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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 배우러 온 느야드지아 팀장



 

“제가 처음 한국을 만난 건 고교시절이던 1986년 교과서를 통해서였습니다. 온통 박정희 전 대통령에 관한 얘기였죠. 그런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나라가 이렇게 발전해 있어요. 우리끼리 그럽니다. ‘우린 도대체 그동안 뭐 하고 있었는가?’라고요.”

탄자니아의 저슨 아이작 느야드지아(45) ‘코리안 밀레니엄 빌리지 프로젝트’ 팀장은 1970년대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배우기 위해 지난 5월 25일 방한했다. 탄자니아 외에도 가나, 우간다, 에티오피아, 감비아에서 21명의 관리가 유엔세계관광기구 스텝(ST-EP)재단의 초청으로 한국에 와 기업과 대학들을 둘러봤다.

“어느 한국 기업의 광고에서 본 문구가 인상 깊어요. ‘자원은 고갈되지만 창의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이죠. 맞는 말입니다. 자원이 별로 없는 한국은 탁월한 리더십과 국민의 의지, 그리고 아이디어로 부국이 됐으니까요.”

느야드지아 팀장은 보름간 가나안농군학교에서 농업지도자 교육을 받았다. 농업 생산량을 늘려 절대빈곤을 극복하고, 자국민에게 하루 세 끼 식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느야드지아 팀장을 비롯한 탄자니아 지도자들의 당면 목표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 한국은 아프리카와 같은 수준의 가난을 겪고 있었는데 이번에 와보니 정말 놀랍더군요. 작은 시골 마을에도 초고속 인터넷이 깔려 있어 주민들이 마을 정보센터에 모여 곡물 가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거래했어요. 서울 같은 대도시부터 시골까지 ‘잘살아보겠다’는 의지와 교육열이 한국의 저력임을 목격했습니다.”
 

탄자니아는 2006년부터 유엔의 ‘밀레니엄 빌리지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 2015년까지 지구촌 빈곤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 지역개발 사업이다. 심각한 절대빈곤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15개국 80여 개 마을에 학교와 병원을 짓고 물자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느야드지아 팀장은 이 가운데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경북도가 지원하는 탄자니아 내 코리안 밀레니엄 빌리지를 책임지고 있다. 그는 자신이 맡은 지역이 불과 4년 만에 눈부신 변화를 겪고 있다고 했다.

“왜 빨리 시작하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급식을 주고 교사들을 재교육시켰습니다. 열악한 학교 환경도 개선했지요. 그러자 학생들의 출석률과 졸업률 모두 치솟았습니다. 탄자니아는 밀레니엄 빌리지 프로젝트에 늦게 참여했지만 교육면에서 놀라운 효과를 거뒀지요. 남녀 간 교육격차도 점차 해소되고 있어요.”





 

그에 따르면 밀레니엄 빌리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영아 사망률과 전반적인 질병 발병률도 크게 감소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이는 큰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경제발전의 기본이 바로 건강한 노동력이라는 것이다.

에이즈와 말라리아는 특히 골칫거리다. 에이즈의 경우 환자들이 함께 모여 치료를 받으면서 전염을 막고, 말라리아는 각 가정에 진단 도구를 제공하고 소독을 실시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이 국제적인 지원에 기초하고 있다. 느야드지아 팀장은 “아프리카 나라들이 언제까지 국제 원조에 기댈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밀레니엄 빌리지 프로젝트의 핵심은 ‘자력갱생’입니다. 마을 하나가 스스로의 힘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마을 운영을 통해 경험과 교훈을 얻고 이를 아프리카 전역에 퍼뜨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는 과거의 선진국 원조는 대개 ‘우린 줬으니 할 일 다했다’는 식이었는데, 이건 안 된다고 했다.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아프리카 나라들에게 한국은 ‘특별하다’고 했다.

“한국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물질적 도움만이 아니에요. 한국은 식민 지배를 겪었고 나라 전체가 주저앉을 정도의 큰 전쟁을 치렀습니다. 그런데 수십 년 만에 절대빈곤을 딛고 세계 속에 우뚝 섰어요. 그 모습을 보면 ‘그래, 우리도 할 수 있어. 아직 늦지 않았어’ 이런 자신감이 솟아오릅니다.”

그는 적절한 시기에 경제발전을 이끈 ‘리더십’이 부럽다고 했다. “고교시절 교과서에서 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에도 갔었어요. 독재자라는 평가가 있다지요? 절대빈곤을 겪어보지 않고 말하긴 쉽습니다. 우리 아프리카인들은 압니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적절한 때 나라의 힘을 결집시키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을요.”
 

글·김남인(조선일보 사람들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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