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사랑하고 보고 싶은 ○○야! / 너의 모습은 페이스북에 들어가서 자주 본단다. / 그렇게라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엄마는 너무도 행복하단다. / 머리도 잘랐던데, 그때 그 긴 머리가 엄마는 더 멋있던데… / 늘 보고 싶어. 너희들을 생각할 적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 그 먼 곳에서 열심히 그리고 착실하게 잘 자란 너희들이 너무도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엄마랑 대화를 할 수 있니? / 난 언제라도 너의 의견을 존중하마.”
어려운 가정환경에 어쩔 수 없이 두 형제를 해외에 입양 보내야 했던 엄마가 자신의 아들에게 쓴 이메일을 읽어 내려간다. 이메일에는 아직 마음을 열지 못한 둘째 아들을 대하는 엄마의 조심스러움과 애틋함이 묻어 난다. ‘어떻게 하면 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남혜미씨는 잠깐 생각을 고르고 이메일 번역에 들어간다.
“번역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특수한 상황에서의 편지는 글쓴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 하는 게 조심스럽고 어렵지요.
예전에 덴마크에 사는 입양인이 친부모를 만난다고 해서 통역을 도왔는데 유일하게 할 줄 아는 말이 ‘사랑해 엄마’ 한마디더라고요. 서로 의사소통이 전혀 안되는 입양가족 사이에서 제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으니 단어 하나 쓸 때도 심사숙고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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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가족들의 번역 봉사를 해 오고 있는 남혜미씨의 말이다. 남씨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해외 입양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를 영어로 번역하고, 반대의 경우엔 한글로 옮겨 주는 봉사를 해 오고 있다.
남혜미씨가 번역 봉사를 시작한 것은 2009년. 외무고시에서 세번째 낙방했을 때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오직 외교관이 꿈이었어요. 하나만 생각하며 달려왔는데 시험에서 떨어지니 자신감, 의욕 모든 걸 잃었지요.
3년 동안 공부했던 게 무의미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뭔가 돌파구라도 찾고 싶었을 때 ‘제가 공부했던 영어로 다른 사람을 도와 보자’ 생각하고 시작한 게 바로 편지 번역 봉사활동이었습니다.”
경영학과에 진학했지만 외교관이 되기 위해 영어영문학을 복수전공으로 택할 만큼 영어에 남다른 열정이 있었던 남씨는 이후 입양가족의 전서구(傳書鳩 : 통신에 이용하기 위해 훈련된 비둘기)가 되길 자처했다. 봉사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뇌종양 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봉사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오는 4월이면 봉사를 시작한 지 3년을 꽉 채운다.
남씨가 지금까지 잉카스를 통해 번역한 편지는 60여 통에 이른다. “잉카스 게시판을 통해 의뢰가 들어오는 편지 위주로 번역 봉사를 하다 보니 많은 양은 아니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억에 남는 편지도 있을 것 같다.
“입양 간 남동생을 길러 준 양부모에게 한국에 있는 누나가 쓴 편지가 기억에 남아요. 양부모가 남동생의 성장앨범을 친가족에게 선물했는데, 그것을 보며 ‘유년 시절을 함께하지 못했던 점이 가슴 아프다’는 누나의 사연이었지요. ‘남동생에게 화목한 가족을 선물해 줘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도 담겨 있었어요. 번역하는 내내 가슴이 뭉클하고 따뜻했습니다.”
남씨는 편지를 번역하며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켜 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함께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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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상공회의소 노사인력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남씨는 회사 근무 시간에는 본업에 충실하고 점심시간 등 남는 시간을 쪼개 편지 번역 봉사를 해 오고 있다. “3년 정도 하다 보니 이제는 조금 수월해져 30분이면 편지지 2장 분량을 번역한다”는 그다.
그는 “내용이 크게 어렵지 않고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수준이어서 어렵지않게 도전해 볼 수 있는 봉사”라고 덧붙인다. 이메일로 번역 의뢰를 받기 때문에 학업이나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충분히 봉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남씨는 잉카스 입양가족 편지 번역 봉사 외에도 월드비전 재택번역 봉사단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월드비전 재택 번역 봉사는 후원자와 후원아동 간 자매결연 편지를 번역해 주는 역할이다. 자매결연 편지는 한 달에 4~5통의 편지가 그를 통해 오간다. “후원이 필요한 부분이나 후원에 대한 감사, 안부를 전하는 수준이어서 이 역시 어렵지 않다”는 게 남씨의 얘기다.
이뿐 아니다. 주말을 이용해 오프라인 통역 봉사도 펼친다. 입양가족이 한국을 방문(모국방문단)하거나 잉카스, 월드비전의 행사가 있어 통역이 필요한 경우 현장 통역 봉사에도 적극 참여하며 ‘민간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는 남씨다.
한비야씨의 <그건, 사랑이었네>의 한 구절을 인용해 “벼랑 끝에 서서야 나에게 날개가 있는 것을 알게 됐다”는 그는 “ ‘봉사’가 내가 가진 날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내공을 더 쌓아’ 훗날 국제기구에서 아동이나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일들을 해 보고 싶다”면서 “입양가족을 위한 편지 번역 봉사는 평생 꾸준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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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KAS의 자원봉사는 통역(친가족과의 만남, InKAS 회의 및 행사, 병원진료 등), 번역(편지, 서류번역), 한국어도우미, 사무봉사, InKAS 행사보조 등이 있다. 자원봉사신청서 작성 시 정보입력을 통하여 원하는 분야 봉사를 신청할 수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필수적으로 ‘입양관련 배경지식과 입양관련 통·번역 시 알아야 할 내용’에 대한 봉사자 교육에 참가해야 하며 봉사자 교육을 이수한 자원봉사자만이 모든 봉사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봉사자 교육 신청은 자원봉사 신청 시 가능한 날짜를 체크하면 된다. 문의 www.inkas.org ☎02-3148-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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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