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금 강남역 7번 출구에 계신 거 맞죠? 제가 길을 잘 못 찾아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인터뷰를 위해 약속장소로 오던 이지은(24·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씨는 길을 잃었다며 2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필자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자리에 앉는 지은씨. 자주 오간다는 서울 강남구 번화가의 길도 헤매는 그가 어떻게 아시아·유럽·북미의 3대륙 16개국 여행을 했는지 의아했다.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자 그의 목소리에서는 점점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
지은씨가 했던 세계일주 여행을 소개해 주세요.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세계여행을 다녀왔어요. 2009년 7월에 한국을 떠나 지난해 5월까지 10개월 동안 해외 봉사활동, 어학연수, ‘코치서핑(Couch Surfing) 여행’(현지인이 관광객에게 자기 집을 숙소로 제공하는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며 여행했어요.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는 다른 외국인들과 동고동락하며 자연 환경 복원을 위한 봉사활동을 했고,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는 허리케인으로 무너진 집들을 복구하는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어요. 인터넷 커뮤니티인 코치서핑을 통해서는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을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 준비가 거의 안된 상태에서 떠났다고 들었는데요.
“전 원래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고, 굉장히 겁이 많았어요. 게다가 여행을 갑자기 결정했거든요. 출국일이 다가오자 오히려 도망가고 싶어진 제가 여행 준비를 안 하고 있자 친구들이 ‘너 뭐 하는 거니? 미쳤니?’ 하며 핀잔을 줬어요. 출국날 아침에도 겨우 시각 맞춰 공항에 도착할 정도였어요.”
여자 혼자 해외여행이 무섭진 않았나요.
“당연히 무서웠죠! 처음으로 혼자 하는 외국여행이었거든요. 인천공항에서 부모님과 헤어지자마자 울었어요. 비행기 안에서는 안전벨트도 제대로 못 매 쩔쩔맸고, 대만공항에서는 환승을 어찌할지 몰라 우왕좌왕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를 갈아타고 파리공항에서 내렸는데, 묻고 또 물어 겨우 리옹역에 도착해 보니 제가 아끼던 옷이 없어졌더라고요. 사실 비행기를 갈아탈 때도 새로 산 선글라스랑 책들을 잃어버렸어요. 그 정도로 긴장하고 안절부절 못했답니다.
코치서핑을 통해 처음으로 낯선 외국인 집으로 자러 가던 날이 기억에 남아요. 무서워 잠을 못 이뤘고, 외출할 때는 여권이며 돈이며 다 챙겨 나가기도 했었어요.”
어떻게 두려움을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
“‘무서운 게 있을 때는 난 일부러 더 부딪쳐’ 라고 말해 주던 친구가 있었어요. 무서울 때마다 그 친구 말을 떠올리며 여행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그 친구처럼 무서울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 돼 있었어요.”
여행을 하며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말해주세요.
“인도의 한 시골 마을에서 코치서핑을 할 때였어요. 어렵게 연락이 닿아 간 그곳은 문명의 혜택이 전혀 안 닿는 지역이었어요. 읍내라고 부르는 곳에 작은 생필품 가게가 몇 군데 있을 뿐, 그곳 사람들은 제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를 처음 본다며 신기해할 정도였죠.
제가 묵었던 집은 카스트 제도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어서 집안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시는 아주머니가 있었어요. 그분은 가족 식사를 모두 준비하고 남은 음식을 부엌에서 혼자 드셨어요.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저와 친구가 함께 일을 도와주고 온 가족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드렸어요. 우리가 떠나던 날 아주머니께서 눈시울을 붉히시며 우리의 안전을 기원해 주셨어요.
이 밖에도 인도에서 잘 곳이 없어 헤매는 우리에게 자신의 빈집 열쇠를 내준 분, 중국 상하이에서 제게 안방을 내주고, 자신은 거실 바닥에서 잤던 친구 등 잊을 수 없는 인연들이 많아요. 그들의 마음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세계일주를 한 후 자신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제가 결심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면 삶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체험한 10개월이었어요. 또한 ‘여자라서’ ‘여자라고’ 못할 건 없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여자라서 조금 더 힘들 순 있겠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이 모든 걸 극복했을 때 그 가치는 더 커지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 있어서 제 여행은 제게 큰 의미를 남겼다고 생각해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게 될 G20세대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카더라’ 통신은 믿지 마세요. 사람들의 말하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의 차이는 대단히 커요. 자신만의 여행을 기획하고 떠나세요.
저는 일본에서 담배도 팔아봤고, 낯선 사람 집에서도 자 보았어요. 그리고 관광보다는 친구랑 이야기하는 것을 더 선호했고요.
예를 들어 이탈리아에 갔을 때는 바티칸에 가는 것보다 친구 집에서 함께 이야기를 하고 음식도 만들어 먹으며 그 친구의 생각과 문화를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하지만 제 여행만이 정답은 아니에요.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여행 같은 걸 기획해 보세요. 이 역시 제 제안에 불과해요. 그냥 본인이 가고 싶은 여행, 방법, 내용을 생각하세요. 그리고 떠나세요!”
글ㆍ박지용 (서강대 경영학과ㆍnevermin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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