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정태준 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차장




 

“수많은 부품으로 이뤄져 움직이는 철도차량의 기관은 살아 있는 생물과 같아서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또 엔진은 세심하게 공을 들일수록 힘차게 움직이죠. 그렇게 철도 동력차의 기관 정비를 하면서 지금까지 인생의 법칙을 배웠는지도 모르겠네요.”

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의 정태준(51) 디젤차량팀 차장이 32년 동안 철도 동력차 기관 정비에 인생을 바치며 배운 깨달음이다. 그 세월 동안 엔진 소리에 매력을 느껴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던 스무 살 까까머리 청년은 어느새 지천명을 넘어섰다. 그는 국내 최고 기능인으로 인정받으면서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한 2010년 ‘대한민국 명장’ 21인 중 철도 동력차 기관 정비 부문 명장이 됐다.

정 차장은 철도 동력차 기관 정비 분야의 살아 있는 역사다. 1978년 철도청 서울공작창(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의 전신) 에 보조공원으로 입사해 철도차량의 기관 정비를 맡게 되면서 공원, 정비원, 검수원, 검수장을 거쳐 기관 정비를 총괄하는 현장 최고관리자인 차량관리차장 자리에 올랐다.





 

그동안 그는 일반 열차를 비롯해 무궁화형 디젤동차, 새마을동차, 도시통근형 디젤동차 등의 기관 정비를 전담하면서 철도차량 동력기관 정비의 장인으로서 기능을 쌓아왔다.

특히 그는 1993년 싱가포르 MTU기관 정비교육센터에 파견돼 교관요원 교육을 받으면서 선진 정비 기술에 자극받아 철도 동력차 기관 정비 기술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2001년엔 엔진을 기중기로 돌려야 했던 수작업 형태를 버튼으로 회전시키는 완전 자동화 개발작업을 완료했다. 그 덕분에 10일이 걸리던 엔진 작업공정이 8일로 줄어 철도 안전 강화는 물론 시간 및 비용 절약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또 연간 1백31량의 도시통근형 디젤동차와 20량의 무궁화형 디젤동차 기관 정비를 지도 관리하면서 지난 몇 년간 단 한 건의 엔진 고장도 내지 않았다. 이뿐 아니라 새마을동차 기관정비 공정 개선 등을 47건이나 해내기도 했다. 엔진 정비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마을동차 기관정비 절차서 및 차량검수 문답집까지 발간해 기관 정비공정을 더욱 정확하고 신속하게 만드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그 결과 철도의 안전운행에 이바지하고 있는 점을 높이 산 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의 추천으로 2010년 대한민국 명장 21인 후보에 명단을 올렸고 7백명에 이르는 후보들과의 경선을 거쳐 명장으로 선발됐다. 명장이 되기 전에도 그는 이미 2003년 올해의 철도 차량인에 선정됐고, 2007년엔 품질경영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특별시장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철도 동력차의 모든 기관 장치를 완전 분해해 검수할 수 있는 기능은 정 차장이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게 코레일 측의 설명이다. 정 차장은 자신에 대해 ‘엔진과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고 말한다.

“엔진은 소리만 들어도 아픈지 건강한지 알 수 있어요. 엔진이 아플 때는 자식이 아픈 듯 마음이 쓰립니다. 또 고장 난 엔진이 수리 후 부드러워져 기운차게 시동이 걸릴 때의 짜릿함은 철도차량 정비인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죠.”

그렇게 철도차량 엔진과 사랑에 빠진 그는 평소에도 늘 철도 동력차 기관 정비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메모를 하고 설계도면을 그려보는 습관을 지니고 있다. 또 어느 정도 완성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분임토의 등을 통해 동료들과 회의를 거쳐 좀 더 나은 엔진 정비를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철도 동력차 기관 정비인으로 일하면서 보람도 애환도 적지 않게 겪었다. 특히 10여 년 전 겪었던 추석 귀성대란을 잊지 못할 추억으로 꼽았다.

“그 시절에는 추석이면 국민의 70퍼센트가 열차를 이용했어요. 정말 전 국민의 고향 가는 길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었죠. 지금도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이면 며칠씩 야근을 해야 하지만 정말 그 시절에는 한 주 이상 엔진 정비작업으로 퇴근도 못 하고 철야를 했습니다. 하지만 몸은 힘들고 지쳐도 정비를 끝낸 열차들이 승객을 태우고는 새벽을 헤치면서 힘차게 목적지로 향하는 모습은 어느새 장성해 제몫을 해내는 자식의 모습처럼 뿌듯하기만 했죠.”

이번 추석 귀성길도 며칠 동안은 열차 안전운행을 위해 기관 정비 철야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는 정 차장. 그는 추석을 맞아 철도를 이용해 고향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안전 이용법에 대해 몇 가지를 조언했다.

“태풍 곤파스가 강타한 후 철도는 안전한가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철도는 안전합니다. 철도의 경우 10가지 이상의 자동안전장치를 갖추고 있어요. 따라서 만일 사고가 나더라도 절대 일어서지 말고 자리를 지키면서 승무원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내 생명을 위한 안전벨트도 잊지 마셔야 합니다.”

철도 기능인으로 살 수 있어 ‘행복한 인생’이라고 말하는 정 차장. 기능인으로서 정상에 선 그는 코레일 인재개발원에서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며 철도 동력차 정비 분야 후진 양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글·최은성 객원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