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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뒷골목 ‘동대문 쪽방상담센터’ 김나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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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창신1동 430~464번지 일대는 미로처럼 이어진 좁은 골목에 여인숙 간판을 내건 낡은 건물들이 빼곡하다. 동대문 패션상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하룻밤 숙박비도 7천~8천원으로 저렴하지만 하루이틀 자고 가는 단기 투숙객은 거의 없다. 모두 55개 건물에 3백20여 명이 사는 이곳은 이른바 ‘쪽방촌’이다.

원래 작은 방을 뜻하는 ‘쪽방’은 성인 한 사람이 겨우 잘 수 있는 셋방을 가리킨다. 이곳에선 3.3제곱미터(1평) 미만의 작은 공간에 화장실과 세면시설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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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부터 지금까지 쪽방 거주자들을 도와온 동대문 쪽방상담센터 김나나(41) 소장은 이곳을 “고단하고 가난한 삶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동대문 쪽방상담센터는 사회복지법인 ‘우리모두복지재단’ 산하 지원센터다.

김 소장은 “이곳에는 독거노인과 빈민가구가 많다. 대부분 기초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정보도 부족하다. 사업실패로 가정이 해체되거나 채무를 떠안고 흘러 들어온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일용직 근로자로 어렵게 살면서 재기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기에 관심과 도움이 더욱 절실하다”고 전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들 사이에서 김 소장은 ‘쪽방촌과 결혼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곳 사람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일 이곳을 찾았던 김황식 국무총리 역시 국무총리실 인터넷 홈페이지에 남긴 ‘총리메모’에서 “짧은 만남이었지만 생글생글 웃으면서도 야무지게 일하는 모습이 감동을 준다”고 전했다.

지난 폭염기간은 김 소장에게 무척 고된 시간이었다. 대한민국이 모두 더웠지만, 쪽방촌은 특히 더 더웠다. 원채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환기가 안 되는 데다 창문 없는 방도 많고, 방안에서 가스버너를 켜고 음식을 해먹기 때문에 말 그대로 찜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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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 거주자 주유상(가명·59)씨는 “선풍기를 틀어놓고도 하룻밤에 서너 번씩 샤워를 해야 겨우 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씨는 “그래도 상담센터가 우리를 돕느라 고생 많이 한 덕에 잘 지낸 편”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폭big2김 소장을 포함한 쪽방상담센터 직원 4명은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10일까지 휴일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하루에도 10여 차례씩 쪽방촌을 오가며 쪽방 거주자들을 돌보았다.

지하철 6호선 동묘앞역 인근 상가건물 5층에 위치한 쪽방상담센터에서 쪽방촌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지만, 폭염 속에 하루 10여 차례 5층 계단을 오르내리며 쪽방촌과 센터를 오가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정부는 지난 7월 ‘하절기 서민생활 안정대책’을 발표해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를 특별히 강조한 바 있다. 폭염특보 발령 시 전국 노인돌보미(5천7백50명)와 농촌 가사도우미(3천8백8명)가 독거노인이 살고 있는 집에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다니며 안전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한편, 전국 종합지원센터(13곳)와 쪽방상담센터(10곳), 지방자치단체가 연계해 독거노인·노숙인·쪽방 거주자에 구호물품을 지원하고 피서공간을 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동대문 쪽방상담센터에서도 선풍기, 쿨매트 등 긴급구호물품을 지원하고, 무더위 쉼터 1곳을 추가로 마련해 24시간 개방했다. 폭염기간에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상담센터 내 냉장고에서 얼린 생수를 직접 쪽방촌까지 배달했다.

평소 쪽방상담센터는 쪽방 거주민들에게 언제라도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는 곳이다. 생필품과 의료비를 지원하고, 일자리도 알아봐 준다. 쪽방촌 주민이 필요할 때마다 쌀을 퍼갈 수 있도록 ‘희망쌀독’을 마련해놓고 있다. 또 설이나 추석 때면 공동으로 차례상을 차리고, 재정·법률·생활 고민 등도 상담해준다.

그러나 김 소장은 “쪽방상담센터가 쪽방 거주자들의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해주는 곳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원래 쪽방상담센터는 빈곤층이 노숙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설립됐어요.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업 실패나 빚보증으로 경제적 파탄을 맞은 사람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최근 쪽방상담센터에서 주력하고 있는 사업이 ‘벽화 그리기’다.

쪽방촌 골목 담장에 벽화를 그려 쪽방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것이다. 김 소장은 “환경이 깨끗해지면 사는 사람들도 정서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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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거리로 소문이 나서 구경 오는 사람이 늘면, 이들을 대상으로 테이크아웃 카페나 간단한 먹거리 장사를 할 수 있어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일본에서도 쪽방촌을 예쁘게 단장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쪽방을 저렴한 숙박장소로 탈바꿈시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 사례가 있어요.”

벽화 그리기 사업은 서울시가 비용을 지원하고, 홍익대 미대생들이 자원봉사를 하기로 했다. 현재 골목 일부 담장에 기초작업이 끝났고, 8월 말까지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 김 소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쪽방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질 것도 기대했다.

“쪽방촌이라고 하면 어둡고 침체된 곳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인식도 중요합니다. 쪽방촌 사람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격려해주었으면 좋겠어요.”

글과 사진·남창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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