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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개발단’ 단장




지난해 7월 수도권에서는 시간당 50밀리미터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져 60여 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피해가 났다. 같은 해 9월에는 이상 고온현상으로 전력수요가 폭증해 전국 곳곳에서 단전사고가 발생했다. 또 2010년 12월 말에는 39일간 한파가 몰아닥쳐 73년 만에 가장 낮은 평균기온을 기록했다.

이같은 재해를 부른 것이 기후변화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세계 각국의 관심사다. 우리나라 기상청도 지난해 ‘한국형 수치 예보모델개발 사업단’을 출범시킨 데 이어 지난 3월 미 해군연구소(NRL) 수치예보모델링 전문연구원으로 활동하던 김영준(49) 박사를 사업단장으로 영입했다.

수치예보란 바람, 기온, 습도와 같은 대기 속의 물리 현상을 방정식으로 풀어내 그 수치를 근거로 미래의 대기 상태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사업단은 오는 2019년까지 모두 9백46억원을 투입해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수치예보모델은 영국, 일본, 미국 등 기상 선진국이 보유한 기후변화 대응 관련 핵심기술이다.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개발사업이란 세계적 선진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의 수치예보모델을 우리 손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또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하고, 천리안 위성 등 우리가 보유한 기상인프라에서 나오는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의미도 있습니다.”

20여 년간의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해 지난 3월 26일 취임한 김단장을 서울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단장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미국의 인물사전 ‘마르퀴즈 후스후(Marquis Who's Who)’에 ▲2011~2012년 과학기술 ▲2011년 미국 ▲2011년 다년 과학공헌 부문 등 3개 부문에 등재돼 있는 대기예측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다.

세계적으로 이름 난 현존인물에 대한 인명사전인 후스후는 미국인명정보기관(ABI)의 ‘21세기 위대한 지성’,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의 ‘올해의 탁월한 과학자 2천명’과 함께 ‘세계 3대 인명사전’으로 불린다.

1985년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졸업한 김 단장은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대기과학 분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97년부터 미 항공우주국(NASA), 미 해군연구소에서 대기모델개발을 연구해왔다. 김 단장이 개발에 참여한 수치예보기술과 대기예측모델은 현재 미 해군연구소와 미국 기상청, UCLA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예보에 사용되는 슈퍼컴퓨터는 바로 수치예보의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내는 데 사용됩니다. 수치예보모델이란 수치예보를 위해 슈퍼컴퓨터에서 운용하는 프로그램이고요. 지구를 수킬로미터 간격으로 바둑판처럼 나눠, 각각 기온·바람·습도 같은 관측값을 입력한 뒤 이를 방정식으로 풀어 3~10일 후의 날씨를 예측합니다.”

2007년 기상청 조사에 따르면, 기상예보 정확도에 기여하는 비율이 ‘기상관측 32퍼센트, 예보관 능력 28퍼센트, 수치예보모델 성능 40퍼센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단장은 “예보관이 수치예보모델 분석에 크게 의존하므로 수치예보모델에 대한 실제 의존도는 50퍼센트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1980년대에는 아일랜드·스웨덴 모델, 1990년대 후반에는 일본 모델을 도입해 사용하다 2009년부터 수치예보모델 분야 세계 2위인 영국 기상청의 모델을 도입해 수치예보에 사용해왔다. 1위는 유럽연합(EU) 모델이지만, 회원국 외부 반출을 통제하고 있다. 영국 역시 핵심기술에 대한 접근이나 수정을 불허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원천적으로 우리 실정과 차이가 있는 데다 최근 기후변동으로 오차가 점점 커지고 있음에도 우리 손으로 예측성능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인이 영국산 롤스로이스를 운전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운전 실력은 키울 수 있겠지만, 사고가 나거나 이상이 생기면 영국에 보내 수리를 맡기거나 사람을 불러와야 하는 셈이죠.”

지식경제부가 한국개발연구원에 위탁한 사업타당성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개발로 연간 2천억~6천억원 재해경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기상예보 국산화를 통한 간접적인 국민편익은 연간 1조원 이상으로 기대됐다.

또한 일기예보 정확성은 단기예보의 경우 현행 90퍼센트에서 91퍼센트로, 주간예보는 65퍼센트에서 66퍼센트로 향상되며, 현재 전국 3천5백27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동네예보 주기는 3시간에서 2시간으로 단축된다. 수치예보 모델을 수출할 수도 있다.

현재 사업단에는 수학, 물리학, 대기과학,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의 박사급 인재 43명이 근무하고 있다. 하루종일 모니터 앞에서 수학공식, 프로그래밍 코드와 씨름하는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기상기술발전을 위해 김 단장처럼 외국의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흔쾌히 귀국한 연구원들도 있다.

김 단장은 기상위성과 기상관측선,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상인프라는 선진국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그러한 우수 하드웨어를 받쳐줄 소프트웨어 개발이 미약했습니다. 하지만 향후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이 개발되면 국가경쟁력 파급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됩니다. 기상이변의 시대에 접어든 만큼 향후 기상관련 정보의 가치가 급상승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귀국 후 한동안은 너무 바빠 이삿짐조차 풀지 못해 단벌로 다녔다는 김 단장은 “지금은 우리 일을 널리 알리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남창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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