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 3월 13일 광화문 인근의 한 커피숍은 매캐한 담배연기로 숨 쉬기가 거북할 정도였다. 그 사이로 약간 그을린 얼굴의 특전사 복장을 한 인물이 나타났다. 공중진화대 노두환 대원이었다.
그는 “커피숍의 담배연기가 산불 진화 때 침엽수 타는 냄새처럼 독하게 느껴진다”며 “그러나 이 정도는 진화대원에겐 간에 기별도 안가는 수준”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공중진화대원은 생명을 잃을지도 모르는 극한상황에서 작업하기에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은 기본이다. 그래서 대원 대다수는 특전사나 해군 특수전여단(UDT) 등 특수부대 출신들이 80퍼센트를 넘는다. 2003년 산림청에 들어온 노 대원 역시 특전사 출신이다. 노대원은 “산불이 크게 나면 산속에서 며칠을 지새우며 진화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럴 때는 잠깐잠깐 눈을 붙이고 식사는 대충 때우기 일쑤”라고 했다.
산불현장에서 세면은 사치다. 산골짜기에 흐르는 물로 검게 그을린 얼굴을 씻고 목을 축이곤 한다. 사명감이 없으면 견뎌내지 못할 직종이다. 기자가 “여름 장마 때는 좀 한가하지 않느냐”고 묻자, “산악 인명구조 등으로 쉴 틈이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는 지난해 6월 대둔산에서 약초를 캐다 계곡 아래로 굴러떨어져 골절상을 당한 60대 노인을 헬기 레펠을 통해 구조하기도 했다.
산림청이 지난 3월 1일부터 오는 5월 15일까지를 산불조심기간으로 정하고 본격적인 산불방지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노 대원은 “대형 산불(화재면적 1백헥타르 이상)이 많은 기간이라 신경이 곤두선다”면서 “대원들이 부족해 근무인원 모두가 사실상 24시간 대기상태”라고 했다.
산불 공중진화대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다. 주로 어떤 일을 하나.
“공중진화대는 1996년 4월 고성 대형 산불과 동두천 산불을 교훈삼아 산림자원과 자연생태계를 보호하고 인명·재산의 손실을 막기 위해 지난 1997년 3월 1일 창설됐다. 우리는 한 해 수백 건에 달하는 산불과 재해현장에 헬기와 함께 가장 먼저 현장에 투입된다. 산불의 초동진화·인명구조와 재난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산림청 산림항공본부에 편성돼 활동하고 있다.”
진화대팀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산불의 전문 진화를 위해 조직된 산불 공중진화대는 현재 전국 1개 본부에 총 8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대원들은 헬기 레펠 등에 능한 특수부대 출신들로 산악지형을 훤히 꿰뚫고 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즉각 헬기를 타고 화재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나.
“그렇다. 헬기 레펠 장비, 불갈퀴 등 각종 화재진압 장구들을 몸에 지니고 ‘출동 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퇴근 후에도 비상연락이 오면 즉각 출동해야 한다. 아내에게는 ‘산불 진압 간다’는 말만 남기고 집을 나선다.”
한겨울에 헬기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오면 몸이 얼어붙을 정도겠다.
“맞다. 몸이 냉동실에 들어간 느낌이다. 불이 너무 그리워진다. 조종사에게 수백 도에 달하는 불머리에 내려달라고 할 정도다(웃음).”
야간에는 더 힘들겠다.
“화재와 맞서 싸우는 건 모두 힘들지만 특히 야간에 발생하는 산불이 가장 위험하다. 출동하는 지역의 지형지물 식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간 출동은 위험한 헬기보다는 차량으로 지역까지 이동하고 있다.”
위험과 맞서 싸우는 일인 만큼 대원들끼리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은데.
“이제는 대원들 눈빛만 봐도 서로의 속마음을 알 정도다. 쉽게 말해 텔레파시가 통하는 거다. 대원들은 모두 특수부대에서 훈련을 받았고, 산불진압용 레펠교육을 받기 때문에 단련돼 있다. 그러나 화재현장에는 우리가 모르는 위험요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불안한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 실전에서 실수를 줄이기 위해 늘 자체적인 훈련을 하고 있다.”
얼마나 자주 출동하나.
“우리가 담당하는 지역에 산불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항상 그 지역에 있다고 보면 된다. 날이 많이 건조할 때는 산불 발생도 잦다. 하루에 2~3번 출동하기도 한다.”
산불 진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은.
“2005년 4월 강원도 양양 낙산사 대형 산불과 지난해 4월 경북 울진의 산불이 기억에 남는다. 바람이 워낙 거세 화재 진압에 애를 먹었다. 특히 낙산사는 산림청 전 헬기가 동원돼 진압을 완료해놓고도 재불이 다시 옮아붙어 천년 고찰을 태운 것이었다. 정말 안타까웠다. 이럴 때는 잠도 못 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한다.”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있었나.
“여러 차례 있었다. 산불 발생 시 주변 온도는 보통 1천도에 육박한다. 항상 안전도구(방화복과 방염텐트) 등을 갖춘 상태에서 작업을 한다. 그래도 피부에 와 닿는 화염의 살기(殺氣)는 어쩔 수 없다. 매연에 숨이 막힐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사방이 연기로 둘러싸여 탈출구를 찾기 힘들 때도 있다.”
산불 방지를 위해 국민들에게 어떤 것을 꼭 지켜달라고 말하고 싶나.
“산불의 원인이 되는 라이터와 같은 위험물질을 소지하고 산에 들어가면 안 된다. 특히 산불 발생 때 시민들의 참여가 저조하다. 대원들만의 힘으로 산불을 진화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시민들의 동참이 절실하다.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출동한 헬기의 소음이 크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민들의 인식 또한 전환됐으면 좋겠다.”
노두환 대원은“ 헬기가 한 번 뜨면 2시간 만에 연료비와 인건비 등으로 무려 8백만원 정도가 소요된다”면서“ 국민의 세금이 헛되이 사라지지 않도록 산불을 내지 않는 게 최상의 방책”이라고 했다.
노 대원은“ 산골 노 부부의 불타는 집을 진화했을 때, 노 부부가 권하는 냉수 한 잔이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다”며“ 지난 3월 초 극한직업 강사로 아들의 유치원에서 강의했을 때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글·오동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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