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미스코리아 출신 김수현 KOICA 홍보관




“왜 어렵게 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지 알 것 같아요. KOICA 해외봉사활동에 꼭 참여해 보고 싶어요.”

지난 7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염곡동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지구촌체험관에 30여 명의 중학생이 모였다. 방학을 맞아 해외봉사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무상원조 전담기관인 KOICA에도 관련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30명 이상 단체의 신청을 받아 코이카 지구촌체험관에서 진행하는 강의는 방학을 맞아 하루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될 만큼 인기가 좋다. 코이카는 강의를 통해 중점사업인 공적개발원조(ODA)와 해외봉사활동을 소개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해외봉사활동에 대한 열정도 있지만, 최근 코이카 지구촌체험관에 청소년이 붐비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2006년 미스코리아 미(美) 출신으로 국제개발협력 홍보 전문가로 활동 중인 김수현(26) 홍보관의 강의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코이카에 입사해 ‘미스 코이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김씨는 체험관을 찾은 학생들 사이에서 블로그 등에 회자될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학창시절 해외봉사활동 경험담 등을 들려주며 청소년들과 공감대를 잘 형성하고 있다는 평이다.

지구촌체험관 2층 강의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강의가 끝나자 한 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김 홍보관을 보고 나도 해외봉사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광주에서 태어난 김씨는 건설업계에 종사하는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해외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아버지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과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자주 집으로 데려왔다.

고향을 등지고 돈을 벌기 위해 한국까지 오게 된 이들을 지극히 챙겼다고 한다. 김 홍보관은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해외봉사에 눈 뜨게 됐다.

“아버지 덕분에 외국인 근로자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하루는 은행에서 한 외국인 노동자를 만났는데, 글씨를 쓸 줄 몰라 첫 월급을 고향에 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봤어요. 그때부터 사회적 약자들이 필요로 하고 내가 도울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죠.”

중앙대 문화예술 석사과정인 김씨는 대학생 시절부터 내몽골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한중미래숲’ 봉사활동, 에베레스트 트레킹, 태안반도 환경봉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자선바자회 등에 참여하며 나눔과 봉사 및 국제협력에 대한 꿈을 키웠다. 김씨는 봉사활동의 매력을 깨닫게 되자 더 빠져들게 됐다고 한다.

대학시절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미스코리아에 당선돼 봉사활동이나 문학도의 길을 통해 사회적 편견을 깨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홍보관은 입사 후 첫번째 프로젝트로 지난해 7월 아시아나항공과 협력해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태양광가로등 설치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오색의 가로등이 신기한 현지인들이 전구를 몰래 빼내 집에 가지고 갈 정도였다.

그는 이를 계기로 지난 4월 코이카 창립 20주년 기념일에 이사장 표창을 수상했다. 김씨는 “이 때문에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신고가 간간이 접수된다는 얘기를 듣고 오히려 인기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를 해외홍보단 광고모델로 섭외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미국의 대사가 주재국 공공기관의 광고모델로 출연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해외봉사단 광고 시안을 고민하던 중 과거 한국에서의 봉사활동 경험이 있는 캐슬린 스티븐스 전 대사만큼 광고모델로 적합한 사람은 없다 생각했다고 한다. 미국 평화봉사단(Peace corp) 출신으로 1975~1977년 충남 예산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스티븐스 대사와 미국 정부는 김씨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포스터엔 ‘당신은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있습니까’란 카피에 스티븐스 대사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함께 담겨있다.

“세계를 만나고 나라에 봉사하며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해 해외봉사단에 지원했지만 제가 얻은 것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의 따듯한 정과 지혜를 몸소 느끼며 그렇게 영원히 특별한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힘들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일, 이것이 바로 해외봉사활동입니다. 여러분도 미래의 대한민국 대사입니다.”

김씨에게 입사 후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자, 지난해 10월 캄보디아 씨엠립에서의 ‘밥퍼’ 봉사활동이란 답이 돌아왔다.

“코이카 홍보대사인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과 캄보디아에서 밥퍼 봉사활동에 참여했어요. 급식소를 찾아온 아이들에게 한 끼 분량의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었는데, 아이들이 밥을 먹지 않고 비닐봉지에 담아가는 거예요. 집에서 투병 중인 부모와 형제들까지 6명이 나눠 먹어야 한대요. 준비한 밥 양은 한정돼 있는데, 제 몫이라도 더 담아주고 싶었어요.”




청소년들 사이에서 봉사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에 대해서는 “지난해 서울 G20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국제이슈와 해외봉사활동에 대한 청소년들의 문의가 급증한 것 같다”며 “봉사활동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만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에게는 조그마한 꿈이 하나 있다. 지금까지의 해외봉사활동 경험을 이야기로 묶어 동화책을 펴내는 것이 그것이다. 봉사활동을 다니며 보고 느낀 것들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읽기 쉽게 엮어내고 싶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보고 느낀 감동적인 얘기들이 너무 많아요. 해외원조의 필요성을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글·유마디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