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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들 어떠랴만 보리밭을 찾았다. 봄 냄새가 그득하고 초록 물결이 넘실댄다. 요맘 때면 으레 파릇파릇하건만 얼마나 푸르렀으면 사람들이 그냥 보리밭 아닌 ‘청보리밭’이라 부를까.

보리밭.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적부터 우리네 정서와 맞닿았다. 어른들은 어렵게 어렵게 보릿고개를 넘겨 오늘을 일궜다.
감자 한 알로 연명하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삶은 감자가 특식으로 변화한 것과 마찬가지다. 보릿고개란 말조차 머잖아 잊혀지지 않을까.

휴일인 3월 24일 전북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 언덕배기 청보리밭 평야. 이곳에서 마주친 오상익(49) 씨는 “30여 년 전만 해도 학교에서 도시락 검사를 했는데, 잡곡이 30%를 넘어야 합격이었다”고 떠올린다. 지지리도 못 살던 시절 정부 정책이었다. 보리밟기 추억도 아련하다. 혼식 권장(?)과 맞물려 수업까지 빠져가며 이웃한 밭으로 내몰렸다. 이런 보리밭이 관광지로 탈바꿈했으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경관농업 특구(特區)라니 더더욱….

“곧 청보리밭 절정기가 와요. 4월 초 이삭이 패기 시작하거든요. 5월까지 한 달이 가장 볼 만한데, 선운사 찾아왔다가 발길이 이끌렸지 뭐예요.”
한모(41)씨는 이렇게 말을 건넨다. 봄 냄새는 마늘밭에도, 쟁기질에도 스며들었다. 

글 송한수 기자 사진 한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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