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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를 심기 전에 막걸리를 한 잔 해야겠구나.”“아빠! 엄마가 일 하기 전엔 술 마시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11월 17일 서울 구로구 개봉동의 미소들실버센터 내 주간보호센터(사회복지사들이 낮 시간 동안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보살피는 곳으로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에서는 이야기를 듣는 30여 명의 어르신과 이야기를 들려주는 ‘젊은 어르신’ 3명이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듣는 어르신들은 치매, 뇌중풍 등 크고 작은 병을 앓고 있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들보다 집중하기 힘들지만 자신들과 비슷한 또래의 선생님들이 전하는 이야기라 그런지 한결 즐거운 표정으로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이날 구연을 맡은 전명숙(63), 박정임(62), 양은자(65) 씨는 실버문화나눔봉사단 ‘북북’(이하 북북)에서 활동 중인 자원봉사자다. 60세 이상 어르신 21명으로 구성된 ‘북북’은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되어 지원을 받는 (사)한국문화복지협의회가 운영하는 자원봉사단이다. 주로 소외된 어린이나 치매 환자 등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찾아 3인 1조가 되어 일주일에 한 차례씩 책을 읽어주는 봉사활동을 펼친다.
 

동화책 한 권 달랑 들고 와서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나비, 곰 등 주인공들의 인형은 기본이고 종이접기 등으로 각종 소품을 직접 준비해 작은 인형극을 펼친다. 일주일에 한 번 나오는 봉사지만 이를 준비하려면 며칠간 손발을 맞추고 아이디어 회의를 해야 한다.

 


 

이날 내레이션을 맡아 가장 체력소모를 많이 한 전명숙 씨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 힘든 줄 모르겠다”며 “오히려 봉사를 하면서 손녀에게 ‘할머니는 최고의 아티스트’라는 찬사를 들어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전 씨는 손자, 손녀가 넷 있는데, ‘북북’ 봉사를 시작한 뒤 아이들이 할머니를 굉장히 좋아해 어린 손자에게 전화로 동화를 읽어줘야 할 정도로 ‘인기짱 할머니’가 됐다고 한다.
 

박정임 씨는 “오전 11시까지 봉사활동을 나오기 위해서는 아침 7시부터 준비해야 한다. 남편의 아침식사도 잘 챙겨주지 못하고 점심도 혼자 해결하게 해서 미안하지만 가족들도 모두 이해하고 도와준다. 내가 하는 봉사활동은 결국 가족들이 함께하는 봉사이며 나는 그 대표일 뿐인데 봉사의 기쁨은 나 혼자 독차지하니 가족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양은자 씨는 “초등학생 손자, 손녀들이 내겐 선생님이다. 동화를 보면 아이들이 어떤 소품이 필요한지 알려주고, 내가 만든 소품을 보고 ‘이건 이렇게 고치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그대로 고쳐 봉사활동에 가지고 나가면 어린이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다. ‘북북’ 봉사활동 덕분에 정신연령이 젊어지다 못해 어려졌다”며 기뻐했다.
 

‘북북’은 올해 7월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해 두 달간 15번에 걸친 교육을 진행한 뒤 지난 9월부터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이나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찾아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한 곳이 지정되면 3주에 걸쳐 3번 봉사활동을 펼친다. 처음엔 다소 낯설어하지만 마지막 봉사 후 헤어지는 시간엔 “선생님 언제 또 오세요?”하고 물으며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접은 종이학을 선물로 건네 할머니 선생님들의 코끝을 찡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문화복지협의회 이경아 프로젝트매니저는 “북북 봉사단은 점차 노령화되는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봉사를 받아야 하는 주체인 어르신들에게 반대로 봉사를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급식봉사, 목욕봉사 등 ‘노력봉사’ 위주의 봉사활동에서 ‘문화봉사’로 눈을 돌렸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명숙 씨 등 세 사람은 “봉사활동을 위해 ‘시니어 아카데미’ ‘노인상담사 교육’ 등을 이수했고,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웠지만 실제 봉사할 기회가 적다. 그런데 ‘북북’은 현장 봉사활동이 가장 잘 이루어지는 경우다. 노인들의 교육과 봉사활동이 따로 노는 부분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북북’ 봉사활동이 진행된 미소들실버센터 주간보호센터의 이옥자 사회복지사는 “치매 어르신들이라고 24시간 내내 정신을 놓고 계신 게 아니다. 어르신마다 증세의 경중이 있으며 대부분 잠깐 증세가 심해졌다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분들에게 구연동화 등 감성을 자극하는 활동은 치료에 도움이 된다. 오늘이 두 번째 시간인데 대부분 즐거워하셔서 좋다”며 문화봉사의 긍정적 기능에 주목했다.
 

‘북북’ 봉사는 현재 서울, 원주, 전주, 대전 등 네 도시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이 매니저는 “부산, 광주, 제주 등에서도 찾아달라는 연락이 줄을 잇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도시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어린이와 어르신들 외에 소아암 어린이, 다문화가족 등 소외되고 힘든 이웃들을 만나 사랑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북북’ 봉사단 1기 활동은 12월 마무리되며 내년 봄 2기 봉사단을 모집할 계획이다.
 

글·최철호 객원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사)한국문화복지협의회 Tel 02-773-5465 www.moonbo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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