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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률 100퍼센트 농협대학 박해상 총장




“전문대 인재양성은 정부의 마이스터고 인재육성과 일맥상통합니다.”

지난 8월 17일 경기도 고양시 농협대학에서 만난 박해상(62) 농협대학 총장은 “고등학교 학생들이 너도나도 4년제 대학으로만 몰리면 국가산업 원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며 “유럽 선진국의 경우처럼 4년제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직장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선취업·후교육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협대학은 ‘작지만 강한 대학’이다. 농협중앙회 산하의 3년제 전문대로 전체 학생은 4백60여 명에 불과하다. 협동조합경영과가 유일한 학과로 교수도 7명이 전부다. 고양시 원당동에 캠퍼스를 두고 있어 서울 소재 대학도 아니다. 하지만 농협대학은 ‘1백퍼센트’ 취업률을 자랑한다. “‘농협에 가기 싫다’는 학생 빼고 다 취업한다”는 것이 박 총장의 설명이다.


그 결과 지난해 농협대학의 입학 경쟁률은 14대1에 달했다. 박해상총장이 선취업·후교육 활성화와 전문대 인력 양성에 목소리를 높이는 까닭도 이런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학생들과 학부모의 외면으로 수도권과 지방 소재 2~3년제 전문대 상당수가 폐교위기에 내몰려 있는 현실과 비교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전문대가 쇠퇴 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도 지금은 괜찮을지 몰라도 가만히 놔두면 도태됩니다. 사실 농협대학은 1962년 설립 후 오랫동안 답습을 면치 못했죠. 학생과 교직원 수만 놓고봐도 초창기와 별로 다르지 않고, 역대 총장은 퇴직을 앞둔 농협중앙회 임원이 맡는 게 관례였습니다. 이래서는 우수한 학생이 와도 학교가 발전할 수 없죠.”

박해상 총장이 농협대학을 이끈 것은 지난 2009년부터다. 상고(대구 협성상고)와 지방대(경북대 농학과)를 나온 박 총장은 기술고시를 거쳐 한국농업전문학교장. 농림부 차관까지 지낸 농업 전문가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그의 전문성을 높이 사 농협대학을 맡아줄 것을 권했다. 퇴직을 앞둔 농협중앙회 출신 임원들이 대학총장을 돌려 맡던 관례를 깬 것이다.

박 총장은 취임 후 새로운 실험을 단행했다. 농협대학 개교 이래 최초로 정부지원금을 따낸 것. 농협대학은 지난 4월과 7월 교육역량강화사업과 브랜드사업 전문대로 선정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각각 4억9천만원과 3억9천만원을 지원받았다. “모두 9억원가량으로 학생 1인당 2백만원가량 돌아가는 셈”이라고 박 총장은 설명했다. 학생들의 교육비 부담이 그만큼 덜어지는 셈이다.

“사실 다른 사립대는 다 정부지원금을 받고 운영하잖아요. 대신 정부지원금은 취업률, 교수진, 교육내용 등 다방면을 평가해서 줍니다. 하지만 지원금을 받으려면 평가 관련 자료도 만들고, 실사도 받아야 하니 번거롭습니다. 준비할 것도 많지만 준비한다고 해서 꼭 선정되는 것도 아니죠. 그래서 과거에는 정부지원금을 따내려는 노력 자체를 안 했어요.”


박 총장은 정부지원금으로 농협대학 3학년생 전원을 9월 한 달간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보낼 계획이다. 교과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학생들을 위한 용도로만 엄격히 사용이 제한돼 있다. 그래서 어학연수를 선택한 것. 지난 2009년 3년제로 승격돼 3학년 학생 다합쳐 40여 명에 불과하지만 개교이래 사상 첫 학년 전체 어학연수라 졸업을 앞둔 학생들도 대환영이다.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반값 등록금’ 논란과 관련해서도 농협대학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농협대학의 등록금은 수도권 사립전문대의 75퍼센트 수준에 불과하다. 농협에서 대학 운영금의 절반이상을 지원한다. 협동조합경영에 전문화된 맞춤형 인력을 공급받는 대가다. 나머지 금액만 학생들로부터 받는 등록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저렴한 등록금과 1백퍼센트 취업보장으로 농협대학에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든다. 3년제 전문대로는 이례적이란 평가다.



▲일반 학생 ▲농촌지역 학생 ▲전문대졸 이상으로 지역 농협조합장이 추천하는 학생을 각각 3분의 1씩 나눠 뽑는데, “일반전형 학생들의 경우 연고대 상위권 수준의 성적”이란 것이 박 총장의 설명이다.

농협대학 졸업생의 실력은 농협 내에서도 인정받는다.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을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이덕수 농업경제대표도 농협대학 출신이다. 선출직 농협중앙회장을 제외하면 농협의 경제사업을 이끄는 최고위직까지 전문대인 농협대학 출신이 올라간 셈이다.

“한때는 농협 상무 이상 절반이 농협대 출신이었다”는 것이 박 총장의 설명이다. 지금까지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박 총장은 내년부터 또 다른 실험을 구상하고 있다. 유일한 학과인 협동조합경영과를 그대로 유지한 채 농업유통과 농업금융에 특화된 전문과정을 추가 운영하는 것이다. 신용과 경제사업 분리계획에 따라 유통경제 부문과 금융부문으로 이원화되는 농협 실정에 맞춰 특화된 인재를 공급하려는 것이 박 총장의 생각이다.

또 이 실험을 마무리하면 향후에는 농촌 사회에 필요한 복지인력도 키워 낼 계획이다. “최근 농촌 인력의 고령화, 다문화가정 급증 등으로 농촌 사회복지인력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박 총장은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그에 맞는 전문인력 공급을 뒷받침해 주면 자연히 취업도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상 총장은 농업을 경시하는 우리 사회 풍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박 총장은 “농업은 바이오기술(BT)과 연결되는데 우리 사회는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라며 “1990년 이후 BT는 세계적으로 해마다 25퍼센트씩 성장하고, 우리나라도 30퍼센트씩 커지는 만큼 더욱 중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농업은 식량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돈만 있으면 언제든 해외에서 식량을 사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곡물값이 급등하고 있어 그렇지 못합니다. 이에 앞으로는 우리 농협대학이 농업 및 유관 분야에서 세계적인 대학이 되도록 키워 낼 생각입니다.”

글ㆍ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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