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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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뜻이 있는 사람들은 농업을 6차 산업이라고 한다. 1차, 2차, 3차 산업을 곱하면 6차 산업이 된다는 것이다. 과거 생산에만 그쳤던 농업에서 벗어나 가공·판매뿐 아니라 농업 체험, 민박, 전통요리 판매, 소비자와 생산자의 교류, 농촌 경관과 전통문화의 상품화 등을 더한 개념이다.
강원도 양양군 서면에 위치한 ‘송천 떡마을’은 바로 6차 산업이 자리 잡은 마을 중 하나다. 직접 재배한 청정쌀을 떡으로 가공한 후 택배 등을 통해 직접 유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팜스테이를 통해 소득을 올리고 있다. 양양군이 해마다 폭우와 태풍, 산불로 큰 피해를 보고 있지만 그나마 송천 떡마을 주민들의 얼굴에 그늘이 깊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송천 떡마을이 배운 사람의 잘 돌아가는 머리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그 시작은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평범한 산골마을 아낙들의 억척스러움이었다. 1998년에 방영돼 “똑 사세요~”라는 유행어를 남긴 장미희 주연의 드라마 ‘육남매’를 떠올리면 된다. 그 배경이 드라마에선 영등포의 한 마을과 공장지대라는 것만 다를 뿐 떡장사는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어머니가 돈벌이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였던 것이다.
송천마을 김순덕(61) 씨가 떡을 팔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이다. 스물다섯 살에 서른한 살 노총각 탁영재(67) 씨와 결혼한 김씨는 생계를 위해 장미희처럼 둘째를 등에 업고 떡을 머리에 인 채 걸어 오색약수와 신흥사 등지로 나갔다.
“산나물도 팔고, 송이도 팔고, 인근 명태와 게 가공공장에서 품도 팔았어요. 그런데 관광객을 상대로 떡을 팔아보니 이게 괜찮아. 처음엔 누가 집에서나 해먹는 떡을 사먹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떡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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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천마을 떡은 설악산과 점봉산의 맑은 공기와 설악산 주전골로부터 흘러내리는 차디찬 송천계곡 물이 바탕이 된다. 여기서 기른 무공해 멥쌀과 찹쌀에 떡메로 치는 전통 방식과 시골아낙의 손맛이 어우러져 ‘명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스스로 송천 떡이 그렇게 대단한지 마을 주민들도 몰랐다. 그저 맛있다고 사 먹어주는 관광객들이 고마울 뿐이었고 마을주민의 안정적인 수입원으로 떡이 자리 잡으면서 송천마을은 알음알음 ‘떡마을’로 알려졌다.
그러다 1997년 한 신문에 탁씨 내외의 떡이 소개가 되면서 ‘대박’이 났다. 이름하여 ‘소문난 떡집’. 갑자기 각 언론사와 방송국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하더니 관광버스로 사람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마을 전체가 흥이 났다.
“처음엔 사람들이 찾아오겠다고 그러는데 나무 때고 사는 옛날집이라 남세스럽더라고. 그런데 두 번 세 번 오니까 어느새 편해졌어. 그렇다고 특별히 손님대접을 하는 건 아니야. 내가 바쁘니까 끼니때가 되면 솥에 밥 있으니 알아서 먹으라고 하지.”
탁씨 내외가 마음 써줄 수 있는 일은 그저 제집 드나들듯 편하게 해주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떡마을을 한번 찾은 사람들은 동해바다와 설악산에 목적지를 뒀다가도 떡마을에 들르는 일을 거르지 않는 단골이 됐다. 그들 중 일 년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서울 개띠 아주머니들이 있다.
“한번은 배달을 가느라 아주머니들을 두고 집을 비운 적이 있어요. 돌아와 밥을 먹으려고 보니 장독에 막장이 움푹 들어가 있어 이상하다 생각했지. 이틀인가 후에 그 아주머니들 중 한 분에게서 전화가 온거야. 미안해서 서로 미루다 그 아주머니가 전화를 한 거더라고. 점심에 밥과 함께 얻어먹은 장이 너무 맛있어서 돌아가는 길에 먹으려고 한 수저 퍼갔다고 그러는데 전화를 붙들고 둘이 한참을 웃었지.”
이러한 ‘생활’은 탁씨 내외의 떡 ‘철학’(?)으로까지 이어진다. 이 떡이라는 게 “내가 먹는다, 내 식구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맛이 안 난다”는 것이다. 지금도 여기저기서 같이 사업을 해보자는 제의를 받지만 거절하는 이유다. 떡 팔아서 삼형제 공부시키고 장가보냈으니 그것으로 족하고, 이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늙어서 걱정 안하고 살 정도만 벌면 된다는 게 탁씨 내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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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송천 떡마을의 떡은 맛만 좋은 게 아니다. 물과 공기는 그 자체로 훌륭한 치료약이다. 태어난 지 두 달 정도 된 손자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아토피로 온몸이 벌겋게 일어나 있었지만 5개월이 된 지금은 볼에 조금 자국이 남아 있을 뿐이다. 손자녀석은 이젠 뭐가 그리 좋은지 사람만 보면 벙긋벙긋 미소천사가 따로 없다.
“언젠가 칠곡에 사는 한 수녀님 전화를 받은 적이 있어. 김에드몬드 수사님을 모시고 있는데 위암 수술을 받은 후 음식을 잘 못 드신다는 거야. 쑥이 소화에 좋다고 하니 밥 대신 먹을 수 있도록 쑥을 많이 넣은 찰떡을 만들어줄 수 없겠냐고 그러더군.”
암에 걸린 사람을 떡으로 어떻게 할 수 있겠냐 싶었지만 사람이 아프다니 ‘특별주문’ 요청을 마다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수녀님으로부터 기쁜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떡으로 식사를 대신한 후 소화도 잘 시키고 기운도 많이 차렸다는 것이다.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지만 떡이 떨어질 때쯤 되면 항상 전화해 주문을 한단다.
떡에는 떡만의 고유한 정서가 있다. 때문에 먼 곳까지 와 떡을 찾는 사람들의 눈엔 펜션의 세련된 잠자리와 서비스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송천계곡의 물소리를 닮은 소박함과 차진 말 한마디… 송천 떡마을에서 탁씨 내외의 떡이 유난히 맛이 좋고 또 단골이 많은 진짜 이유다. 송천 소문난 떡집 : 033-673-1316
[RIGHT]사진 안홍범 / 글 신동섭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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