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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밴쿠버의 호텔리어 정원지씨




정원지(28)씨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10년 1월 겨울 캐나다 밴쿠버의 한 번화가 카페에서였다. 그는 가방에서 손으로 다 잡을 수 없을 만큼의 수많은 명함을 꺼내 정리하고 있었다. 족히 1백장이 넘을 것 같은 그 명함들은 그가 이력서를 제출한 밴쿠버 내 호텔 매니저들의 명함이었다.

그가 가진 것이라곤 고작 이력서 한 장. 바로 몇 주 전인 2009년 말 서울의 JW메리어트 호텔을 그만두고 ‘글로벌 호텔리어’의 꿈을 찾아 무작정 밴쿠버로 건너온 터였다.

그를 다시 만난 것은 지난 3월 서울에서였다. 휴가를 맞아 잠시 귀국한 그는 자신의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진 ‘프런트 데스크 에이전시’ 명함을 갖고 있었다. 그것도 밴쿠버 중심가에 위치한 하얏트 호텔의 명함이었다. 밴쿠버의 호텔이란 호텔을 다 돌며 자신의 호텔리어에 대한 열정을 설명한 끝에 발탁된 것이었다.


“왜냐고요? ‘행복’을 찾기 위해서예요.” 서울의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밴쿠버로 향했던 그의 도전정신의 원천은 매우 간단했다. 행복을 느끼기 위해 도전을 하며, 그 도전의 과정 또한 행복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행복한 것은 무언가 되었을 때, 즉 도달한 그 순간이 아니라 그 순간을 위해 느끼는 과정 속의 감정들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많은 곳 중 하필 캐나다 밴쿠버를 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전 어릴 적부터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성장하면서 다른 국적의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함께하고 싶었죠. 그래서 선택한 직업이 호텔리어였어요. 한국에서도 일부러 외국인이 많이 찾는 호텔에서 일했고, 밴쿠버를 택한 것도 밴쿠버의 관광산업이 잘 발달되어 있어 재미있는 이야기와 다양한 행사가 있겠구나 싶어 가게 된 거예요.”

그가 밴쿠버로 건너가기 전 주변 지인들은 ‘미리 이력서를 내고 면접이 확정된 후 밴쿠버로 가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미리 서류를 밴쿠버로 보내 면접이 확정된다 하더라도 현지 적응이 안된 상태에서 면접을 본다면 면접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밴쿠버에 가서 현지 적응을 하며 이력서를 넣어보기로 한 거죠. 직원 구한다는 공고가 나지 않았어도 밴쿠버의 모든 호텔을 다 찾아가 제가 만날 수 있는 가장 높은 사람에게 제 사정과 왜 일하고 싶은지를 이야기했죠.”

일단 부닥치고 보자는 그의 ‘특이한’ 도전정신은 밴쿠버 호텔계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그에게 왔다. 그리고 밴쿠버 도착 3주 만에 호텔리어가 됐다.


그동안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여러 축제 등을 경험하며 밴쿠버를 택한 것에 대해 아주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는 그를 통해 한국과 캐나다의 취업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지 듣고 싶었다.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제게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어요. 면접장에 가서 알게 된 사실이 캐나다 역시 대학졸업자들의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것이었어요. 저 혼자만 동양인이라는 사실에 위축됐지만, 그들 역시 긴장하는 모습을 보고 위안과 자신감이 생겼죠. 면접을 치를 때는 나름 할 말을 다 했어요. 면접을 거치다 보니 면접관들은 영어 실력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손님을 대할 것인가를 더 많이 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캐나다든 한국이든 면접자는 떨리고, 면접관은 마음가짐과 경력을 보는 건 같아요.”

캐나다에서 직원을 고용할 때는 매우 신중하다고 한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 직접 전화를 해 이전의 상관과 부하 직원에게 물어보는 방식으로 채용자의 인품과 성실성을 확인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일하는 동안 어디서나 항상 자신의 이미지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애쓴다고 했다. 항상 친절하게 모든 호텔 손님을 대했고, 손님들이 감사편지를 호텔로 보내와 상을 받기도 했다.

친절과 글로벌 에티켓이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그에게 한국인이 고쳐야 할 매너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많은 세계인과 대화를 하며 깨닫는 것이 나라마다 느끼는 ‘시간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에요. 우리 한국인의 시간은 너무 빠릅니다. 항상 어디서나 ‘빨리빨리’를 외치고, 음식이나 서비스가 늦어지면 직원들에게 권위적으로 말하는 걸 밴쿠버에서도 보곤 해요. 많은 돈을 지불하면 더 좋은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게 마땅하겠지만,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는 때론 세계인에게 한국의 이미지를 안 좋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특히 해외에 나갈 땐 그 나라의 속도에 맞춰주는 것이 어떨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세계무대에 도전하고자 하는 우리 젊은이들이 준비해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물었다.

“다양한 곳에서 자신 있게 도전하셨으면 좋겠어요. 밴쿠버에도 많은 젊은 한국인이 공부와 일을 하러 오세요. 하지만 대부분 한인 음식점이나 커피숍에서 일을 하시더라고요. 언어의 문제도 있겠지만 많은 분이 한정된 부분에만 도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저희 호텔 같은 경우도 지난 1년 동안 한국인 이력서를 다섯 번밖에 받지 못했대요. 새로운 영역에 창조적으로 도전하세요. 한국인의 생각이 곧 세계인의 생각인 걸요.”

그의 명확하면서도 단순한 도전, 행복 찾기에 대한 생각들이야말로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G20세대 정신이 아닐까. 망설이기보다는 도전하고, 좌절하기보단 창조하는 그야말로 세계에 한국의 ‘긍정의 문화’를 알리는 G20세대 리더였다.

글·안시준 (연세대 경영학과·JJUN001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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