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 4월 5일 저녁 7시30분, 서울 구로구 개봉동 남현교회에서 가수 인순이의 자선공연이 열렸다. 15명의 중증 지적장애인이 이용하는 시설인 ‘좋은친구장애인주간보호센터’의 후원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행사였다. 이날 공연장에는 인순이를 보기 위해 온 4백여 명의 관객이 좌석을 가득 메웠다.
센터를 운영하는 김정임 원장은 인순이와 초등·중학교 동창이다. 친구가 장애인 보호시설을 어렵게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인순이가 먼저 자선공연을 제안했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다.
김 원장은 인사말에서 “작년에도 이 자리에서 공연을 했는데 그때 오셨던 분들이 이 자리에 또 와주시니 정말 감사하다. 작년에 모은 기금으로 이사하려 했지만 돈도 조금 모자라고 장애인 시설을 기피하는 이유로 아직 새집을 구하지 못했다”며 “조만간 꼭 이사떡을 돌리겠다”고 말했다.![]()
2009년 2월 설립된 ‘좋은친구장애인주간보호센터’는 성인 지적장애인들을 낮 동안에 보호하는 시설이다. 특수학교 혹은 일반학교, 특수학급의 고등부 과정을 마친 지적장애인들은 취업이나 대학진학이 어려워 가정에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보호하는 가족 또한 심리적,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좋은친구장애인주간보호센터’는 이러한 성인 지적장애인들을 낮 동안 보호하여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지적장애인들이 보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고 있다. 현재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가진 20대 장애인 15명이 이곳에서 보호받고 있다.
김 원장은 지적장애가 있는 아들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남현교회와 5분 거리인 상가 건물의 한 층을 빌려 운영하고 있는데, 시설이 열악해 어려움이 많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인순이가 이사비용을 마련해 주기 위해 이번 공연을 기획한 것이다.
이날 1인당 2만원인 공연티켓의 수익금 전액은 ‘좋은친구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 기부됐다. 인순이는 ‘노 개런티’로 무대에 올라, “관객 여러분이 내신 거금의 본전을 뽑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2시간 가까이 열창했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화려한 댄스실력, 그리고 그의 인생 이야기가 담긴 감동적인 무대였다. 특히 샤이니의 ‘링딩동’을 부르며 파워풀한 춤을 춰, 나이를 무색하게 했다.
곡도 팝송부터 가요, 댄스곡, 성가,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인순이는 “사실 제 노래 중 건전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했다. 그는 3대가 공감할 수 있는 노래로 관객들과 소통했다. 그중 ‘딸에게’와 ‘아버지’는 그의 삶이 녹아들어 있다.
“지금 고3인 제 딸이 사춘기를 시작할 때 저는 갱년기를 시작했습니다. 서로 민감한 시기라 딸과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딸과
대판 붙은 다음 날 녹음하러 가서는 너무 후회한 적도 있습니다. 그때 딸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노래입니다. 저 역시 딸이고 여기 계신 여성 여러분 역시 소중한 딸입니다.”
이어 ‘아버지’를 부를 때 그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아버지’는 지난해 뉴욕 맨해튼의 카네기홀에서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기념해 가진 공연에서 부른 노래이기도 하다.
6·25참전용사 1백여 명과 16개 참전국의 유엔 대사를 초청한 자리에서 인순이는 “혹시 한국전쟁 중에 저 같은 자식을 놔두고 와서 마음 고생하신 분들 있거들랑 오늘 이후로 다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여러분께서 그때 대한민국을 지켜주셨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있으셨기에 제가 이 자리에 있습니다”라면서 이 노래를 불러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또한 그는 자신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인순이는 “중학교 때가 기억난다”며 “1회 졸업생이라서 교실과 교무실 딱 두 칸이었다. 내가 조금만 웃으면 교무실에서 다 알 정도였다”며 그리운 추억을 나눴다.
그리고 관객들과 함께 ‘친구여’를 불렀다. 특별히 이날에는 인순이의 중학교 때 영어교사였던 이정숙 선생님이 전라북도 익산에서 올라와 제자의 공연을 응원하기도 했다.
마지막 곡은 수화를 곁들인 ‘거위의 꿈’이었고 감동의 물결을 선사했다. 인순이는 “오늘을 계기로 장애인을 조금 더 보듬어주고 내 가족처럼 대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안 아픈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몸이 아프든 마음이 아프든 다들 아픕니다. 그러나 드러나게 아픈 분들을 우리가 좀 더 보듬어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온정을 전했다.
앙코르곡으로 신나는 트로트가 이어졌다. 앉아 있던 장애인들도 벌떡 일어나 춤출 정도로 객석이 들썩거렸다. 장애인과 일반인이 하나가 되어 춤추고 노래하는 감동적인 무대가 펼쳐졌다.
한편, 인순이는 이날 공연 중 문화체육관광부 박선규 차관을 무대 위로 깜짝 초대하기도 했다. 박 차관은 “제 평생 소원이 이뤄졌다”며 “제가 언제 인순이 옆에 서보겠습니까”라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박 차관은 “지난해 인순이씨가 카네기홀에서 6·25참전용사를 위해 펼친 콘서트 기사를 읽고 감동했다”며 “정말 존경스럽다. 이런 분들이 우리의 희망이다. 장애인 지원은 정부가 앞장서야 할 일이다. 제가 더욱 열심히 일하고 돕겠다”고 말하며 직원들과 함께 모은 특별성금을 전달했다.
이날 공연에는 한가지 이벤트가 더 있었다. 바로 인순이의 생일이었던 것이다. 공연이 끝난 후 깜짝 생일파티가 열렸다. 인순이는 “생일은 제가 공식적으로 쉬는 날이라, 온전히 봉사하고 싶었던 것인데 이렇게 축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개봉동에 사는 최혜진(36)씨는 “지인 소개로 공연을 보러 왔는데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인 무대였다”며 공연소감을 전했다.
글·이제남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