진단키트에 이어 말에 대한 질병 진단키트를 출시할 계획이다. 그는 “창업할 때 가장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며 “일할 때에는 여자라는 생각을 버리고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김성희 기자 201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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