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 6월 14일 오후 동두천버스터미널 안의 한 도넛 전문점.
주문을 하려는 여고생들이 앳된 얼굴의 직원을 보며 묻는다. “혹시, ‘가은이 엄마’ 아니세요?” 손님들의 질문에 직원은 쑥스러운 듯 배시시 웃는다.
직원은 다름 아닌 MBC <휴먼다큐 사랑–엄마의 고백> 편의 주인공이었던 가은 엄마 정소향씨, 정씨는 “자신을 알아봐 주고 응원해 주는 손님들 덕분에 다시금 힘이 난다”고 말했다. 그녀는 일하는 내내 상냥하고 밝은 표정으로 손님들을 대했다. ‘아픈 과거’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정소향씨에게 ‘가족’이라는 단어는 낯설다. 그녀는 태어나자마자 친부모에게 버림받아
고아원으로 갔다. 그리고 입양됐으나 초등학교 다니던 무렵 양부모의 이혼으로 그녀는 또다시 방황의 길로 접어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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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와 열 곳이 넘는 청소년 보호시설과 고시원 등을 전전하며 생활했고,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던 중 절도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그녀는 임신한 상태에서 교도소에 수감됐고 2009년 7월 28일 청주교도소에 딸 가은이를 낳았다.
방송에선 엄마가 된 그녀의 고백과 함께 딸 가은이와의 교도소생활이 그려졌다. 방송 당시 교도소 감옥 배식구에 고개를 내민 돌쟁이 가은이의 모습은 많은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한때 입양아였던 자신의 아픔을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입양을 포기한 그녀의 선택에 많은 사람이 응원을 보냈다.
“사실 방송이 나가면 행여 저를 ‘미혼모’라고, 우리 가은이를 ‘미혼모의 딸’이라고 손가락질할까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많은 분이 용기 내라고 응원해 주셨어요.”
하지만 아르바이트직에서 정식 직원으로 채용됐다는 것 외에 정작 생활에 큰 변화는 없었다. 방영 후 후원 계좌도 개설됐지만 “생활이 달라질 정도는 아니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그녀는 출소 후부터 줄곧 미혼모 보호시설인 ‘경기도 천사의 집’(이하 천사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가은이는 그녀가 일하는 매장 근처 어린이집의 종일반에 다니고 있다. 한부모가족에 해당하는 정씨 모녀는 정부로부터 보육료 지원을 받고 있다. 그녀는 “엄마의 사정을 아는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가은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 그저 고맙기만 하다”며 웃었다.
‘천사의 집’ 생활이 이젠 익숙해졌다지만 그녀는 요즘 또 다른 고민에 빠져 있다. 가은이가 점점 성장하면서 두 평 남짓한 방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 “차츰 자립을 해야 하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원래 미혼모 시설은 출산 전후로 입소해 아이가 두 돌이 되면 자립해 퇴소해요. 저는 출감 후 입소한 경우라 가은이가 이미 17개월이었죠. 다음 달이면 두 돌이 되는데, ‘천사의 집’에 영원히 머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루빨리 자립하고 싶어요. 특히 주말엔 온종일 ‘천사의 집’에서 생활하는데 놀 공간이 마땅히 없으니 가은이가 회의실 등을 돌아다니며 놀아요. 가은이에게도 미안하고 ‘천사의 집’ 식구들에게도 미안하죠.”
가은이와의 자립을 위해 월급 1백여만원 중 40퍼센트를 저축한다는 그녀는 “가은이에게만큼은 부족하거나 쫓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가은이에겐 돌 사진 한 장 못 찍어 줬네요. 다가오는 두 돌 때는 가까운 물놀이장이라도 가서 사진 많이 찍어 주고 싶어요.”
최근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에선 ‘미혼모 인식 개선 캠페인’의 일환으로 ‘미혼모 새 이름 짓기’ 공모전을 열어 ‘두리모’라는 이름을 최종 선정해 발표했다. ‘두리모’는 ‘둥근’이라는 의미와 숫자 ‘둘’을 뜻하는 방언 ‘둘레’라는 뜻을 조합해 만든 것으로 아빠와 엄마 두 사람 몫을 해야 하는 미혼모가 세상의 편견에 맞서도록 강하고 둥근 마음을 가지라는 의미다. 정씨에게 ‘두리모’의 명칭과 그 뜻에 대해 말해 주니 “반가운 뉴스”라며 반겼다.
이어 그녀는 “나는 어쩔 수 없이 미혼모가 됐지만, 내 딸에게만큼은 ‘미혼모의 딸’이라는 수식어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서 “좋은 것만 주고 싶고, 좋은 말만 듣고 자라게 해 주고 싶은 엄마 마음처럼 사회도 우리 모녀를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과 사진·박근희 기자
문의·위드맘 withmom.mogef.go.kr / 나·너·우리한가족센터 ☎02-363-4750![]()
‘두리모’ 관련 정책은 보호시설에 입소해 있을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에 따라 지원책에 차이가 있다. 정소향씨처럼 국고 보조 보호시설에 입소해 있을 경우 ▲‘한부모가족 보육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비해 국고 보조 보호시설 입소자가 아닌 경우 지원 범위가 좀 더 다양하다.
우선 미혼모나 미혼부자 발생 가구는 ▲‘초기 위기 지원’이 있다. 서울시 한부모가족지원센터 등 전국 17개소 지원센터 등에서 임신 초기 상담에서부터 병원비 및 생필품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단, 병원비 지원의 경우 기초수급권자는 제외). ▲소득인정액 기준 최저생계비 1백30퍼센트 이하 한부모가족의 경우 만 12세 미만 아동에 대해 아동 양육비 월 5만원도 지원한다.
▲‘청소년한부모자립지원’은 최저생계비 1백50퍼센트 미만의 청소년 한부모가족(만25세 미만,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제외)의 경우 청소년 한부모에게 아동 양육비 월 15만원을 지원한다. 청소년 한부모 검정고시 학습비 지원 또는 청소년 한부모 고교생 교육비 지원 등도 있다. 이 밖에 소득 조사 후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되면 기초생활수급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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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