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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 자원봉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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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세계자연보전총회가 열리고 있는 제주도의 관문인 제주국제공항 입국장. 혼자 혹은 두세 명씩 입국한 외국인이 입국장 출구를 나오며 두리번거릴 때 “May I help you?”하고 다가가는 사람들이 있다. 흰색과 하늘색 배색 셔츠를 입은 세계자연보전총회 자원봉사자들이다.

제주국제공항 안팎에 배치된 자원봉사자 26명은 모두 제주 출신이다. 제주 실정을 잘 아는 안내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침 첫 비행기가 도착하는 오전 8시경부터 마지막 비행기가 들어오는 밤 10시30분까지 종일 입국장 주변을 지키는 이들 가운데 자녀뻘 대학생들과 나란히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자원봉사자가 있다. 주부 고영숙(57)씨다.

“아이들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녀 학기 중에는 서울에, 방학 동안은 남편이 있는 제주에서 지내는데, 세계자연보전총회 때문에 학기중인데도 제주에서 2주일을 지내요!”

고씨는 총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총회 참석차 입국하는 행렬이 이어지는 9월 5일 공항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면서 힘들 텐데도 항상 미소를 잊지 않았다. 그는 제주여성외국어자원봉사회의 전임회장이기도 하다. 이 봉사회는 제주에서 개최되는 국제행사가 많아지면서 고학력, 그리고 외국생활 경험이 있는 여성인재를 활용하기 위해 2001년 결성된 단체로, 회원 수는 약 1백30명가량이다.

고씨는 “제주에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을 비롯해 자랑스러운 것이 많은데,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외국의 유명 브랜드 생수보다 더 좋은 제주도 물”이라며 “이번 총회를 계기로 제주 삼다수가 세계에 널리 홍보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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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소년지도자 제주특별자치도연맹의 박호형(46) 회장도 휴식공간도 따로 없는 공항에서 총회 기간 내내 자원봉사를 한다. 그는 “제주도의 얼굴이라는 자부심으로 자원봉사에 나섰다”며 “제주를 알리는 것이 곧 우리나라를 알리는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서귀포에 도착한 총회 참석자들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은 등록센터다. 등록센터 역시 많은 자원봉사자가 활동 중이다. 이들 가운데 금발머리 자원봉사자가 눈길을 끈다. 외국인 자원봉사자? 아니다. 그는 제주 신성여고 2학년 김아나(18) 양이다.

“저를 보고 외국인 참가자로 착각하는 분들이 많아 재미있어요!”

깔깔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여고생 맞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지금의 한국인 아빠와 재혼한 엄마를 따라 우크라이나의 키예프에서 제주도로 이주했다. 러시아어에 능한 그를 선생님이 추천해주어 자원봉사를 하게 됐다고 한다.

“아직은 얼떨떨하지만 열심히 해보려고 해요. 외국인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거요? 그건 제주도의 깨끗함이에요!”

이번 세계자연보전총회를 위해 단체와 개인 자원봉사자 약 2천명이 활동 중인데, 이 가운데 3백명가량이 ‘육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 가운데 행사기간 중 일부만 활동하는 이들도 있지만, 육지생활을 2주일간 딱 접고 내려온 열혈 봉사자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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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영어마을 양평캠프에서 일하는 김정희(47)씨는 일 년 휴가를 털어 이번 총회기간 내내 자원봉사를 한다.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개회식, 의원총회 등에서 안내를 담당한다.

“자원봉사는 처음이에요. 이번 총회가 ‘종이 없는 회의’로 진행되니, 참가자들에게 정보기술(IT) 기기 사용법 등을 설명해야 해서 따로 전문용어 공부도 했어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자원봉사자도 있다. 의무실 자원봉사자인 이건(42)씨. 소방공무원으로 8년 근무하다 현재는 오산 미군기지에서 소방검열관을 맡고 있다.

“지난해 캄보디아에 자원봉사하러 가서 깨달은 것이 자원봉사를 통해 내가 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매년 자원봉사를 하기로 했는데. 올해에는 세계자연보전총회를 택한 겁니다.”

이씨 역시 올해 휴가를 세계자연보전총회에 ‘헌납’했다. “아내요? 저를 내놓았죠(웃음). 하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역할모델이란 점 때문에 봐주더군요. 언젠간 아내도 ‘봉사의 세계’로 들어올 테죠.”

재능나눔사진봉사단 ‘만원의 행복’ 단장인 사진작가 김진국(48)씨는 기록사진 담당 자원봉사자다. 여수엑스포에서도 기록사진 자원봉사 활동을 한 그는 “제주도로 자원봉사를 오게 되면 모든 일을 다 접고 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자신이 맡고 있는 사진강의도 다 미루고 왔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의 아내는 불평하지 않았을까? “실은 부부가 함께 세계자연보전총회 자원봉사자로 지원했는데, 안타깝게 심사과정에서 저만 붙고, 아내는 탈락했어요. 제가 아내보다 영어를 좀 더 잘하거든요.”

이러한 쟁쟁한 어른들 틈에서 똘망똘망한 눈을 빛내는 새내기 자원봉사자도 돋보였다. 회의장 안내를 맡고 있는 대학생 주수정(21·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씨다. 어릴 때부터 환경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서울대 생물학과 교수님을 졸라 청강생으로 강의를 들었고, 그 인연으로 이번 총회에 자원봉사자로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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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8월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국제협력방안 모색’이란 주제로 열린 한국외국어대 주최의 모의유엔총회에서 뛰어난 영어 실력으로 국립외교연구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수를 다녀온 것도 아닌 순수 토종 실력파다.

지역과 국가에 대한 자부심으로, 혹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과정으로 세계자연보전총회로 향한 자원봉사자들. 이들은 푸른 제주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며 제주와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고 있었다.

글과 사진·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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