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고정욱은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아주 특별한 우리 형>, <가방 들어주는 아이> 등 주옥같은 작품들로 유명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동문학가이자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부문에서 당선돼 등단한 소설가다. 2백 권의 책을 낸 다작 작가로, 누적 판매부수 3백만 부 이상인 인기작가이기도 하다.
또한 성균관대학교 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국문학 박사,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도서관 등에서 ‘작가와의 대화’를 준비할 때 제일 먼저 떠올리는 인기 강사, 인세수입 중 일부를 꼬박꼬박 기부하는 나눔 실천가, 삼애복지포럼 총무, 새날도서관 관장, 국제장애인연맹 한국지부 이사 등을 역임하고 있는 장애인 활동가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것은 ‘고정욱’을 이해하기 위해선 이 중 어느 것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다른 사람이면 한 가지도 제대로 해내기 힘겨운 활동들을 동시에 해내는 그는 비록 두 다리는 휠체어에 묶여 있지만, 다른 사람은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열과 성으로 자신의 인생을 걸어가는 사람이었다.
“역대 훌륭한 수상자들 반열에 들어가게 된 것에 대해 지극히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기쁜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론 앞으로도 더 열심히 활동해 이 상의 명예에 금이 가지 않도록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듭니다.”


수상 소감으로 인터뷰의 시작을 연 고 작가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기자에게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일주일 전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 <가슴으로 크는 아이>였다. 책 제목 위에 적힌 ‘200’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꼭 2백번째 내는 책이란다. 22년간 2백 권의 책을 낼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물었다.
“많은 작가가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바탕으로 글을 쓰지만, 나는 그보단 신문, 잡지, 방송을 보고,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듣고, 관찰하면서 이야기를 찾아냅니다. 그러다 보면 써야 할 얘기, 전해야 할 감동들이 계속 솟아나지요.”
2백번째 책 발간 다음의 목표는 ‘5백 권 발간’. “목표인 5백 권을 쓰려면 앞으로 30년은 있어야겠죠”라며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목표를 채우기 위한 창작 작업만으로도 여력이 없을 텐데 각종 강연회와 장애인 관련 모임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활동가적인 면모도 갖추고 있다. 본인도 “남들에게 ‘일 중독자’ 소리를 듣기도 한다”고 인정할 정도다.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고 작가는 “위기의식의 발로”라고 대답했다.
“나 같은 지체장애인은 나이가 들면서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기 쉽습니다. 통계상으로 봤을 때 남보다 오래 살기도 힘들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살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많은 것을 해야한다는 위기의식이 있습니다.”
건강한 몸을 갖고도 고마운 줄 모르고 하루하루를 나태하게 살아가는 비장애인의 마음을 뜨끔하게 만드는 얘기였다.
“건강이 나빠지기 전에, 죽기 전에 내가 느낀 점이나 장애어린이의 이야기 등에 대해 한 글자라도 더 전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목숨 걸고 쓰는 거라 할 수도 있겠네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강의를 많이 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시간이 있을 때 한명이라도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고 작가는 기부를 많이 하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인세의 일부를 기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희망을 주는 암탐지견 삐삐>는 인세 전체를 의료복지법인 푸르메재단에 기부했다. 고 작가의 뜻을 따라 출판사도 책 한 권이 팔릴 때마다 5백원을 기부에 보태기로 했고, 책의 그림작가인 최정인씨도 2백만원을 기부했다.

그가 기부를 하게 된 계기는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의 주인공 희야였다. 책을 내기 전에 인세 계약을 앞두고 ‘희야에겐 얼마나 돌아가는지’를 물어보니 출판사로부터 ‘소재 제공비밖에 못 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그래서 고 작가가 먼저 “내 인세 중 1퍼센트를 희야에게 줄 테니 다들 1퍼센트씩 내도록 하자”라고 출판사와 그림작가에게 제안을 해 흔쾌히 받아들여져 희야 몫의 인세 3퍼센트가 마련된 것이다.
“돈을 모아 따로 기부를 할 수도 있지만 인세로 하니까 책이 판매될 때마다 자동으로 지급이 돼서 좋아요. 자기가 낸 책값이 기부로 이어지니 독자들 입장에서도 좋을 것 같고요.”
이렇게 기부한 돈이 지금까지 2억5천만원을 넘어섰다.
인터뷰를 마치고 ‘작가와의 대화’를 위해 번동초등학교로 향했다. 고 작가를 태운 휠체어가 도서관으로 들어서자 그를 알아본 아이들이 “작가님이다!”하면서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고정욱 작가님~”하면서 친근하게 말을 건다.
휠체어를 둘러싼 아이들의 ,웃음을 보자 책 속에 담은 그의 마음이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온전히 전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정욱 작가의 5백 권째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올 수 있기를 기원하며 강연회가 열리는 강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글·이윤진 객원기자 / 사진·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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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