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영주 귀국한 사할린동포들의 보금자리인 경기 안산시 사동 ‘고향마을’ 아파트단지 내 사할린동포지원사업소 정천수(50) 소장의 하루는 주민들에게 러시아어로 건네는 아침 인사로 시작한다.
2000년 2월 건립된 이 마을에는 현재 5백28가구 8백명(남성 2백62명, 여성 5백38명)의 사할린동포가 산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76세, 90세가 넘은 분들도 12명이다.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된 사람들의 2세다.
고향마을로 영주 귀국해 살다 숙환으로 사망한 주민이 2백60여 명에 이른다. 정 소장은 이들의 입관에 참여하고 염습(殮襲)을 함께 했다. 유족이 거의 없는 주민의 장례에는 상주 역할도 했다.
안산시 선부1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했던 정 소장은 2002년 11월 사할린동포지원사무소장으로 부임한 뒤 고향마을 주민들이 기체조와 노래교실 등 여가를 즐기고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는 2층짜리 지원사무소 건물을 지었다. 10억원에 이르는 건축비를 정부에 끈질기게 요구해 지원받았고 공중보건의(한의사)를 고향마을에 상주시키는 ‘로비력’도 발휘했다.
그는 또 2004년에 뜻있는 사람들을 모아 사할린동포후원회를 꾸렸다. 후원회는 설이면 떡국 잔치를, 가을엔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를 열고 수시로 노인잔치를 연다.
정 소장은 15년 전 백혈병으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동생의 골수이식으로 새 생명을 얻었다. 그는 “덤으로 얻은 남은 인생을 고향마을 어르신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고향마을을 돕는 고마운 분들이 많아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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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소장은 고향마을 운영에서 이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늦은 나이에 사회복지학을 공부했고, 2007년에는 ‘사할린영주귀국동포 생활상 및 사회복지 지원 실태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러시아어도 독학으로 배워 한국어가 서툰 주민들과 러시아어로 대화를 나눈다.
고창남(76) 고향마을 노인회장은 “고향마을에 정 소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며 “그는 고향마을의 산파이고 주민들에게는 은인과 같은 존재”라고 칭찬했다.
정 소장의 꿈은 고향마을 내에 요양시설을 건립해 주민들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글·최찬흥(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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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