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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서울 홍대 인디음악계에 한 여자가 가야금을 들고 나타났다. 가야금 싱어송라이터인 ‘모던 가야그머(가야금 연주자의 영어식 표현)’ 정민아(32)다. 다른 인디밴드들이 기타나 드럼을 칠 때 그는 가야금으로 ‘노란샤쓰의 사나이’와 자신이 작곡한 보사노바·포크 등을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2007년 발매한 1집 앨범 <상사몽>은 1만장 넘게 팔았고, 수록곡 ‘무엇이 되어’는 한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렸다. 2008년과 2011년 국악 연주자로는 처음으로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

정민아는 2009년 그의 밴드 일원인 양현모(퍼커션), 곽재훈(베이스)과 함께 ‘버스킹(거리공연) 투어’를 떠났다. 이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판타스틱 모던 가야그머>(감독 최승호)가 지난 8월 18일 개봉했다. 보름 동안 전국을 돌면서 펼친 23회의 공연 여정 등을 담았다. 이 영화는 지난 8월 16일 폐막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도 초청을 받았다.

그는 “버스킹을 하면서 CD 2천 장을 팔았다는 한 인디밴드의 경험담에 솔깃해 버스킹을 시작했는데 (나는) 1백3장밖에 못 팔았다”고 했다. “한 명이라도 와서 서 있으면 신나서 연주했어요. 충북대학교 앞에서 늦은 시간에 연주를 하는데 한 주민이 시끄럽다고 항의를 하러 나왔어요. 알고 보니 우리 밴드 팬이더라고요. 당연히 ‘민원 제기’는 없었고 과자와 책까지 선물로 주셨죠.”

정민아는 초등학교 때 한국 무용을 배우면서 가야금을 처음 접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동네 가야금 교습소에서 본격적으로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해 국립국악고등학교에 들어갔다.

그는 “고등학교에 가자마자 궁중음악인 ‘수연장지곡’을 합주했는데 너무 웅장하고 멋져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며 “‘이렇게 멋진 음악을 하고 있다’는 벅찬 감동마저 느꼈다”고 했다. 한양대 국악과를 졸업하고 현재 숙명여대 대학원 휴학 중인 그는 홍대 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그의 가야금 연주를 들은 클럽 사장의 권유로 무대에 서게 됐다.

정민아는 대학 때 4년 동안 주말마다 경마장 매표소에서 일했다고 한다. 대학원 휴학 이후에는 전화상담원으로 취직했다. “음악으로 돈 버는 게 힘들어요. 할 줄 아는 게 가야금 연주밖에 없으니 취업도 힘들고, 레슨을 하려고 해도 교수님의 연줄이 필요하죠. 나 말고도 졸업 후 전화상담원이 된 같은 과친구들이 몇 있어요.”


2007년 전화상담원을 그만두고 1집 앨범을 냈지만 2009년에 ‘보릿고개’가 찾아왔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주먹밥을 만들어 팔았지만, 요령이 부족한 탓에 열흘 만에 장사를 접어야 했다.

영화에도 삽입된 ‘주먹밥’은 당시의 실패를 노래한 것이다. 그는 “이런 경험을 안 했다면 국악밖에 모르는 내가 뭘로 노래를 만들었을까. 아마 어떤 얘기로 노래를 만들었어도 겉돌았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낙천적이다.

요즘은 홍대 갤러리 카페에서 공연과 공연기획을 하면서 한 달 평균 80만~1백만원 정도를 번다.

정민아는 “국악을 사랑하지만 내가 하는 음악은 가야금을 사용한 인디 포크”라며 “본질을 해치지 않는 음악, 자연스러운 음악을 계속 하고 싶다”고 했다. “가야금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지 않고는 살 수가 없어요. 배고프면 밥 먹는 것처럼 본능 같은 거죠. 앞으로 보릿고개가 또 찾아올 수 있지만 뭐 어때요? 닥치면 해결할 방법을 찾을 테니 지금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죠.”

글ㆍ변희원 (조선일보 대중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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