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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광고 마케팅 회사 WPP 대표 마틴 소렐



 

영국 WPP그룹은 세계 1, 2위를 다투는 세계적인 광고·마케팅 업계의 공룡이다. 12개 자회사를 중심으로 1백3개국에 1천4백여 개 사무소가 있고 직원이 7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은 1백36억 달러. 알리안츠, 델, 포드, HSBC 등 미국 <포춘>지가 선정한 글로벌 5백대 기업 중에서 3백45개사가 WPP의 고객이다.
 

마틴 소렐(Martin Sorrell·65) 대표가 1985년 이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했을 때 지금의 WPP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WPP의 원래 명칭은 엉뚱하게도 ‘와이어 앤드 플라스틱 프로덕츠(Wire and Plastic Products)’다. 당시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철사와 플라스틱 바구니였다.
 

당시 마흔 살이던 소렐 대표는 광고회사 사치 앤 사치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그만두고 이 회사를 인수했다. 모두가 잘나가는 임원 자리를 박차고 창업에 나선 소렐의 ‘꿍꿍이’를 궁금해했다. 그는 2년 만에 충격적인 뉴스로 답을 대신했다. 1987년 소렐이 13배 규모의 광고회사 제이 월터 톰슨(JWT)을 인수한 것이다.
 

소렐은 WPP를 경영난에 시달리는 대형 광고기업을 사는 지렛대로 활용했다. 이후 그는 세계 광고·마케팅 업계에 보기 드문 성공신화를 쓰며 거인으로 성장했다. 1989년 오길비그룹을 8억6천4백만 달러에 사들였고, 1997년에는 조사업체인 마인드셰어를 인수했다. 2000년대도 영 앤 루비캠 그룹, 베를린 카메론 앤 파트너스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이 잇따랐다.
 

그는 자신만의 통찰력으로 철저하게 공격적으로 성공을 쟁취해왔다. 먼저 시대의 변화를 읽고 저평가된 기업을 산다. 그리고 경영을 호전시킨 뒤 그 기업 가치를 바탕으로 적기에 또 다른 저평가 기업을 사들이는 것이다.

 

40세에 뒤늦게 창업에 뛰어드신 동기는 무엇입니까.

‘갱년기(male menopause)’ 우울증에 시달렸거든요. 그때는 정말 우울했습니다. 뭔가 새로운 일을 해야 할 것 같았죠. 그게 오히려 열정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까지 창업의 열정이 넘치지는 않아요. 오히려 ‘창업자의 병(foun-der’s disease)’을 앓고 있습니다.

 

‘창업자의 병’이요?

네. 회사를 창업해본 사람들의 경험은 일반 사람들과 다릅니다. 저는 때때로 ‘남자가 애를 낳는 것과 같다’고 표현합니다. 기업에 문제가 닥쳤을 때 창업자의 처지는 매니저나 직원의 처지와는 아주 다릅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만약 무언가 일을 시작하고 싶다면, 그걸 끝내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그야말로 모든 종류의 문제와 이슈가 제기됩니다. 전 그런 고통을 지금 받고 있어요.






 

평생 미디어를 상대로 사업을 해오셨는데, 향후 세계 미디어산업이 어떻게 바뀔 것으로 예측하십니까.

뉴미디어와 전통 매체 간의 융합이 더 많아질 겁니다. 미국과 서유럽의 경우 전통 매체들은 마치 ‘파리처럼(like flies)’ 추락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서히 ‘살해되고(killed)’ 있습니다. 뉴미디어가 (정보 복사와 전달이 저비용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낮은 가격에 콘텐츠를 공급하니 전통 매체들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NBC유니버설 최고경영자(CEO) 제프 주커가 지난해 쓴 표현을 인용해볼까요? ‘우리는 아날로그 달러(dollars)의 시대에서 디지털 페니(pennies)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전통 매체의 역할을 뉴미디어가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요.

중요한 논란이 일 수밖에 없습니다. 뉴미디어의 사용자 제작 콘텐츠가 전통 매체의 콘텐츠를 대체할 만큼 충분히 질이 높을까요? 정부나 국민은 이 문제를 판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구글 같은 뉴미디어가 정말 그들의 슬로건대로 ‘아무 해를 끼치지 않는다(Google does no evil)’고 믿는다면, 구글에 인터넷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도록 허용하고 사람들은 공짜로 콘텐츠를 받아 보면 됩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 국민이나 국민을 대리한 정부는 미디어의 다양성 보호에 나서야 합니다. 즉 기존 미디어들이 좀 더 경쟁력을 갖는 융합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현재 이 문제는 미국과 유럽 같은 서양에서 주로 논의되고 있지만, 아시아도 비슷한 갈림길에 직면할 것입니다.

 

뉴미디어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입니까.

사실 뉴미디어 자체도 돈을 많이 벌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어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미디어 융합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최악의 상황(perfect storm)으로 번질 겁니다.

 

한국도 최근 미디어 간 교차가 가능하게 하는 미디어법을 개정했습니다.

미디어 간 장벽을 없애는 취지로 법을 통과시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디어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긍정적입니다. 사실 한국도 미디어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나라 중 하나입니다. 도움을 적절하게 받는다면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을 배출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최근 한국에서 논의되는 국가 브랜드 이야기를 여쭤보지 않을 수 없군요. ‘코리아 스파클링(Korea Sparkling·한국의 관광 슬로건)’ 같은 한국의 브랜드 슬로건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다른 브랜드 슬로건을 제안해주실 수 있나요.

먼저 컨설팅 비용을 흥정해봅시다(웃음). 글로벌 캠페인 또는 지역 캠페인 슬로건을 만들 때마다 비판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는 쉽습니다. 그보다는 국가 브랜딩 캠페인이 대부분 본질적으로 조각나 있다는 점이 더 심각한 것 같아요. 한국이 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렇습니다.

 

대략이라도 한국의 브랜드 슬로건 방향을 제시해주신다면.

제 생각에 한국은 세 가지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의욕에 차 있는 사람들과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인적 자원, 그리고 한정된 자연 자원입니다. 특히 저는 한국을 생각하면 과거의 어려움을 굳은 의지로 극복하는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이런 한국의 강점을 브랜드로 연결해 국가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글·백승재(조선일보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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