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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 신임 사무총장 양재호 九단




양 九단은 제1회 동양증권배세계대회에서 우승하던 20대 때 ‘울산의 수재’로 불렸다. 바둑TV의 명 해설가이고 작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팀 총감독으로 전 종목 금메달 획득의 금자탑을 이뤘다. 신임 사무총장이 주목받는 진짜 이유는 부드러운 외모와 다른 그의 ‘개혁’ 이미지 때문이다.

지난 3월 23일 만난 양 九단은 “바둑은 지금 황혼이다. 명이 10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여 국민의 스포츠로 되살려내는 일에 나를 불사르고 싶다”고 말했다.

바둑을 국민스포츠로 키우고 싶다고 했는데 바둑이 스포츠라는 데 놀라는 사람이 아직 많다.
“바둑은 오랜 세월 어느 특정 영역에 속하지 않은 채 그냥 바둑이었다. 금기서화(琴棋書畵)란 말이 보여주듯 우리나라에선 대체로 예(藝)의 영역이었고 일본에선 기도(棋道)였으며 어떤 이에겐 잡기였다. 스포츠로 가게 된 것은 마인드스포츠(Mind Sports)라는 세계적 추세를 따른 것이었다.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스포츠로 여겨 창하오 九단이 ‘연도 최고 스포츠맨’으로 선정된 일도 있다.”

그래도 “바둑돌을 나르는 데 무슨 힘이 드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근본적으로 스포츠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사격에서 방아쇠를 당기는 데 무슨 힘이 드나. 오히려 힘이 들어가면 경기를 망친다. 그러나 정확하게 방아쇠를 당기려면 체력이 필수적이다. 바둑도 마찬가지다. 이세돌 九단은 바짝 마른 체격인데도 도전기 한 번 치르면 5킬로그램씩 체중이 빠진다. 이창호 九단은 이제 겨우 36세인데 체력이 달려 후진에게 밀리고 있다. 바둑이 몸이 아닌 머리만으로 하는 것이라면 나이가 들수록 강해져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바둑경기가 치러지면서 부정적 인식이 많이 사라진 것에 감사하고 있다.”

그때 한국팀 총감독으로 나가 세 종목 금메달을 싹쓸이했는데.
“운이 참 좋았다. 한국과 중국은 전력이 팽팽했다. 언론에선 홈그라운드 이점도 있고 해서 오히려 중국 우세를 점치기도 했는데 선수들이 힘든 고비마다 극적으로 승리를 만들어냈다. 감동적이고 행복한 추억으로 영영 남을 것 같다.”

감독으로서 국민에게 준 감동이 사무총장 자리까지 이어진 것 같다. 바둑의 장점을 이야기해 달라.
“유소년의 두뇌개발 효과는 과학적으로 이미 입증됐다. 분석능력과 종합능력 등 모든 분야에서 바둑을 두는 어린이가 바둑을 두지 않는 어린이보다 발전 속도가 빨랐다. 또 중독성 강한 전자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양질의 게임이고 오히려 전자 게임의 중독성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익한 게임이라는 점을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바둑은 또 서울대의 임상실험에서도 밝혀졌듯이 치매 예방에도 좋다. 바둑을 즐기는 데는 돈도 들지 않는다. 고령화 사회를 피할 수 없는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바둑은 더욱 필요한 국가적 동반자라고 말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그 점을 꼭 알아주기를 부탁하고 싶다.”

유소년층은 물론 젊은층의 바둑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다. 그게 바둑 위기설의 본질인가. “그렇다. 젊은층의 유입이 줄어드는 것은 인체로 치면 실핏줄이 죽어가는 것과 같다. 지금 당장 무수한 대회가 열리고 이창호, 이세돌 같은 스타가 활약하니까 일견 화려해 보이지만 그건 오랜 세월의 축적 덕분이고 곳간의 바닥이 드러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직은 각계각층에 바둑 애호가들이 포진해 있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10년쯤 지나 그분들이 은퇴한다면 바둑의 우군은 대폭 줄어든다. 이 점도 심각하다.”

그렇다면 위기 해소 방안은 무엇인가.
“유소년 보급, 청소년 보급, 직장바둑 활성화 등에 모든 전략의 초점을 맞춰나가야 한다.프로 대회는 더 재미있고 치열하게, 임기응변의 대국 일정 등 행정시스템은 팬 위주로 대폭 개편해야 하고 우선 대한바둑협회(아마추어)와의 통합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바둑이 세계 최강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어린 기사들에게 더 많은 시합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를 위해선 한국리그를 더 키워야 하고 새 대회도 유치해야 한다. 바둑의 스포츠 토토 진입도 서둘러야 한다. 한마디로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중국 일본의 수뇌부와 머리를 맞대고 룰 통합 등 공동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바둑으로 치면 지금이 승부처다. 두려움마저 느낀다.”

역대 총장들은 프로기사들의 복지 문제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보급에 전력하면 저절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복지를 위한 보급이 아니라 보급을 통한 복지다. 일하지 않는 복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한국기원 개혁은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인가.
“내가 생각하는 개혁이란 별 게 아니다. 바둑이 스포츠가 되었으니 스포츠의 본질에 충실하면 된다. 스포츠는 자격증이 아니라 실력으로 한다. 은퇴도 있다.

실력이 있으면 누구에게나 문을 개방하는 열린 마음, 그리고 프로기사의 기득권이 아닌 팬 위주로 행정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개혁의 본질이다. 그 점을 위해 프로기사 선후배 사이에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사무총장은 방송 해설은 물론 시합 출전도 안 된다. 프로기사로서 아쉽지 않은가. 수입도 많이 줄 것 같은데.
“사무총장은 욕먹는 자리다. 아내도 그 때문에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바둑이 잘못되면 내 인생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일을 맡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바둑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나는 살아오면서 많은 팬을 만났고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한국 기원, 바둑TV, 인터넷 바둑사이트, 프로기사, 아마기사 등은 모두 한 배를 타고 있고 그 배는 팬 없이는 존재하지 못한다. 일하는 내내 이 초심을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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