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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일자리사업으로 행정도우미 된 곽기정씨




“점심은 드셨어요? 오늘 복지관의 반찬은 뭐예요?”
“요새 통 입맛이 없어.”
“에이, 입맛 없어도 식사는 꼬박꼬박 하셔야 돼. 기운 떨어져서 안 돼.”

서울 영등포구 신길1동 주민센터 직원과 민원인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이 모자지간이 따로 없다.
“어르신들은 작은 관심에도 즐거워하세요. 말 몇 마디 건네는 것만으로도 그분들에겐 힘이 되죠.”

신길1동 주민센터 장애인 행정도우미 곽기정(39)씨의 말이다. 곽씨는 주민센터를 찾은 장애인들이나 노인들이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청각장애인이나 시력이 좋지 않은 노인들이 민원 업무를 볼 때 기꺼이 손과 발이 돼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도 장애인이다. 사람들 말처럼 겉으로 보기에 비장애인처럼 ‘멀쩡해 보여도’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이다.




“20대 중반에 만성신부전증 판정을 받았어요. 2000년 1월에 ‘신장장애2급’으로 등록됐죠. 당시만 해도 한창 나이에 희귀난치성질환에 걸렸다는 것도 인정하기 싫었고, ‘장애인’이라는 사실 또한 받아 들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신장장애2급’이라는 판정은 많은 것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1주일에 네 번 4시간씩 투석을 해야 해 오랫동안 해 오던 감정평가사 일도 포기했다.

그는 “일하는 데 문제가 없어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우니 일할 기회마저 허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건강과 어려운 형편에 결혼도 미뤘다. 부양할 가족은 없지만 병원비 등으로 생활이 어려워져갔다. 무엇보다 일하는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생활이 10년째 계속되다 보니 무기력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런 그에게 일할 기회가 생겼다. 바로 장애인 일자리사업이었다. 그는 2007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시행 첫해 영등포구 사회복지과 장애인복지팀에서 진행하는 장애인 행정도우미 공개모집을 통해 채용됐다. 현재 신길1동 주민센터에 배치받아 장애인 복지카드 발급, 경로교통카드 발급 등 장애인과 노인 관련 민원 업무를 보조하고 있다.

“내부장애(신장장애, 심장장애 등 희귀난치성질환 장애)지만 내가 장애인이다 보니 장애인 관련 민원 업무를 소홀히 할 수 없더라고요. 1주일에 네 번은 투석을 위해 병원에 가야 해 일하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게 돼요.”


그의 근면성실함은 자타가 공인한다. “대민 업무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닌데 (곽씨가) 언제나 친절하고 살갑게 대해 주니 동사무소를 찾는 장애인과 노인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게 서종출 동장의 설명이다.

박옥란 복지팀장도 “실제로 먹을거리를 가져와 곽기정씨에게 주는 노인들이 많다”고 전한다. “2009년엔 그의 도움에 감동 받은 한 민원인이 영등포구청장에게 직접 청원해 ‘모범구민’상도 수상했다”고 귀띔한다. 청각장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수화도 배웠다.

“주민센터를 찾는 청각장애인들이 종이에 손 글씨로 자신의 민원을 호소하는 것을 보며 답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좀 더 편한 방법으로 소통하기 위해 수화를 독학했다.

하지만 독학은 한계가 있었다. 그의 노력을 알게 된 박 팀장은 그에게 영등포구청에서 진행하는 ‘사랑의 수화교실’을 수강할 것을 제안했고 그는 이를 수강해 고급과정까지 수료했다. 이와 같은 일들이 알려지면서 작년엔 장애인일자리사업 최우수 참여자로 선정돼 최우수상인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았다.

“장애인들도 근면 성실히 자신이 맡은 바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는 “장애인일자리사업 확대로 더 많은 장애인에게 수혜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장애인일자리사업과 관련, “2007년 7월 제도가 처음 시행된 이래 임금은 연차와 관계없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면서 “이왕 시작한 좋은 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장애인’이라는 시각보다 ‘제도를 통해 직업을 얻은 직업인’으로 인식돼 임금 인상에 대한 기준도 하루빨리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글·박근희 기자 / 사진·장은주 기자


장애인일자리사업은 장애인의 사회참여 확대와 소득보장을 위해 생산적이고 복지적인 일자리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정책사업이다. 2007년 7월 4천9백90명의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는 수혜자가 1만3백명으로 늘었다. 그 중 장애인 행정도우미는 전국 읍면동 주민센터, 시ㆍ군ㆍ구, 시ㆍ도 본청 등에 장애인을 1인씩 배치해 지역사회 장애인 복지행정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2011년에는 3천5백명에게 제공됐다.

관련 사업 총괄은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며 수행과 교육 연계 지원은 한국장애인개발원(www.koddi.or.kr)에서 진행한다.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거주지 시·군·구청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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