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프랑스계 시장조사 기관인 입소스코리아의 오효성(56) 대표는 최근 작은 실험을 단행했다. 특성화고를 갓 졸업한 고졸 출신의 여직원 3명을 신규 채용한 것이다. 입소스코리아의 모회사인 입소스는 세계 2위의 시장조사 전문 회사다.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 64개국에 모두 9천1백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 잠원동에 있는 입소스코리아의 직원 수는 모두 1백30여 명이다. 연매출 3백억원가량을 올리는데, 전체 직원 가운데 고졸 출신 직원은 지금껏 전무했다. 기업이 의뢰한 시장조사를 수행하고 상담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직원들 대부분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로 채워졌다. 이에 오 대표의 ‘고졸 채용’ 방침은 사내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오효성 대표는 지난 7월 26일 그 실험에 대해 설명했다.
“시장조사 업무는 인내심을 요하는 반복 업무가 많습니다. 반면 대학원 이상을 졸업한 직원들은 이에 대한 불평 불만이 많았습니다. 부모를 잘 만나서 외국유학까지 다녀온 친구들은 자립심도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도 있었어요. 외국 어학연수를 다녀왔다고 해서 영어실력이 꼭 뛰어난 것도 아니었고요.”
이 같은 상황은 오 대표가 ‘고졸 채용’이란 패를 꺼내 든 배경이 됐다. 고졸 출신 여직원 3명의 평균 나이는 19세다. 모두 서울에 있는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곧장 입소스코리아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오 대표는 “여직원들이 업무용 컴퓨터 프로그램도 잘 다루고
영어도 곧잘 한다”며 “집안 사정이 안좋아 대학 진학을 못했으나 나중에 회사에서 모은 돈으로 야간대학에 진학하려는 친구들”이라고 새로 뽑은 여직원 자랑을 이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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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표에 따르면 특성화고 출신의 이들 여직원은 문서정리와 자료 검색 등 연구보조 업무를 맡고 있다. 오 대표는 “단순 업무에도 대학원 출신 직원들처럼 불평불만도 없다”며 “매달 나가는 보고서 가운데는 비슷한 유형들이 많은데 이런 보고서도 곧잘 만들어 낸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오 대표가 특성화고 출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그는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의 입학사정관을 역임했다. 그때 경험으로 그의 머릿속에는 ‘가정형편이 어렵지만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아이들’로 특성화고 졸업생의 이미지가 각인됐다.
물론, 그가 고졸 출신을 직원으로 채용하려 하자 주위에서 말리는 목소리도 나왔다. 팀장과 본부장급에서는 “외국계 리서치 회사란 기업 이미지도 있는데 고졸자를 채용하면 회사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겠느냐”며 우회적으로 반대의사를 피력했다. “동종 업계에서 고졸자를 채용하는 일이 전무하다”는 것도 이들의 반대 근거였다.
하지만 고졸자를 채용한 후 지금은 모두가 반기는 분위기다. 우선 기존 직원들은 특성화고 출신 직원들이 기대이상의 업무능력을 발휘해 자신들의 업무부담을 덜어주자 표정이 밝아졌다. 신규 채용된 여직원도 자부심이 가득하다고 한다. 오 대표는 “고졸 출신으로 세계적인 외국계 회사를 다닌다는 자부심 아니겠냐”고 말했다. 사측으로서도 인력채용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입소스코리아의 고졸 출신 여직원의 임금은 대졸자의 70퍼센트 선으로 알려졌다.![]()
회사 이미지를 이유로 고졸 출신 직원 채용에 반대했던 팀장과 본부장급에서도 이들 직원의 업무수행 능력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이제는 오히려 더 뽑자고 아우성이다. 이에 오 대표는 “하반기에도 특성화고 출신 직원 3명을 추가 채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가 ‘고졸 채용’에 적극적인 이유는 또 있다. ‘학력 인플레’가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제 매형이 고등학교 교장입니다. 요즘 고등학교 교실에 가면 학생들이 거의 다 엎드려 잠을 잔다고 합니다. 25퍼센트는 수업내용을 못 따라와서 잠을 자고, 25퍼센트는 수업내용이 너무 쉬워서, 나머지는 저녁에 학원수업을 들으려고 미리 잔답니다.” 그는 “이게 정상이냐”며 “대졸자를 양산하는 것이 학력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력 인플레’가 각 가정의 경제적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도 그가 걱정하는 대목이다. “학력 인플레로 인한 교육비 급증으로 노후를 대비한 저축을 못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대신 “교육비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여 주면 노후에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을 더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 경제정책의 초점도 학력 인플레를 낮추는 데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학력 인플레는 개인적·국가적 차원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중산층이 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사회적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글·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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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고졸 채용 열풍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졸자의 채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대졸과 고졸 출신의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이 관건. 하지만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졸자 임금은 고졸자의 1.6배에 달한다.
OECD 24개 회원국 가운데 미국(1.72배)에 이어 2위다.
고용노동부 통계에도 지난 2009년을 기준으로 고졸자의 초임은 월 1백37만원에 그친다. 한달 2백3만원을 첫달 월급으로 받는 대졸 출신 취업자에 비해 70만원 가까이 낮다. 또한 승진기회에 있어서도 고졸자가 대졸자보다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정작 업무능력에 있어서는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26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3백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72.3퍼센트가 “고졸 인력의 업무능력은 같은 직급의 대졸 인력에 비해 별 차이가 없다”고 응답했다. ‘고졸의 업무능력이 대졸보다 낮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24퍼센트에 그쳤다.
오효성 입소스코리아 대표는 “특성화고 출신을 채용한 결과 회사의 효율성 측면에서 만족도가 더욱 높다”며 “더욱이 특성화고 출신들은 대학 4년을 헛다닌 직원들보다 더 열정적이라 점점 고졸 출신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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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