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가슴이 뛰는 일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보다 몇 년 늦었다든지 빠르다든지 하는 것에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요.”
G20세대 허성삼(명지대학교 건축학과 2년)씨는 남보다 늦은 스물일곱 살 때 대학에 입학했다. 그는 “남보다 4~5년 늦게 시작했지만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즐거움은 학점으로 나타났다. 작년에 그는 학점 평점 4.5만점으로 학교 장학금을 받았다. 올해 초 그는 건축학과 교수들의 추천을 받아 일본 간사이 지방으로 해외건축탐방을 다녀왔다. 1학년 학생으로는 그가 유일했다.
“저는 장수생(대학입시를 여러 번 준비하는 수험생을 일컬음)이었어요. 수능만 다섯 번을 치렀죠(웃음).
중학교 때까지는 치과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때 미술에 대한 제 소질을 발견한 미술선생님이 미대 진학을 권유했어요. 그래서 학교 미술부에 들어가 미대 입시를 준비했지만,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결국 미술부를 그만두고 치대에 진학할 생각으로 고3 때부터 이과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대학 입시공부가 제게는 참 어렵더라고요.
한두 번은 수능성적이 꽤 잘 나왔지만, 원하는 대학에 성적이 조금씩 모자라 떨어지기도 했어요. 그때는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친구들은 대학에 진학해서 즐겁게 생활하는데 나만 계속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나중에는 대인기피증까지 생기더라고요.
결국 군에 입대했어요. 군복무 중에 제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나는 치대에 갈 운명이 아닌가 보다’ 하고 포기했어요. 그러고 나니까 제 적성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어떻게 건축학과에 진학하게 됐나요.
“부모님의 조언 때문이었어요. 사실 대학진학을 아예 포기하려고 했어요. ‘자동차 정비기술을 배워서 아버지의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때 부모님이 ‘지금까지 노력한 것이 아쉽지 않으냐. 건축학과에 진학하면 어떻겠느냐’고 권했어요.
알아보니 건축학이 참 매력적이더라고요. 유명 건축가에 관한 이야기와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난생처음으로 ‘나도 저런 것을 해 보고 싶다’는 느낌이 왔어요.
‘건축학과는 공부량과 설계과제가 많은 것으로 악명 높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뭔가 만들고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저에게는 설계라는 것이 하나의 여가생활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부해 보니 건축학은 어떤 학문이던가요.
“처음에는 ‘건축학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건축학이 디자인일 뿐 아니라 공학·사회과학·인문과학의 집대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건축은 설계도와 건축모형뿐이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엄청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해요.
문화·역사·기후·지리·교통·사회구조, 건축 의뢰인의 성격과 행동 패턴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서 디자인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실력 있는 건축가가 되기 위해서는 인문·사회적인 지식도 많이 필요합니다. 건축학이라는 학문은 끝이 없다고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더 많이 배우고 싶다는 의욕도 생기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우선은 공부를 최대한 많이 해 보고 싶습니다. 학부 시절에는 가능한 한 다양한 건축 관련 학문을 접해 보고 싶어요. 그러고 나서 그중에 제가 가장 마음이 끌리는 세부 분야를 대학원에서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싶습니다. 석사는 지금 다니는 명지대학교에서 따고 박사과정은 외국에서 해 보고 싶어요.
올해 초 일본의 유명 건축물을 탐방하면서 건축물에 녹아들어 있는 일본의 문화와 가치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도 훌륭한 건축물이 있지만, 해외에서 공부하면 서구·중남미·중동 등에서 온 다양한 생각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고 경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에서 말한 인문·사회적인 ‘내공’을 쌓을 수 있는 거죠.”
그 후의 계획은?
“공부를 마치고 나면 해외에서 활동하고 싶습니다. 선진국보다는 동남아시아나 중남미 국가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일하고 싶어요.
국내에는 이미 경험 많고 유능한 건축가가 많이 있잖아요? 기술도 건축 선진국인 일본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발달해 있고요.
저만의 철학과 스타일을 표현한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발전한 나라에서 활동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을 통해 그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고요. 건축가로서 최종 목표는,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건축물을 설계하는 명인이 되는 것입니다.”
G20세대로서 다른 G20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은?
“10대 후반부터 20대까지는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기입니다.
사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입시공부 때문에 고민할 여유조차 없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대학의 어떤 학과에 진학하면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능동적으로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인기 있는 전공이나 직업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거기에 목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그만큼 성공할 가능성도 커지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저처럼 길고 힘든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3학기를 마쳤을 뿐인데 허성삼씨는 이미 건축학에 대한 지식과 철학, 열정으로 무장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대학생으로서 나는 내가 공부하고 있는 학문에 대해 얼마나 많은 전문성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가’를 되돌아보는 좋은 계기였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자신이 즐길 수 있는 분야를 찾은 허성삼씨가 그의 포부처럼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김남호 (서울대 농산업교육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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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