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40년간 한국 사진 찍어온 일본인 후지모토 다쿠미



 

1969년 여름, 열아홉 살 일본 청년은 부산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건 이미 예견된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이름은 후지모토 다쿠미(藤本巧·61). 건축업을 하던 그의 아버지는 조선 민예 연구가 아사카와 다쿠미를 존경했다. 그의 이름을 따라 아들의 이름을 지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다쿠미 씨는 ‘조선 공예품과 백자의 멋’을 알린 아사카와 다쿠미에게 빠져들었다. 그것은 이후 40년간 1백 차례 넘게 한국을 찾는 힘이 됐다.

“당시 한국에는 카메라 장비가 귀했습니다. 한국의 공예품에 관심을 갖던 차에 ‘그럼 내가 직접 한국의 풍경과 공예품을 사진에 담아보는 건 어떨까’하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사진기를 메고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엮어서 만든 사진집만 8권. 1974년 펴낸 첫 사진집 <한국인>을 시작으로 2009년 <이조공예>까지 흑백사진의 선명함 속에 수수하고 풋풋한 한국의 공예품과 풍경, 사람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전북 남원에서 촬영한 소 여물통이었어요. 둥글넓적하게 생긴 여물통의 곡선미가 참 아름답더군요. 그걸 보면서 ‘아름다움과 실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죠.”
 

오랫동안 한국 사진을 찍어왔지만 아쉽게도 한국어엔 약하다. 그래도 좋아하는 단어가 있다며 한 장의 사진을 가리켰다. 그의 입에선 ‘원두막’이란 말이 튀어나왔다.

“평온하게 펼쳐진 논밭 사이로 우뚝 솟은 원두막이야말로 농촌 풍경의 백미가 아닐까 싶어요.”





 

다쿠미 씨는 흑과 백이란 심플한 컬러가 주는 이미지의 힘이 강하다고 믿는다. 지금도 흑백사진만 고집한다. 그래서 개발의 여파가 덜했던 1960년대와 70년대의 시골 풍경은 몇 번을 다시 봐도 그에게 설레는 마음을 안겨준다.

“1972년에 찍은 경북 고령 시골마을 사진은 가장 아끼는 사진이에요. 초가집 곁으로 울퉁불퉁하게 쌓인 돌담과 그 아래 햇살에 반짝이며 흐르는 시냇물,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들…. 흑백으로 대조돼 시골 풍경의 아름다움을 더욱 극대화시키죠.”

원래 디자이너가 직업인 그는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했다. 한국의 자연과 사물, 사람이 그의 사진 선생이었던 셈이다. 해인사에서 관조 스님이 눈물 흘리며 머리 깎고 출가하는 모습에서부터 전통과 현대의 조화 속에서 다시 태어난 청계천에 이르기까지 그의 사진 속에서 한국의 어제와 오늘이 숨을 쉬고 있다.

다쿠미 씨는 올해 처음으로 그동안 바라봐온 렌즈 속 한국의 모습을 전시했다. 지난 4월 서울과 부산에서 열린 <한국의 바람과 사람>이란 이름의 사진전이다.

그는 기회가 닿는 대로 한국을 찾아와 촬영하고 싶다고 했다. 그 다짐은 처음 한국을 돌아다닐 때 느낀 감정의 ‘전율’로부터 비롯됐다.

“무아지경 속에서 셔터를 누르는 내가 있었습니다. 자연과 아름답게 일체화된 하늘, 나무, 초가집, 흙벽, 돌무더기. 나는 ‘한국의 살아 있는 아름다움’에 짓눌려버렸습니다.”(1969년 포플러길·경북 고령)
 

글·김민지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