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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비장애 딛고 원격컴퓨터강사 활동 박경영씨




“아직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요.”

박경영(32)씨는 지체장애1급 IT강사다. 초등학교 2학년, 4학년생 두 명에게 매주 목요일 두 차례 원격으로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2005년 다이빙을 하던 중 경추에 심각한 손상을 입어 전신마비가 됐다. 사고 후 손가락조차 까딱하기 어려운 몸이 됐다. 겨우 고개를 움직일 수 있을 뿐이다. 오직 음성과 원격조종으로만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도 있다. 하지만 몸이 불편한 것이 수업에 차질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학생들은 내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4개월이 지난 후에야 알았다”고 전한 그는 “수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는 아이들이 일반인과의 차이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학생들이 아직 어려서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직접 대면하는 수업이 아니라서 내용을 이해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음성과 안경 사이에 부착된 반사판 스티커, 이마에 부착한 헤드 마우스 익스트림이라는 보조공학기구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7년 전 사고는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3년간 다니던 직장도 잃게 만들었다. 박씨는 “사고 후 6개월간 치료를 받으면서도 평생 움직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면서 “국립재활원에 있는 3개월 동안 ‘헤드마우스 익스트림’이라는 원격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고 말했다.

평소 컴퓨터를 좋아하던 박씨는 지난해 8월 한국척수장애인협회의 추천을 받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에서 실시하는 ‘IT원격컴퓨터강사 직업영역개발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컴퓨터 자격증을 소지한 장애인이라는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박씨는 “사고가 나기 전 IT회사에서 근무했던 만큼 사전에 컴퓨터 활용교육을 따로 받지는 않았다”며 “한컴미래교육에서 주는 교재로 독학을 하고 화상회의를 통해 회원과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격 강의’를 시작하면서 박씨의 삶도 큰 변화가 생겼다. 평소 컨디션 관리가 어려웠다던 그는 “그동안 일을 하지 않다가 IT수업을 맡게 돼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됐다”면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책임감 때문에 오히려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씨가 아이들을 가르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4년 전부터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재활원에서 운영하는 장애예방교육 강의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원래 아이들과 만나는 자리를 좋아한다”는 그는 “IT교육은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강의가 아니라 질문과 대답을 통해 상호 소통이 가능해서 서로에게 유익하다”고 말했다.

박씨가 하는 일은 다른 중증 장애인들에게도 희망이 되고 있다.

5박씨는 목 아래로는 신체 움직임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모임인 ‘정상회’의 회원이다. 그는 “중증 장애를 가진 정상회 회원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에 좌절한다”면서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직업개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들에게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의 유무가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이번 원격컴퓨터강사 직무도 직업적으로 전망이 좋은 IT와 교육을 접목시킨 새로운 직업 분야에 속한다. 이는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선도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해 박씨는 “이번 사업이 짧은 이슈로 끝나지 않고 장기적인 사업 홍보와 사업 개발을 통해 회원 수가 점차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씨는 서울 길음동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장애의 몸으로 생활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일상적인 생활도 쉽지 않은 박씨를 보건복지부의 장애인활동보조도우미 민숙자(64)씨가 돌보고 있다.

민씨는 평일 하루 9시간씩 박씨의 곁을 지킨다. 나머지 시간은 박씨의 가족이 찾아와 돌보고 있다. 현장강의 등 외부 활동이 있을 때도 민씨가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 함께 이동한다.

그는 “보조도우미 서비스를 받기 전에는 집에서 컴퓨터만 하는 게 전부였다”면서 “활동에 제약을 덜 받게 되고 무엇보다 가족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박씨는 장애인도 도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목표를 설정하고 이뤄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그는 “무엇이든지 도전하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도전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는 “특별한 컴퓨터 활용 능력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서 “인터넷에서 불법자료를 유포하는 화면을 캡처하는 일” 등을 사례로 꼽았다. “비장애인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장애인이 장기간 모니터를 감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한 생각도 내비쳤다. 그는 “잘할 수 있는 일은 컴퓨터 전산 유지 및 전산망 구축과 관련된 일이다”면서 “컴퓨터를 고치는 상담 역할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이슬 인턴기자 / 사진·김잔듸 객원기자



‘IT원격컴퓨터강사 직업영역개발사업’은

최중증 장애인을 위해 새로운 직업 개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한국척수장애인협회 및 한컴미래교육과 3자간 협약을 체결해 척수장애인 등 최중증장애인의 직업영역을 개발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기관 간 연계와 협업을 통해 신직업을 개발하고 있는 사례에 속한다. 국내에서 장애인이 원격근무를 하는 다른 직업 분야로는 대한항공 항공권 예약 업무, CJ텔레닉스 재택 쇼핑컨설턴트 등이 있다.

문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직업영역개발팀 ☎031-728-7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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