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정현철씨의 이력을 살펴보니 공부에만 충실했던 우등생임을 알 수 있었다. 외국어고등학교 출신인 그는 독학으로 화학을 공부해 과학고 학생들의 독무대인 포스텍 화학 경시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후 포스텍 화학공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여기서도 ‘학교 공부가 최고의 미덕’이라 여기며 줄곧 학교 공부에만 매달렸다. 대학교 평균 평점은 4.3점 만점에 3.98점. “당장 눈앞에 주어진 것에만 너무 매달렸던 것이 아니었나 싶어요. 정작 공부를 하면서 더 큰 그림은 못 그린거죠. 의욕도 사라져 가고 이 길이 나에게 맞는가 싶기도 했어요.”
그렇게 공부에만 매달리던 정현철씨는 학부 3학년을 마친 후 인턴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동안 진지하게 진로에 대해 생각할 만한 여유를 갖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학교생활에서 일종의 결핍을 느꼈어요. 뭔가 색다른 경험을 찾고 있던 중 인턴에 지원했죠. 화학공학은 실제 산업에 직결된 학문인데 사실 책에서만 배우니까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거든요. 학교에서 배운 전공 지식이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고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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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철씨가 인턴으로 지원한 곳은 동양제철화학(현 OCI)이었다.
“우선 익산의 화학공장에서 한 달 근무하면서 연수를 받았어요.
그리고는 미국 와이오밍 주의 록키산맥 등지에 있는 소다회 정제공장에서 3주간 일했어요. 안전모를 쓰고 공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어요. 특히 미국 공장에는 동료 인턴사원과 저 둘만 파견되어, 현지인들밖에 없는 환경에서 생활했어요. 공장 업무를 배우는 것은 물론 직원들의 일상생활까지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어요.”
그는 인턴생활을 통해 “도전의 즐거움을 배웠다”고 말했다. 인턴생활을 통해 실무와 함께 산업현장에서 화공(化工)의 역할 등 많은 것들에 대해 알게 됐죠. 하지만 제가 얻은 가장 값진 교훈은, 학교 바깥에 더 넓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인턴생활을 통해 대학 바깥의 넓은 세상을 배운 뒤로 정현철씨의 삶은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졸업을 1년 앞두고 휴학을 했다.
“원래는 대부분의 동기들처럼 저도 학부를 졸업한 뒤 포스텍 대학원 화공과에 진학해서 박사과정을 밟을 예정이었어요. 하지만 인턴을 통해 대학 밖에서 화학공학을 체험하고 나니, 그동안 제 진로에 대해 너무 좁게 생각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계가 아닌 산업분야로 진출하는 것도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외국에서 얼마간 일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죠. 세부 전공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대학원에 가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에서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꿈을 찾으며 적응력도 더 키워 보고 싶어요.”![]()
먼저 군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는 해병대를 선택했다.
“기왕 갈 거 정말 제대로 해 보자는 생각에 해병대를 택했어요. 평소 안정적으로만 살던 터라 주위에서는 걱정이 심했죠.”
정현철씨는 백령도에서 군 생활을 했다. 그가 복무하는 동안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 같은 큰 사건들이 있었다. 그는 군 복무 기간 중 해병대사령관 표창, 해군정보통신학교장 표창, 국군의 날 부대 모범해병 표창을 받았다.
제대한 후 그는 복학 전까지 현대오일뱅크에서 두번째 인턴생활을 했다. “첫번째 인턴생활은 공장에서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사무실에서 일해 보고 싶었어요. 정유 회사를 선택한 것은 화학공학이 가장 활발하게 진출한 분야 중 하나이기 때문이었죠.”
그렇게 시작한 두번째 인턴에서 그는 에너지정책팀에서 일했다.
“에너지정책팀에 배정받은 건 행운이었어요. 에너지정책팀에서 우리나라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대해 배우면서 에너지 전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어요.”
그는 “우선 석유가 의외로 아직까지 꽤 많이 남아 있다는 점에 놀랐다. 단순히 매장량만을 고려한다면 우리에게는 미래의 석유 고갈에 대비할 시간이 아직 충분한 것처럼 보였다”면서, “그러나 정말
큰 문제는 다른 데에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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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유가 대부분 중동 지역에 매장되어 있다 보니, 이 지역의 정세가 불안할 때마다 석유 가격이 급등하고 에너지 위기가 발생했던 거예요. 인턴 기간 중에 이란에서 원유를 싣고 오던 유조선이 이를 하역하지 않고 목적지 바로 앞에서 며칠간 멈추어 섰던 일이 있었어요. 당시 미국이 이란 내에서 자금이 테러단체로 흘러 들어갈 것을 염려해 이란과의 금융거래를 일부 제한했어요. 이러한 조치가 석유거래에까지 영향을 미쳤던 거죠.
어떤 에너지 자원이든 단순히 그 매장량만 풍부하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가 지켜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문에 태양에너지와 같이 편중되어 있지 않으면서 어디서든 이용 가능한 에너지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정현철씨는 현재 미국 대학원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원에서 태양에너지에 관한 전문지식을 쌓은 후 해외의 선진화된 에너지 산업 현장에서 얼마간 경험을 쌓고, 향후 대한민국의 에너지 경제 및 안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인재가 되겠다는 포부를 품고있다.
“태양에너지는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에요. 태양에너지가 싼 가격에 상용화될 수 있도록 제가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에요.”
마지막으로 G20세대에게 전할 말이 있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주위에서 인턴을 단순히 스펙 쌓는 용도로 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하지만 활용하기에 따라서 인턴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얻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회사 임직원이 인턴들에게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 많이 배울 수 있었지만, 저 역시도 여유가 생길 때마다 스스로 공부할 것을 찾아 하나라도 더 알려고 노력했어요. 후배들도 인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제가 인턴을 통해 얻었던 도전정신과 넓은 시야, 폭넓은 경험을 꼭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글ㆍ이재근 (포스텍 화학공학과 석박사 통합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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