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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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은 아름답다. 일출과 함께 경남 창녕군 대합면 주매리와 이방면 안리, 유어면 대대리, 세진리에 걸친 70만 평 규모의 습지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장관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가시연꽃을 비롯해 부들, 창포, 갈대, 줄, 올방개, 붕어마름, 벗풀, 가시연꽃 등이 무더기로 자라고 늪에 밑동을 담그고 있는 나무 위로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겨울철새까지 어우러지면 꿈속이 따로 없다.
때문에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100여 명 이상 몰려올 정도로 사진동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촬영 장소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카메라에 눈을 박고 풍경에 열중하다보면 정작 놓치는 게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우포늪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다.
물안개가 오르는 시간은 공교롭게도 어부들이 그물을 걷어 올리는 시간이다. 때마침 쪽배를 타고 물안개를 가르며 나타난 어부들을 향해 성능 좋은 카메라들이 득달같이 달려든다. 먼저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경쟁을 하다 카메라를 멘 채 늪에 빠지는 경우까지 종종 발생한다. 그러다보면 주민들에게 욕을 먹는 경우도 다반사다.
“물어보도 않고 찍어싸코 일도 못하게 하니까 안그럽니꺼. 욕을 얻어먹으면서도 자세를 취해 달라 하기도 하고… 카메라를 뿌사뿐다 하면 그제서야 내빼는기라. 물안개가 뭐 그리 좋은지.”
우포늪가에서 만난 한 주민의 말이? 물론 우포사람들도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의 맘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매일 보는 물안개지만 자신들이 봐도 그렇게 좋을 수 없다. 하지만 우포늪에서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게 다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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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 주변에 자리 잡은 13개 마을에는 모두 2300여 명의 주민들이 산다. 그 가운데 100명가량의 주민들이 늪지대를 생계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주민이라고 해서 모두 고기를 잡는 것은 아니다. 현재 고기를 잡을 수 있는 주민은 1997년 7월 우포늪이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어업에 종사하던 주변주민 11명뿐이다. 우포늪에서 유명한 우렁이도 허가받은 사람만이 채취할 수 있다.
그중 소목에 사는 박한덕(57) 씨는 인근에선 유일하게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어부다.
“쪼마날 때부터 고기잡이를 하지 않았습니꺼. 일인잡니더. 어디 가서 잡아도 남보다 적게는 안 잡습니더.”
그의 아내 김임희(52) 씨의 자랑이다. 사실 고기잡이를 허가받은 사람 중에도 박씨처럼 고기잡이를 전업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은 농사를 주업으로 하고 있고 고기잡이는 부업 정도로 생각한다. 시집 올 때도 그랬지만 예전부터 어부는 그다지 인정해주는 직업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덕분에 박씨는 인근에서 가장 고기를 잘 잡는 사람이 됐고 잡은 고기로 직접 엑기스를 만들어 판 이후에는 그 수입으로 마을 입구에 ‘원조 우포 자연산 엑기스’라는 간판을 단 널찍한 2층 양옥집도 지을 수 있었다.
실제로 박씨의 고기 잡는 솜씨는 대단했다. 자망을 쳐놓은 후 쪽배를 타고 유유히 오가며 맨손으로 붕어를 잡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마치 텃밭에서 잘 익은 고추를 골라 따는 농부가 따로 없다. 수온이 내려가면 붕어가 머리를 땅속에 박고 있기 때문에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도 않고 큰 어려움 없이 붕어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조상들은 그물을 쓰기 전에 ‘가래’를 이용해 붕어잡이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가래’는 대나무로 만든 작은 통을 물속에 꽂고 그 속에 잡힌 붕어를 건져 올리는 어구다. 우포늪의 독특한 환경에 적응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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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포늪이 다시 풍요를 찾은 건 10년이 되지 않는다. 1978년에는 농어촌진흥공사가 농경지로 개간하는 사업을 시작했다가 중도에 포기했고 이후엔 인근에서 흘러든 축산폐수와 낚시꾼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로 뒤범벅된 오염 지역으로 전락했다. 늪지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나온 건 1990년대 중반. 이를 계기로 생태연구자들과 환경단체의 주목을 받은 우포늪은 급기야 1997년 생태계보전지역, 1999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죽었다 살아난 것이다.
“지금은 그물을 45개로 제한하고 있습니더. 그전에는 100개도 넘었지예. 맘대로 할 수 있으니까는 좋기도 했지만 고기를 잡지 못해 쉬는 날이 많았다 아입니꺼. 하지만 지금은 마음대로 잡을 순 없지만 꾸준히 잡힙니더. 치어도 방류하고 키워서 잡는 셈이지예.”
그 많던 황소개구리가 저절로 사라진 것도 조류가 다시 찾아오는 등 생태가 복원됐기 때문이다. 한때 보호구역 지정을 거세게 반대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우포늪이 살아야 사람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주민들이 잘 안다.
[RIGHT]사진 안홍범 / 글 신동섭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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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