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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나눔人상 받은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최수진씨




“상을 받으려고 봉사를 한 건 아닌데 상을 주시니 마음이 편칠 않아요. 한국에 와서 적응하기 힘들었던 제 모습이 생각나 ‘후배’(한국에 온 지 얼마되지 않은 베트남 결혼이주여성)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뿐인데….”

최수진씨는 수상 소감을 묻자 쑥스러운지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베트남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고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게 돼 좋다”며 웃었다.

최씨는 현재 종로구청 인근에 있는 베트남 전문 한경그룹여행사에서 통·번역 업무를 하며 시간을 쪼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들의 적응을 돕고 있다. 그의 봉사활동 영역은 한글 교육에서부터 통·번역, 산후도우미까지 다양하다.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가정이 부부싸움이 났을 경우 통역을 해 주며 중재하는 역할도 마다않는다. 모두 자신이 한 번쯤은 경험했던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어요. 친정이 교육자 집안이라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다고 했을 땐 부모님의 반대도 컸지요. 그래도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어요. 하지만 결혼해서 한국에 와 보니 생각보다 적응이 많이 어려웠어요. 처음엔 의사소통이 안돼 우울증도 겪었지요. 결혼하자마자 첫 아이를 임신해 출산하면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나네요.”

최씨는 2006년 4월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이듬해 아들 하나 그 다음해 딸 하나를 낳았다. 임신과 출산은 그에겐 한국사회 정착의 시작이었지만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국땅에서의 연년생 출산은 도전이나 다름없었다.

“아이를 낳으러 병원에 갔는데 의사, 간호사와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했어요. 그때는 정말 베트남에 계신 부모님 생각에 눈물도 많이 흘렸지요.”

출산 후 산후조리 역시 결혼이주여성이었던 그에겐 사치나 다름 없었다. 그는 “남편이 설비분야 일을 하고 있지만 시력을 잃은 시어머니와 몸이 불편한 시누이의 실질적인 부양을 맡고 있는 터라 누구 하나 몸조리를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면서 “두 아이의 임신과 출산 기간이 결혼 6년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 과정은 오히려 그가 봉사를 결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자신은 어렵게 견뎌 냈지만, 후배들만큼은 자신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그는 2007년 ‘쉽게 포기하면 안 된다. 한국 사회에 당당하게 적응해야겠다’는 생각에 은평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갔다.





그는 은평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해 한국어 교육과 멘토링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 본격적인 적응훈련을 받았다. 이와 함께 한국어지도사양성교육도 의욕적으로 받았다. 취업준비와 직업훈련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적응을 어느 정도 하자 그는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대개 다문화가정의 여성들은 적응이 끝나면 복지관을 찾지 않는데, 최수진씨는 이후에도 복지관에 와 다른 베트남여성들의 적응을 도왔다”는 게 은평종합사회복지관 손수현(26) 사회복지사의 설명이다. 베트남 해양관광대학교에서 정보기술을 전공했던 최씨는 자신의 전공과 한국어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봉사부터 펼쳤다. 그는 한국어 검사지 등 각종 서류번역 봉사에서부터, 복지관 프로그램 진행 시 동시통역 봉사, 한국어지도 봉사, 멘토교육 봉사 등등 복지관 내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관련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적극 도왔다.

손수현 사회복지사는 “특히 통·번역 봉사는 복지관 측에서도 외부에 의뢰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최씨가 현재까지도 무급으로 봉사해 주고 있다”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산후도우미가 필요한 후배가 있으면 달려가 산후조리를 도왔다. 후배 베트남 결혼이주여성들에게 그는 친정엄마고 언니 같은 존재였다.


행복나눔인상 역시 이런 이유로 은평종합사회복지관 측에서 추천해 받은 것이다. 2010년 10월에는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한 한국생활 체험수기 공모전에서도 상을 받아 온 가족이 함께 베트남 친정에도 다녀왔다. 최씨는 “생활이 우선이다 보니 봉사할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다”면서 “이제는 적응보다 안정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녀교육에 대한 어려움도 털어놨다.

“한국 엄마라도 아기 키우기 쉽지 않잖아요.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 문화를 배우면서 가르쳐야 하다 보니 자녀교육 하는 것 더욱 힘들어요. 다문화가정 자녀의 교육문제에 대해서 정부에서도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최씨에게 앞으로의 바람을 물었다.
“지금의 일도 만족하지만, 앞으로 관공서에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나 다문화가정 관련 일을 해 보고 싶어요. 대부분 저같은 결혼이주여성은 임시직이나 계약직으로 있는데 정식 채용돼서 안정된 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요. 봉사 역시 한국적응 경험을 나누는 것으로, 앞으로도 계속 이어 가고 싶어요.” 그에겐 ‘결혼이주여성’이라는 꼬리표보다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민간외교관’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렸다.

글·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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