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40명이 참여했기에 개개인이 쓴 분량은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다 모여서 두꺼운 책이 되니 굉장히 가슴이 뿌듯했죠. 책을 받아든 순간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지난해 3월, 정일영 전 항공정책실장(현 교통정책실장)을 비롯 항공정책실 직원 40명은 ‘직무 외 분야’에서 의기투합했다. 항공 전반에 관한 전문개론서를 출간하는 일이었다.
우리나라 공무원은 이웃나라 일본에 비해 한 분야에서 근무하는 기간이 짧아 전문성을 기르는 데 어느 정도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항공정책실의 항공직 공무원들은 해당 분야 전문지식이 중요하다 보니 보통 한 분야에서 7, 8년 이상씩 근무해 전문성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종합 전문서적 발간이라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았다. 우선 기존 자료만으로는 우리나라 항공에 대한 윤곽을 잡는 것도 벅찼기 때문이다. 이번 <항공정책론> 출간을 기획한 박종흠 항공정책관은 그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각자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참고서적도 부족한 실정에 그마저도 영문으로 된 어려운 책이거나 특정 전문 분야만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20년 전에 집필된 <현대한국수송론(1991)> 이외에는 이렇다 할 개론서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항공 전반에 관해 다루는 새로운 책이 나온다면 항공관련업계 종사자나 학생, 우리 직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책은 올 1월에 나왔지만, 원고는 지난해 10월 마감했다. 맡은 분야에 따라 원고 작성에 들인 시간은 달랐지만 항공정책실 직원들은 각자 근무가 끝난 야간이나 주말에 수개월씩 글을 썼다.
공동저자 40명 중에는 ‘숨은 항공 인재’들이 적지 않았다. 항공기조종 경험이 있는 조종사, 정비사, 엔지니어 등 민간 항공사 현장 근무자뿐만 아니라 관제사, 항공 국제협상 전문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근무자 등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인재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그래도 바쁜 업무 시간 외 개인 시간을 쪼개어 책을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과외 일로 했기 때문에 더 힘든 측면이 있었죠. 처음에 의견을 모으고, 기본 틀을 짜는 데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었습니다. 챕터를 나누고 자신이 맡을 분야를 정한 다음 원고를 작성하고 막상 책으로 내려고 하니 마지막으로는 출판사 섭외 문제가 있었습니다.”
공들여 쓴 책이었지만 찾아가는 출판사마다 머리를 내저었다. 6백 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내용이라 독자층이 한정돼 있어 ‘돈이 안된다’는 이유였다. 이곳저곳 문을 두드리다 겨우 한 출판사가 관심을 보여 어렵사리 책을 낼 수 있었다.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은 ‘하늘에 떠다니는 것’에 대한 모든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항공기의 이륙에서 착륙까지, 그리고 항공운송산업, 국제항공노선 배분, 항공사 인허가, 운항감독, 항공관제, 항공기 정비, 공항건설 및 운영, 항행시설 운영 등 항공 관련 지도감독, 규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 덕에 항공정책실 직원들이 대거 참여해 펴낸 <항공정책론>은 항공의 기본서로 충실히 활용될 수 있도록 전반 사항을 폭넓게 담을 수 있었다.
항공기, 항공자격론, 항공운송론 등 각 분야를 기초에서부터 전문지식까지 광범위하게 설명하다 보니 분량도 총 11개 챕터, 6백44페이지에 이른다. 각종 그림 자료, 도표, 사진과 함께 재미있는 토막 상식 등도 넣어 다채롭게 구성했다. 항공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 배려다.
학자들이나 연구원들조차 접하기 힘든 전문적인 내용도 다수 수록됐다. 항공협상이나 항공협정, 항공관제에 관한 정부자료 등은 다른 항공 관련 책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내용이다.
책이 출간된 지 한 달 가량, 벌써 책 구입에 관한 문의전화가 항공정책실로 많이 걸려온다고 한다. 대개 항공분야 종사자나 전문가, 전공자들의 전화였는데, <항공정책론>이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기 때문이다.
3만원이 조금 넘는 책의 가격. 40명이 나눈다면 한 사람 앞에 돌아가는 몫이 얼마 되진 않겠지만, 우리나라 항공 관련 종사자들만 모두 구입해도 인세가 짭짤하지 않을까? 하지만 책의 판매 수익금은 전액이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될 예정이다.
박 항공정책관은 “저술 작업에 착수할 때부터 이미 자선단체에 기부할 목적으로 시작했다”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 대해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기부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개정판이 출간될수록 더 많은 기부를 할 수 있어 뿌듯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새 종이 냄새가 산뜻한 <항공정책론>을 받아든 직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야간과 주말 시간을 쪼개 원고를 쓰면서 힘들었던 기억, 하지만 ‘전문서적을 저술할 수 있는 전문분야 공무원’으로서 자부심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보상이었다.
항공정책실 직원들의 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보다 심화된 내용으로 구성된 책도 구상 중이다.
“개론서가 나왔기 때문에 이제는 저자를 압축해 보다 더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책을 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국제항공협상, 항공안전, 공항 개발이라든지 전문분야로 파고드는 것도 저희 자신뿐만 아니라 항공분야 종사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런 책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공감을 이뤘습니다.”
박 항공정책관은 올해 말쯤 책 판매대금으로 불우이웃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성규 국토해양부 항공정책과장은 “이번 <항공정책론>의 발간은 항공 관련 종사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보다 친근하게 항공을 소개함으로써 우리나라 항공분야의 기초를 튼튼히 하고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 아래 추진했다”며 “앞으로 다른 분야에도 이와 같은 사례가 많아졌으면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