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체장애 딛고 ‘국민 DJ 오디션’ 은상 구혜정씨

“넌 어릴 적부터 사람 좋아하고 주위 친구들 사이에서 유쾌한 아이로 통했지. 그런 기대감에 부응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밝은 모습만 보이려 애썼던 것 같구나. 참 기특했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러웠어….”
SBS 목동 사옥에서 열린 러브FM ‘국민 DJ 오디션’ 결선 무대.
휠체어를 탄 구혜정씨가 마지막 미션인 ‘DJ 대결’에서 ‘자신에게 쓰는 편지’를 읽어 내려가며 애써 눈물을 삼켰다. 그동안 유쾌하고 씩씩한 목소리로 일관되게 라디오 진행 미션을 수행해오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지켜보던 심사위원과 2백여 명의 방청객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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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구씨는 다소 긴장했지만 차분한 진행으로 3등에 해당하는 은상을 수상했다. 6개월간 이어진 긴 도전과 치열한 경쟁 후에 받은 최종 성적표였다. “어쩌다 보니 상까지 받게 됐지만, 참가 신청을 할 땐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구씨는 환하게 웃었다.
구씨는 예선, 본선, 결선까지 그때그때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내 청취자들로부터 유난히 많은 박수를 받았다. ‘지체장애 2급, 텔레마케터 출신’으로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좋은 조건은 아니었지만 그 와중에도 특유의 유쾌함과 명랑함을 잃지 않는 모습은 청취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그가 미션을 수행해낼 때마다 국민 DJ 게시판에는 ‘구혜정씨의 멘트에 소름이 돋았어요! 파이팅! 명랑발랄 엔돌핀녀 구혜정’, ‘구혜정씨는 듣는 사람들의 기분을 무지 좋아지게 하는 뭔가가 있어요.
파이팅!’, ‘사람냄새 나는 사람 너무 좋아요. 구혜정씨 파이팅’ 등의 응원 댓글이 이어졌다.
“우연히 오디션 소식을 접하고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참가하게 됐는데 예선, 본선 치르면서 ‘구혜정씨를 통해 힘을 얻는다’는 글을 보니까 자신감이 생겼어요.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그런 방송을 해보자는 욕심도 생겼고요. 최종 우승은 못했지만 무엇보다 이번 오디션을 통해 그동안 제 주변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내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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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방송을 통해 자신을 묵묵히 인내해준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남편에 대한 고마움 등을 전했다. 청취자들은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고, 진심 어린 마음은 감동으로 이어졌다.
구씨는 2000년 스물여섯 꽃다운 나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1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정확한 병명은 척수장애 하반신 마비였다. 그는 사고 후 넉 달 동안 병원 신세를 진 뒤에도 꼬박 반년을 집에 누워 있어야 했다.
“친구 좋아하고 어울리는 것 좋아하는 성격이었는데 거의 반년간 마음을 닫고 살았어요. 그때는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러다 인터넷 장애인 카페에 들어가게 됐는데 그 카페를 전신마비 장애인이 운영한다는 걸 알고 엄청난 자극을 받았어요. 손을 못 쓰시는 분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는 그에 비하면 행복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는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는 이후 국립재활원에 들어가 적극적으로 재활에 힘썼다. 재활을 통해 그는 지체장애 1급에서 2급이 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유난히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의 구씨는 그곳에서 두 살 연하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도 했다. 그리고 취업도 했다. 현재 그는 9년째 경기도 부천에 있는 텔레마케팅 회사 유베이스에서 텔레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처음에는 일할 곳이 마땅치 않았어요.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형편도 아니고요.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만큼은 자신이 있어서 텔레마케팅에 도전하게 됐죠. 다행히 적성에 잘 맞았고 지금까지 열심히 잘 다니고 있습니다.”
구씨는 사내에서 이미 유명인이다. 직원 중 유일하게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입담으로 사내방송도 진행하고 있다. 근면성실함으로 사내에서 한 번도 수상하기 힘들다는 상을 2차례나 수상했다. 국민 DJ 오디션에 참가했을 때는 많은 동료 직원들이 그를 응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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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마다 남편과 함께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늘 파이팅을 외친다”는 그는 “우리와 같은 장애인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저 사람들도 열심히 사는데…’라는 생각으로 힘든 분들이 용기를 얻지 않겠느냐”면서 “국민 DJ 오디션을 통해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은상 수상과 함께 1천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상금을 어디에 쓸 것이냐”고 질문하자 그는 “우승 턱 쏘고 나니 남는 게 없다”면서도 “휠체어를 두 대 실을 수 있는 차로 바꾸고 싶다”고 답했다.
“오랜 꿈을 꾸고 이제야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오디션 후기를 전한 구씨는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장애인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글과 사진·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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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