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 4월 열린 2011 서울모터쇼에서 나전칠기로 내부를 장식한 고급 수입차가 전시돼 큰 화제를 모았다. 이 자동차에 장식된 나전칠기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호 옻칠장 손대현씨의 작품이었다.
나전칠기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수공예로, 옻칠한 농짝이나 나무 그릇 등에 진줏빛이 나는 자개 조각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박아 붙여서 장식한 공예품이다. 과거에 비해 요즘은 흔히 볼 수 없지만 최근 나전칠기가 세계 시장을 목표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현재 수곡공방을 운영 중인 손대현 장인은 나전칠기 세계화에 힘쓰고 있는 주역이다.
나전칠기는 어떻게 만드는 건가요.
“‘칠기’는 옻칠을 한 작품을 뜻하고 ‘나전’은 자개 조각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박아 넣거나 붙여서 장식하는 공예 기법을 말하는 용어예요. 즉, 나전칠기란 칠기에 나전 기법으로 장식한 공예품을 말하는 거죠. 나전 재료는 크게 전복껍데기와 소라껍데기로 나눠져요.
소라껍데기는 빛깔이 맑고 투명한 반면 전복껍데기는 무지개처럼 오색영롱한 빛깔을 냅니다.”
어떤 계기로 나전칠기를 배우게 되셨나요.
“어릴 때 무역회사에서 심부름을 했는데 그 건물 2층에 칠기공방이 있었어요. 자주 구경 다녔는데 자개빛깔이 굉장히 아름답더라고요.
그때부터 칠기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됐죠.”
그때가 언제쯤인가요.
“제가 14살이던 1964년 무렵이에요. 무척 오래됐죠?(웃음) 일을 시작한 후 나전칠기 분야에 명인 세 분이 계시다는 얘기를 듣게 됐죠.
김봉영 선생님, 김태휘 선생님, 그리고 민종태 선생님. 기왕 일을 하려면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민종태 선생님을 찾아뵈러 갔었죠. 그런데 처음에는 뵙지도 못하고 돌아섰죠. 여러 번 찾아가다 보니 선생님 수하에 계신 분과 알게 돼 공방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스승이었던 민종태 선생님께는 어떤 가르침을 받았나요.
“선생님께서는 일본 수출을 많이 하셨어요. 하루는 일본 바이어가 찾아와 ‘차 도구’를 부탁하며 오동잎이 그려진 일본 전통문양을 가지고 왔어요. 그걸 보시더니 선생님께선 일언지하에 거절하시더라고요. 민 선생님은 ‘일본 문양을 똑같이 하고 싶지 않다. 내가 우리 문양을 구상해서 할 수 있게 해 준다면 하고 아님 안하겠다’고 말씀하셨죠. 선생님 말씀을 듣고 그 일본분이 맡기고 가시더라고요.
얼마 후 샘플이 나와서 일본 바이어가 다시 공방에 오셨어요. 선생님께서 완성된 ‘차 도구’를 내오자, 그 일본분이 보고는 감동해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작품을 공손히 받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굉장히 감동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제게 늘 당부하시던 말씀이 ‘우리가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우리 문화와 숨결이 담겨 있는 것을 해외에 선보여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외국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그들의 문양을 가지고 작업했다가는 우리 것이 없어진다고 강조하셨죠. 민 선생님을 통해 전 우리 전통문화와 문양이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해외의 다른 문양들과 비교해 봤을 때 우리 전통문양만이 갖고 있는 매력은 뭔가요.
“우리 전통문양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 삶 속에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어떤 집에 가 보면 대물림해서 쓰는 물건이 있잖아요? 그런 물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 전통문양이 많이 담겨 있어요. 저는 그 속에서 찾은 전통문양을 재해석해 새로운 문양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주로 사용하는 문양은 십장생과 당초인데, 당초는 넝쿨무늬예요. 저 같은 경우 옛날 당초문양을 모티브로 해서 새로운 문양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어요. 특히 나비당초 문양을 좋아합니다.”
최근 고급 수입차의 나전칠기 장식으로 화제가 됐었는데요. 나전칠기 장식을 다른 분야에 접목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가 방한했을 때 전자액자를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았었어요. 저는 모란당초 문양으로 옻칠을 해서 액자 틀을 만들었어요. 그때 첨단 제품에 우리 전통문양을 더하면 참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죠.
최근 고급 수입차의 내부 장식에도 모란당초 문양을 썼어요. 처음엔 수입사 측에서 심플하고 현대적인 문양을 의뢰했지만 저는 ‘제가 이것을 오랫동안 만들어 온 장인이고 나전이라는 것 자체가 화려한 것이 특징이니 저한테 맡겨 달라’고 말씀드렸죠. 나중에 완성작을 보자마자 다들 굉장히 만족스러워하시더라고요.(웃음)
우리 것이 세계로 나가면 세계적인 것이 되잖아요. 하지만 우리가 현대적인 것에만 초점을 둔다면 우리 바탕이 없어지고 말아요.
즉 우리의 구심점, 정체성이 사라진다는 거죠. 전 우리 문양을 재해석하면 충분히 심플하고 현대적인 문양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전 우리 나전칠기가 정말 세계적이라고 자부할 수 있어요. 실제로 나전칠기는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큰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저 역시 ‘세계시장에 어떻게 나전칠기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을까’ 늘 고민하며 기회를 찾고 있어요. 수입차와 함께한 작업도 그 일환이고요. 좀 더 제도적인 부분들이 보완돼서 좋은 작품들을 해외에 선보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ㆍ박미래 (고려대 미디어학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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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