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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수술 친구 위해 성금 서울 경인고 학생들




임지원양의 사연을 처음 학생회에 알린 사람은 특수학급을 맡고 있는 이의선 교사였다. 경인고에서는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통합수업을 한다. 하지만 장애 학생들은 영어나 수학처럼 수준 높은 학습 능력이 필요한 과목의 시간에는 특수학급으로 자리를 옮겨 별도 수업을 받는다. ‘22번 염색체 미세결실증후군’이라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안고 태어나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지원양도 특수학급 학생 중 한 명이다.

‘22번 염색체 미세결실증후군’은 23쌍의 상염색체 중 22번째 염색체의 끝부분이 떨어져나가는 질환을 말한다. 개인별로 증세가 다르게 나타나지만 약 80퍼센트가 심장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2백여 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희귀 질환 중의 희귀 질환이다.

몸이 약하지만 학교 생활을 즐거워했던 지원양은 매사에 적극적이고 수업 태도도 좋은 모범학생이었다. 수술 날짜를 겨울방학기간인 1월로 잡은 것도 학교생활에 최대한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힘든 수술인지 모르고 개학 하면 충분히 학교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하지만 막상 가슴을 열고 보니 예상외로 상태가 심각했다. 긴박한 상황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생사를 오갔다. 심폐소생술은 물론 ‘더 이상 어렵겠다’는 통보도 받았다. 가족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 지원양은 깨어났다. 의료진은 지금도 지원양의 회복을 ‘기적’이라고 부른다.

그 사이 병원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 3월 말 병문안을 간 이의선 교사는 “수술하고 치료받는 비용이 벌써 2억원을 넘었다”는 가족들의 말에 깜짝 놀랐다. 작은 임대아파트에서 지원양의 아버지가 공장에서 일하며 받는 적은 수입으로 세 식구가 근근이 생활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이 교사는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마침 새 학기를 맞아 새로운 학생회가 조직되자 학생회장 김수진(2학년)양에게 지원양의 딱한 사정을 알렸다.

김수진양은 학생회 간부들을 소집해 모금 운동을 기획했다. 가상계좌를 만들고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 스토리 등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금 내용을 알렸다.

점심시간이면 식당 앞에서 모금함을 들고 학생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학부모들도 모금에 참여했다. 학교 행정실에 들러 직접 봉투를 전달하고 간 분도 있었다. 1학년 학생회 간부인 이윤세군은 설날 모아둔 세뱃돈을 내놓았고, 김동휘군은 통장을 헐었다고 한다.





 

한창 모금활동이 진행되고 있을 때, 이 내용을 접한 한 일간지 기자가 기사화하면서 이들의 선행은 세상에 알려졌다. 방송에도 소개되었다. 병상에서 힘겹게 투병하는 지원양의 모습이 전파를 타자 모금은 더욱 활기를 띠었다.

학생회 간부이자 학생회장단의 일원으로 병원을 방문한 권택준군(1학년)은 “얼굴도 모르는 선배였지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니 정말 마음이 아팠다”며 “그래서 더 열심히 모금 운동을 했다”고 한다.

학생회장 김수진양은 “많은 학생들이 호응해주어 어려움은 없었다”며 “병원비가 많이 나왔다는데 큰 도움이 못된 것 같아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했다. 수진양의 이야기에 이의선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중간고사가 코앞에 닥친데다 돈을 걷는 문제라 정말 조심스러웠어요. 그래서 시험공부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모금액수의 많고 적음에 연연하지 말고 마음을 모은다는 데 의미를 두라고 당부했어요. ‘우리가 선배를 잊지 않고 있다’는 뜻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거라고요. 그러면서도 큰 기대는 안 했는데 학생회 간부들이 정말 열심히 나서주었고, 재학생들이 관심을 보여 얼마나 기특한지 몰라요. 이런 아이들이 있다는 게 우리 사회의 희망이죠.”

현재 지원양은 감염의 우려 때문에 1인실에서 회복 중이다. 장기간 중환자실에 누워 있던 탓에 욕창이 심해져 앉지도 걷지도 못하는 상태다. 재활 치료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학교생활을 다시 하고 싶어하는 지원양의 의지가 워낙 강해 가족들은 희망을 안고 있다. 지원양의 어머니 안하영씨는 “학생들의 모금 소식과 학생회장단의 방문이 지원이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고 한다.

“학생들이 그런 일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요즘 학교폭력이 문제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에, 그리고 우리 지원이가 이런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더라고요.”

 

지원이는 편지 쓰기를 좋아하는 문학소녀다. 지금까지 안씨에게 쓴 편지가 2백 통이 넘는다. 그런데 편지에 ‘엄마, 이렇게 태어나서 죄송해요. 엄마를 너무 힘들게 하고, 울게 만들어 죄송해요’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안씨는 그 점이 늘 가슴 아프다고 했다.

“사람들은 다들 제가 씩씩해서 좋아 보인다고 합니다. 실은 그렇지 않지만 저는 억지로라도 씩씩해야 해요. 엄마니까. 제가 힘들어 하면 지원이는 몇 배로 더 처질 테니까요. 고비는 넘겼지만 사실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거기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어요.”

안씨는 “지금은 그저 살려주신 것에 감사하고, 쾌유를 빌어주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또한 “아직은 따뜻한 세상이라는 걸 알게 해준 학생들에게, 이의선 선생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글·최선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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