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우리는 끌려가듯이 평가받고 싶지 않습니다. 당당하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교원평가제 법안 처리가 국회에서 지지부진하면서 교사들이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교원에 대한 폄하를 막고 전문직 조직으로서 자긍심을 지키고자 합니다.”
이원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 회장은 “어차피 받을 밥상이라면 때를 놓치지 말고 당당하게 받아야 한다”며 “교원평가제 수용은 개인적인 생각만이 아니라 한국교총 대표들이 모인 ‘조직대표자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라고 말했다.
교원평가제에 대한 한국교총의 공식적인 찬성은 8월 10일 열린 ‘2009 교총 조직대표자 연수회’ 결의문에서 나타났다. 16개 시도 교총 회장과 사무총장, 전국 시군구 교총 회장과 사무국장, 지회장 등 4백여 명은 “교원평가제의 취지에 찬성하며 교육자 스스로도 전문성 향상에 부단히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동안 ‘원칙적 수용론’을 내세우며 교원평가제 도입에 미온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교총이 “적극 수용하겠다”고 태도를 명확히 한 것은 이 문제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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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실시한 교원평가제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교사의 63퍼센트, 일반국민의 76.3퍼센트가 교원평가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7월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내년에 시도 조례를 통해 교원평가제를 시행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교원평가제 이야기가 나온 지 여섯 해가 됐습니다만, 한국교총은 기본적으로 교원평가제의 취지에 공감하고 찬성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다만 처음 실시하는 제도이므로 현장 적합성과 객관성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그동안 합리적인 방안을 주도적으로 만들어왔습니다. 여야가 발의한 3개 법안이 지난 4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하나로 통합되어 통과됐습니다. 우리가 노력한 결과가 반영된 안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회장은 교원평가제에 대한 한국교총의 태도가 전격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니며 한국교총이 합리적 대안 만들기에 노력해왔음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말처럼 법제화와 무관하게 시도 조례를 통해 교원평가제를 시행한다면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 내년 신학기부터 교원평가제를 실시하자는 게 한국교총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교원평가제에 대한 법안 통과가 안 된 상태에서 시도 조례로 시행되면 지역별로 어디는 실시하고 어디서는 하지 않는 경우가 생겨 교육현장의 혼란만 가중될 것입니다. 또 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한 것인데도 교사들이 이기적 집단으로 여겨지는 것은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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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평가제 관련 법안은 한나라당 나경원, 조전혁 의원과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각각 제출했고, 세 법안을 병합 심사해 만들어진 단일안이 현재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교사의 수업지도와 학생지도, 교감과 교장의 학교운영에 대해 평가를 하며, 교사는 동료교사의 다면평가와 학생의 만족도 설문조사, 학부모의 자녀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 설문조사로 평가받게 돼 있다. 또 평가를 위해 단위학교에 교사와 학부모로 구성된 교원능력개발평가관리위원회를, 교육청에는 교감·교장능력개발평가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평가 결과는 교원 연수에 반영토록 했다.

일부에서는 교원평가 결과를 인사와 성과급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연수는 거의 퇴출과 같은 무서운 것”이라며 “현재 내용만으로도 매우 엄중하다”고 말했다.
“연수는 다른 말로 하면 재교육을 시킨다는 것인데, 두세 번만 받아도 현장에 남아 있을 수 없을 겁니다. 일반 회사와 달리 30년 근무한 교사 1백여 명 중 1명 정도만 교감, 교장이 되는데 연수 대상이 되면 당연히 표창이나 승진에 반영돼 교감, 교장이 될 수가 없죠. 또한 인사에 관한 것은 이미 근무평정제도가 있고, 성과급은 성과급 평가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동료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평가가 과연 정확히 진행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이 회장은 신뢰가 쌓이기 위해서는 2, 3년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령을 만들고 교육청과 단위학교에 평가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교사, 학부모,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도, 학교, 학급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제도가 정착하려면 시간을 두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는 “평가받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교원들이 나섰으니 이젠 정부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국가가 된 것이 다 교육 덕분이고 교사의 노고가 컸다고 할 수 있는데, 공교육이 문제투성이인 것처럼 여겨지는 데 대해 서운한 마음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 반에 40명씩 되는 아이들을 데리고 토론수업을 할 수 있습니까? 행정업무가 밀려드는데 수업 준비하고 학생 지도할 여력이 있습니까? 우리나라의 교육재정 투자는 국내총생산(GDP)의 4.2퍼센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입니다. 사교육을 이기는 공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OECD 평균 수준은 돼야 합니다.”
30여 년간 중고교 국어교사로 재직했고 EBS 스타강사로도 이름을 날렸던 이 회장은 한국교총 최초의 평교사 출신 회장이다. 그런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대변하겠다고 했다. 또 교육자들이 희화화되고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교육계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전교조도 의견을 내고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이혜련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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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